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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국 Mar 29. 2024

따뜻한 정 따뜻한 밥

무료급식소의 하루

햇살이 퍼지기  아침은 쌀쌀하다. 햇살이 살짝 펴졌을 때쯤 사람들은 어떤 일들을 하며 하루를 시작하고 있을까. 세상소식이 궁금해 길을 나선다. 하얀 장화에 핑크색 고무 앞치마를 입은 아주머니들이 길거리로 나왔다. 양손에 꽃무늬 도시락가방을  개씩 들고  사람은 왼쪽으로  사람은 오른쪽 골목,   사람은 직진이다. 도시락을 실은 차량은 느티나무가 중심인 작은 로터리를 돌아 배달길에 오른다. 아침 일찍부터 음식을 만들고 도시락 배달까지 바쁜 오전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곳을 지날 때마다 참 좋은 일 하는 고마운 사람들이라 생각하며 한번 더 쳐다보게 된다. 노인이나 노숙자 어려운 청년들에게 점심이나 저녁을  따뜻하게 대접하는 무료급식소이다. 화 수 목 금 토 일 일주일간 한결같이 따뜻한 식사를 제공한다. 새벽에 식재료 장을 봐오는 아저씨들과 이른 아침부터 재료 손질을 하고 음식을 만드는 아주머니들의 손길이 모여서 귀한 일을 하는 곳이다.


날마다 점심시간이면 경로급식이 제공되니까. 찾아오기만 하면 따뜻한 한 끼 밥은 문제없다. 하지만 거동이 불편한 독거노인들이나 장애인들을 위해서 도시락 배달을 하는 것이다. 바쁜 가운데 잠시 배달 나온 아주머니들을 뒤따르며 많은 생각을 한다. 임금을 받고 하는 일인지 무료봉사인지 그 내막은 모르지만 고마운 분들이다.


 몸하나 겠다고 걷기 위해 공원으로 향하는  자신이 부끄럽다. 그래도 춥다고 웅크리지 않고 밖으로 나왔으니 다행이다. 스스로 위로하며 주머니 속에 선글라스를 만지작 거리면서도 차마 눈을 가릴 수가 없다. 찬바람이 눈알을 스칠 때마다 눈이 아프다. 눈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지만 혹시라도 거만스럽게 보일까 . 골목바람이 유난히  곳이지만 골목을  지날 때까지 미안한 마음에 참았다.


바람 앞에서 눈을 반쯤 감고도 걷고 뜨고도 걸으며 내가 할 수 있는 보람된 일은 뭐가 있을까. 우선은 나하나 바로설 힘이라도 키우자 그것이 더 큰 문제다. 남을 생각하고 베푸는 것도 튼튼한 내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니까. 눈을 반쯤 감고 걸어도 소리 없이 좋은 일 하는 사람들은 잘 보인다.


점심때가 가까워오니 여기저기서 어르신들은 따뜻한 밥을 기대하며 바깥에 준비된 의자에 앉아 대기 중이다. 묵묵히 밥을 기다리는  모습이 순수한 어린아이 같은 할아버지들이다. 그런데 여러 차례 보았지만 대부분 할아버지 손님들이 많은  같다. 할머니들은   움직일만하면 스스로 끓여 드시거나 경로당이나 마을회관에 모여서 공동식사를 하시는 모양이다. 모두 정성 가득한 따뜻한  드시고 건강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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