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인테리어, 그다음 최종적으로 건축을 찍고 싶다는 생각을 여전히 한다. 움직이는 피사체보다 멈춰 있는 사물을 좋아하는 나의 취향에 기반한 바람이다. 그리고 그 사물의 끝엔 좁은 땅덩이를 빼곡하게 채우는 건축물이 있다. 처음부터 건축에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다. 찍고 싶은 피사체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당도했다.
덕분에 전보다 자주 건물을 올려다보곤 한다. 땅으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고, 하늘에 얼마나 가까이 닿아 있는지 높이를 가늠한다. 천천히 외양을 훑고 창문의 모양과 그 너머로 비치는 공간의 쓰임을 예측하기도 한다. 서울엔 높은 건물이 많으니 고개를 들고 한참 서 있어야 하는 일이다.
언젠가 나도 건축을 찍을 수 있을까? 건축주의 건축 의도를 듣고, 그 의도를 사진에 온전히 담아내는 일을 할 수 있을까? 아직은 장엄하기만 한 이 피사체를 과연 내가 다룰 수 있을지 엄두가 쉽게 나지 않는다. 모든 일에는 과정이 필요한 법이고, 그 과정이 나에게도 천천히 다가와 주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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