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승무원의 일상 <기항지 편 ep. 7>
신비롭고 감격스러웠던 파나마 운하를 지나 카리브해로 나온 퀸 엘리자베스가 정박한 첫 항구는, 아루바의 오란예스타드 (Oranjestad, Aruba).
카리브해 남부에 위치한 섬나라로, 예전에는 네덜란드의 식민지이자 해외영토로서 ABC제도라 불리는 나라 중 A에 속하는 나라이기도했다. 이후 1986년에 네덜란드 왕국 내의 독립적인 자치국가가 되었고, 오란예스타드가 수도가 되었다.
오란예스타드 항구에 내리기 전만 해도, 아루바는 나에게 그저 잘 모르는 수많은 나라 중 하나에 불과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도착 며칠 전부터 현지 정보를 찾아보게 되었는데, 찾으면 찾을수록 가보고 싶은 곳들이 너무나도 많은 매력적인 나라였다.
하지만 단 두 시간의 쉬는 시간밖에 없었던 나에게는 모든 것이 다 오르지 못할 나무일 뿐이었다. 마음을 비우고 항구 근처나 걷자 하며 배 밖으로 나갔다. 항구 앞에 있는 작은 터미널과 파라솔 가게들, 푸른 잔디 사이를 걷고 있을 때였다.
알록달록한 장식으로 꾸며진 거대한 분홍색 케이크처럼 생긴 건물이 나를 사로잡았다. 그 건물은 로얄 플라자 쇼핑몰이었는데, 구경할 여유 따위는 사치였기에 서둘러 찍은 사진과 가득한 아쉬움만을 남긴 채 건너편으로 이동했다.
쇼핑몰 건너편은 노상 가게들이 즐비한 거리인데, 그중 레스토랑으로 보이는 곳들도 있었다. 입맛에 따라 고를 여유 따위는 사치였기에 발걸음 닿는 대로 그냥 들어갔다. 감이 좋았던 건가, 운이 좋았던 건가. 세상에서 가장 예쁜 에메랄드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바다와 나의 행복인 크루즈가 훤히 다 보이는 뷰 맛집이었다. 게다가 주문한 현지 요리는 끝없이 들어갈 정도로 맛있고, 현지 맥주는 속이 뻥 뚫릴 정도로 시원한 진짜 맛집이었다.
깨끗하게 비운 접시를 보며 현지의 것으로 가득 채운 포만감을 음미할 여유 따위는 사치였다. 서둘러 레스토랑을 나왔고, 배에 가까워지는 나의 한걸음 한걸음에서 아쉬움이 묻어 나와 아루바를 다 덮어버릴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아루바는 한국인에게는 많이 낯선 나라이지만, 한국인이 휴양지로 동남아를 많이 찾듯 미국인 노부부나 신혼부부가 많이 찾는 휴양지로 유명하다. 특히 미국 동부에서 출발하는 직항 비행기가 많아서, 한국에서 출발하여 미국 동부 여행을 하고 아루바로 이동하는 계획을 짜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카리브해의 섬나라답게 날씨는 365일 내내 덥고 건조하고, 항상 바람이 불기 때문에 나풀거리는 치마는 피하는 것이 좋을 정도이다. 휴양하기에는 딱 좋은 날씨의 아루바는, 완전한 휴식을 위한 나만의 바다 위 리조트를 럭셔리하게 즐길 수 있으면서, 아드레날린을 분출시킬만한 액티비티를 다양하게 즐길 수도 있는, 그야말로 해피랜드이다.
이 해피랜드에는 섬나라인만큼 각기 다른 특색이 있는 해변가가 많다.
그중에 가장 인기가 많은 플라밍고 비치 (Flamingo Beach). 르네상스 아루바 리조트 (Renaissance Aruba Resort) 가 소유한 프라이빗 아일랜드로, 예쁜 다홍색을 띤 홍학들이 해변가에 넘쳐나는 굉장히 유니크한 장소이다. 보트를 타고 가야 하는 이 섬은 리조트에 숙박하지 않는 경우에는 입장료도 따로 있고 아침부터 줄 서서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하니, 하루 정도는 럭셔리하고 편안하게 나만의 리조트를 즐기면서 휴양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중에 가장 관광지 같지 않은 다이마리 비치 (Daimari Beach). 사실 여기는 해변가보다는 그곳에서 ATV를 타거나 걸어서 갈 수 있는 내추럴 풀장 (Natural Pool) 이라고 불리는 내추럴 아쿠아마린 스위밍 홀 (Natural Aquamarine Swimming Hole) 에 가고 싶어서이다. 인위적인 요소 없이 오로지 자연적인 요소인 바위와 화산물질로 만들어진 자연의 수영장이다.
그 외에도 유치하지만 꼭 인증샷을 남겨보고 싶은, 망겔할토 비치 (Mangel Halto Beach) 의 나무계단과 이글 비치 (Eagle Beach) 의 기울어진 나무 (Divi Tree) 가 있다. 그리고 다른 데보다 수상 액티비티가 다양한 뭄바 비치 (Moomba Beach), 다른 데보다 더 깨끗해서 현지인들한테 더 인기가 많은 베이비 비치 (Baby Beach), 드레스업하고 밤의 해변가를 즐기기 좋은 팜 비치 (Palm Beach) 도 있다.
또 이 해피랜드에는 휴양지인만큼 각기 다른 특색이 있는 액티비티가 많다.
가장 인기가 많은 것은 스노클링 액티비티인데, 그중에서도 가장 재미있어 보이는 것은 해적선 스노클링 크루징이다. 스노클링은 스쿠버 다이빙처럼 다소 어려울 수도 있는 호흡조절과 스킬 없이도 아름다운 바닷속을 경험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 게다가 해적선에 달린 밧줄에 매달려 바닷속으로 뛰어들어가는 스릴 넘치는 액티비티도 곁들여 할 수 있고, 선상에서 바비큐 식사를 즐길 수도 있는 액티비티이다.
스노클링보다도 부담이 없는 그 어떤 스킬도 필요 없는 수중 액티비티를 원한다면, 헬멧을 쓴 채로 바다 바닥을 걸어 다닐 수 있는 바닷속 트래킹도 있다. 직접 바닷속으로 들어가고 싶지는 않은데 그 바닷속을 경험하고 싶다면 잠수함 투어도 있다. 수중이 아닌 육상에서의 액티비티를 원한다면 승마 체험도 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랬다. 해변가 모래사장에 프라이빗한 테이블을 제공하는 레스토랑, 발을 바닷물에 담근 채 식사하는 레스토랑, 그리고 스탠드업 코미디쇼를 라이브로 즐길 수 있는 바 등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다.
그 매력을 전부 나열하기에는 끝이 없는 해피랜드 아루바.
당시의 짧았던 두 시간의 오란예스타드 포트는, 마치 무지갯빛 동화 속의 주인공이 된듯한 기분에 절로 미소 지어지는 느낌이 무척이나 길게 갔던 나의 베스트 포트가 되었다. 그리고 그 어떤 나라보다도 꼭 다시 가고 싶은 베스트 컨츄리가 되었다. 짧지만 강렬했던 아루바와의 만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