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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튼 Dec 05. 2021

내 친구 용용

01. 나에 대해 아는 척하는 친구의 필요

나만의 세계가 굳건한 나에겐, 정말 싫어하는  하나 있다. 바로 나에 대해 아는 척하는 . 살면 내가  나랑 오래 살았지, 네가  오래 살았니? 어렸을 때부터, "아현이는 ㅇㅇ니까, ㅇㅇ해야 " 식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절대 가만히 있지 않고 "내가 ?"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27년간의 공식이 붕괴되는 유일한 친구가 있으니 바로 20 때부터 알고 지내던 건축과 동기 남자 사람 용용(27) 군이다.


지금은 서울의 어느 설계사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으며, 최근까지도 연봉협상 이야기를 하며 술을 기울였던 내 친구는 나와 7년 동안 알고 지낸 친구다. 실명을 쓰려고 했지만, 그러다가 그의 여자 친구가 보면 매우 '곤란'하기에, 더불어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나도 누군가 내 남자 친구에 대해 이런 글을 쓰면 '뭐지?' 싶을지도 모르니깐.


아무튼, 20살 때부터 우리는 자주 함께했다. 그 안에서 (나를 제외하고) 사랑이 싹트기도 했고, 나는 옆에서 그의 사랑을 응원하며 지냈다. 그러다 그는 군대를 갔고, 건축과의 최고 아싸였던 내가 가끔은 전화하며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됐다. 나는 복학을 했고, 사람들과 멀어질 때도 용용 군은 특별히 나에게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가 졸업 이후에 다시 서울에서 만나게 됐다.


우연히 만나도 어색하지 않은, 그런 사이였던 우리. 나는 당시 이별을 겪은 직후여서, 지금 생각해도 참 미안하게 내 얘기만 주야장천 했다. 그럼, 용용 군도 과거의 여자 친구 이야기를 하며 공감을 해주었다. 그게 그렇게 고마웠다. 서울에 와서 의지할 사람이라곤, 몇 없었는데 지하철에 보이는 광고판 속 '담양'을 보고도 그를 추억하는 미련 터진 바보 같은 나를 보며 "나도 담양 가고 싶다"라고 말하며 웃어 보였던 그였다.


그가 나를 잘 알고 있다는 것을 느꼈을 때는 둘이 아닌 여럿이 있을 때였다. 종종 건축과 동기와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나의 행동을 보며 나에 대해 아는 척을 했다. 사소한 거에도 굉장히 미안해하고, 혼자 10뼘은 나가 남의 맘을 짐작하곤 신경 쓰는 나를 안다는 듯, "니는 남한테 좀 그만 미안해해라"라고 칼을 꽂더니, 동기들에게 "아현이, 니는 남들 좀 신경 쓰지 마라"라고 크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 순간, 나는 "들켰다"라는 마음과 함께 나의 마음을 이렇게 간파당한 적이 처음이었기에 흠칫 놀라곤 했다. 정말 우리가 20살 때부터 보던 친구는 맞는구나. 내가 변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구나. 그리고 우리는 종종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최근엔, 여자 친구가 생겼고 나는 "용용아, 절대 마음을 다 주지 말거라"라고 말하며 진심으로 축하했다. 그리고 우리는 술김에 서로가 좋아서 친구가 됐다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곤 했다.


이사 간 집들이에 용용과 종종(27)군이 잠깐 들러, 집안 곳곳을 둘러보다 엄마가 붙여놓은 다정한 집안일 스티커를 보며 용용은 "너희 어머니, 너랑 진짜 똑같으시다"라고 말하는 나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는 용 용군. 나에 대해 맞는 말을 정말 아무렇지 않게 하는 그에게서, 정말 어떻게 나를 이렇게 잘 알고 있을까? 하는 물음이 든다. 기껏해야 우리는 종종 같은 수업을 들었던 동기며, 수업이 끝나면 점심을 함께 먹던 사이였으며, 종종 교수 욕을 하며 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20대 초반이었는데 말이다.


그래서 혼자 생각했다. 20대 후반인 우리, 술잔에 결혼 이야기를 하다, 용용 군이 결혼한다는 소식을 전해오면 나는 그때 스페인에 있더라도 달려가서 축하해줄 것을. 아들이라도 낳았다고 하면, 아기의 예쁜 옷이라도 보내주기로. 우선, 내 미래의 책에 두 페이지 정도의 분량을 그에게 할당하는 걸로 이 번은 고마움을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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