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블블랙 Jun 13. 2021

더블블랙

제 작가 이름이 왜더블블랙이냐면요

브런치에서 작가 이름을 정하라고 했을 때, 내 본명을 쓰기에 망설여졌다. 자신감이 없는 건 맞지만, 그게 이유는 아니었다. 인터넷 상에서 본명을 쓰는 게 그저 익숙지 않았을 뿐이다. 눈 앞에 보이는 위스키 이름으로 골랐다. 더블블랙. 중복 체크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작가 이름은 '더블블랙'이 되었다.


사실 난 술이 약하다. 술을 잘 먹지 않는다. 가끔 혼자서 위스키 향을 즐기고 싶을 때 마시곤 한다. 조니워커의 의 거의 모든 브랜드를 마셔봤었다. 레드, 블랙, 그린, 골드 그리고 블루. 파워레인저도 아니고, 참 색이 다양하다. 그래서 조니워커를 택한 것이기도 하다. 사실 맛의 차이를 잘 느끼지 못했다. 그냥 블루는 뭔가 맛있었다. 비싼 값을 했다. 하지만 가끔 마시기에도 너무나 비쌌다. 그 와중에 더블블랙이라는 라벨은 달랐다. 조금 매캐한 맛이 났었다. 향을 즐기기에는 매우 적합했다. 반년에 걸쳐서 한 병을 먹고, 또 한 병을 샀다. 가끔 위스키를 마시고 싶을 때는 더블블랙 라벨을 마시곤 했다.


그렇게 내 작가 이름이 정해졌다. 너무 대충 정한 것 같지만 어감이 좋았다. 그래서 그냥 쓰기로 했다. 근데 누가 물어봤을 때, 이유를 대기가 너무 궁색했다. 그래서 다른 이유를 만들기로 했다.


내가 글을 쓰려고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생각한 소재는 내 가난이었다. 가장 쓰기 자극적이었으니까. 그때를 생각하면 참 씁쓸하다. 좀 억울하다. 힘들긴 했지만 힘든 줄 몰랐다. 그냥 원래 그런 줄 알았다. 억울해하지도 않고, 한탄도 하지 않았다. 가난을 내가 버텨내야 했을 때, 이미 가난은 나에게 스며들어 있었다. 어머니에게 쏠려있던 그 짐이, 나에게 조금 나눠진 것뿐이었다.


나중에야 그게 고생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때는 그냥 당연히 해야 하는 건 줄 알았다. 차라리 그때 억울해했더라면, 힘들어했더라면 뭔가 달랐을까 싶다. 굶고 지쳤을 때, 엉엉 울기라도 했으면 좀 나았을까 싶다. 그때는 울지도 못했다. 고생한 건 어쩔 수 없다지만, 그때 울지도 못한 게 좀 아쉽기도 하다.


거기서 이유를 만들기로 했다. 더블블랙. 검은색이 두 번. 흑흑. 난 내 작가 이름으로 울기로 했다. 글을 쓸 때마다, 한 번씩 소급 처리하기로 했다. 흑흑.

매거진의 이전글 조회수, 그 달콤한 유혹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