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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자유리 Sep 19. 2023

9.19일의 기록 <소통한다는 것>

자유리 일기 


콘텐츠 라이브를 진행하다보면

보통 초반 20여분 정도는 어설프게

해야 할 말이 굳어버림을 느낀다.

얼굴 표정도 어색해지고

배 쪽부터 밀려오는 딱딱한 기분이 느껴진다.



누군가를 강하게 의식하고 있다 보면

내가 지금 무슨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로 소통에 어려움을 느낀다.

라이브라는 것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매체인데

막상 라이브를 진행하다보면 매체적인 수단이라기 보다는

한가지 목적이 되어버린다.



몇 년간 라이브를 꾸준하게 해 보기도 했지만

이건 진짜 적응이 잘 안된다.

그 상황에서 간간히 댓글이라도 올라오면

무척이나 반갑게 느껴진다.

댓글을 읽어주면서 시간을 벌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면 연예인들은 참 대단하다.

수천명이 보는 라이브에서 자기를 자신감있게

드러낸다는 것은 정말 쉬운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 이 불편한 라이브를 하지 않으면 될 것일텐데

매번 이것을 놓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이 어색하게 시작한 라이브가

점점 고조되어 끝 날 시간이 되면

끝내기가 아쉽다는 것이다.



9:45분에 끝내기로 해 놓고

꼭 1-2분이라도 더 말하다가 끝이 난다.

사람들도 댓글이 점점 가열되어 오다가

꼭 막판이 되면 왕성한 댓글들이 올라온다.

서로의 소통이 열린 것이다.



그때 내 표정은 자연스러워진다.

카메라 의식이 흐려지고

누군가가 나를 쳐다보고 있다는

외부의 자극도 사라진다.



그땐 내면에서 올라오는 모든 것들이 대화가 된다.

대본이 아니라 대화가 되는 순간

라이브는 지금까지의 주파수와 다른 매체의 역할이 된다.



소통이란 무엇일까?

살면서 우리는 소통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가까운 사람부터 한번도 보지 않은 사람까지

소통을 빼고 무엇 하나 해나가기 쉽지 않다.

그래서 참 어려운게 소통이다.



다만 몇 년간 라이브가 내게 알려 준 것은

소통이란 굳고 어색하고 딱딱한 것들을

만나는 것이 이상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나와 맞지 않고 어색하다고 대화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 어색함을 풀어가는 것이 소통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라이브의 끝자락에서 항상 나는 소통의 핵을 자주 만나는

느낌을 받았고 그것이 정말 좋았다.



늘 나와 맞는 이와 대화하는 것이 편하지만

세상의 다양한 사람들과 조금씩 조금씩

어색함을 풀어가는 것이 소통의 실체라면

이 세상에서 아직도 내가

성장 해야 할 것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스 정류장에서 아무렇지 않게

내게 어디 사는지를 먼저 물어주는

할머니들이 대단하게 느껴지는 오늘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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