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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자유리 Dec 16. 2024

사형수와 교도관

자유리 에세이





교도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다.

사형수들은 형장에 이슬이 되기 전에

너무 다양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 


종교의식을 위해 신부님과 목사님, 스님이 현장에서

대기를 하기도 한다.

형집행이 되기 전 본인이 희망하면 

담배 한 개비를 피우기도 한다. 

그 한 모금 한 모금에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천천히 피우는 담배 연기에 모두가 숨을 죽이고 

기다린다. 죽기 직전 피우는 담배 한 모금에 

그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형이 집행되는 날에는 보통 하루의 시간동안

다양한 사형수들의 형을 집행한다.

내 차례가 오면 조용히 형장으로 이동하면서 

여러곳에 사인을 하고 사형장으로 향한다.


5분간의 짧은 형 집행이 끝나면 조용히 의사와 검사가 

사형수에게 다가가 생의 마감을 확인한다.

심정지가 확인되면 그제서야 사형이 종료된 것이다.


문제는 그 뒤에도 일이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형수들의 시체를 가족들이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면 교도관들은 2일 동안 관 속에 시체를 둔 채,

가족들의 연락을 기다리다가 공동묘지로 시체를 옮겨

묻어주고 장례를 치뤄준다.


교도관들은 사형 집행이 있는 날에는 

보통 집으로 그냥 돌아가지 않는다.

모든 교도관들이 모여 같이 목욕탕에도

가고 술도 마시며 숙소에서 같이

하룻밤을 묶는다고 한다. 

하루에 있었던 너무 거대한 일을

털어내기 위해서 이런 행사를 지킨다는 것이다.



#




형장에 이슬로 간 대부분의 사형수들을 

교도관들은 기억한다. 

이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건 때로는 몇년간 대화하고

생활하며 소통하던 사람이 죽어가는 장면을 

옆에서 목격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그 일이 얼마나 끔찍할지 느껴진다.

아무리 극악무도한 죄를 저지른 사형수라 할지라도

대화하고 밥을 먹던 따스한 사람이 

싸늘한 시체가 되어가는 것을 직접 목격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쉬운일이 아닐 것이다.

나 같았으면 그런 일을 오래 버티지도 못했을 것이다.

은퇴만을 기다리는 삶을 살 것만 같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평생을 교도관으로 일한 사람들의

관점은 내가 생각한 것과 크게 달랐다.

그들은 자신의 사명을 겸허하게 받아들였다.

은퇴를 한 교도관들은 집에서 편하게 노후를 보내지 않았다.

그들은 여전히 교도소를 향하고 있었다.

교도소에서 사형수들을 만나 그들과 대화하고 

교도소에 필요한 사회 봉사활동을 이어가거나

영치금을 넣어주었다.


의아하기만 한 그들의 선택의 이면에는 

평생 죄수들을 지켜보며 그들이 교화되기를 바라는

그들의 진심이 담겨있었다.

한 교도관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죄는 진정 미워하죠. 그런다고 사람은 미워할 수 없죠.
그들이 교화될 수 있다고 믿어요. 물론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아요. 그렇지만 저는 그들을 교화할 수 있다고 믿어요.
누군가는 해야 하니까요.



누군가는 해야한다는 것, 책임을 다한다는 것.

교도소는 가장 책임감이 강한 사람과 

책임을 피하기 위해 끝끝내 죄를 짓고 오는 사람이

만나는 가장 아이러니한 장소처럼 느껴졌다.




#


 


때론 그런 생각을 한다.

우리는 모두 사형수가 아닐까 하는 생각.

형 집행이 언제 올지도 모르는 그런

유한한 삶을 살아가면서 죽음이라는 사형을 

만나야만 하는 존재가 바로 인간이다.


그런 우리에게는 딱 두가지의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

책임을 회피하면서 스스로 감옥에 들어가는 죄수가 되거나

모든 궂은 일을 도맡아가면서도 책임을 잊지 않는

교도관으로 남아있는 것이 되는 것 말이다. 


우리는 어쩌면 많은 부분을 회피하면서 스스로가 만든 

감옥에 들어가있는 것 아닐까?

생이 끝나는 날까지 스스로가 만든 감옥 안에서 

한 발자국도 나서지 못한채 멈춰있는 것은 아닐까?


그 이유는 무엇일까?

교도관의 삶이란 무척이나 애처롭고 고통스럽다.

그 누구도 부러워하지 않을 어둠의 자리.

그런 자리가 진정 우리가 감옥 밖에서 원하던 자유의

공간은 아니었을것이다.






많은 관심과 따스한 햇살만이 가득할 것이라

믿었던 교도소의 밖은 우리의 생각과 달랐다.

차가워진 시체를 치우고 누군가의 뒤치닥거리를 

해내야만 하는 것이 어떻게 자유로운 사람이라

믿을 수 있을까?


하지만 냉정하게 돌아보면 현실 속에서 스스로의

삶을 선택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책임과 사명을 

가진 사람들은 모두 그런 건조하고 차가운 삶을 숙명처럼 

받아들였다.


나 역시 그런 생각을 했다.

교도관이 되어 많은 이들이 감옥으로 돌아가지 않게

그들의 교화를 믿으며 살아가자는 것을 

설사 지금의 내 삶이 너무 고통스럽고 어려움이 

많을지라도 따스하고 안전한 곳에 속아 

다시 그 곳으로 돌아가지는 말자는 스스로의

다짐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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