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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xley Jul 14. 2023

일요일의 아침과 지난날 사라진 아이들이.


  사실 나는 죄인이다. 아니, 실은 우리 모두가 죄인이지. 왜 그런 말 있잖아. 주님 앞에서는 모두 죄인이라고. 근데 있잖아? 나는 그 말이 참 듣기 싫었어.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가 나의 목숨을, 가족을, 사랑을, 어제 만난 강아지를 쥐고 있다는 사실이 싫었어. 억울하거든. 그래서 기도하기가 싫었어.


     

  그래서 도망쳤다. 난처하고 잔뜩 화난 할머니의 입술을 마주하며 나와 동생과 친구는 도망쳤다. 집에 가서 죽도록 맞았던가? 그것까지는 기억나지 않아. 뭐, 자주 맞기는 했지만. 목사님의 말과 사모님의 웃음은 모두 가식처럼 느껴졌어. 그들은 아무에게나 웃었고 그들은 의외로 그분 앞에서 억압 가득한 모습이었으니깐.


     

  반찬 가짓수도 달랐어. 모두가 작고 낡은 식당에 모여 콩나물무침, 오뎅 볶음, 배추김치를 오물오물 씹고 있을 때, 목사님은 각종 젓갈과 어떤 정갈한 반찬들을 먹고 있었지. 목사님은 왜 반찬이 많냐 물어보니 할머니는 그런 건 묻는 게 아니랬어. 의아했지. 더 크고 생각해 보니 그건 어른들의 사정이었지.     



  이제는 무교다. 어렸을 적에는 예수님과 하느님이 나의 하늘이자 땅이었지. 그러나 이제는 아니야. 아직도 자기 전에 기도하지만, 나는 나의 정체성을 확립했다. 나는 무교. 신이 있었다면 4월의 학생들도 사라지지 않았을 테고, 지구 반대편의 땅울림도 없었을 테지. 나의 머릿속도 건강했을 테고. 그런 이유에서.     



  거짓말 같아. 나의 일요일이 송두리째 사라진 기분이다. 그리고 이건 거짓말이 아니다. 사랑해요.    


      

-

  봉긋이 솟은 무덤 앞에서 속삭인다. 왜 이제야 나를 찾아왔니.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거니. 죽음보다도 더한 슬픔 사이로 간절한 울음이 새어 나온다. 아, 잠수 탈래. 찾지 마. (아 왜 아무도 안 찾는 거야)

매거진의 이전글 모두 소설을 쓰기 때문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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