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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xley Oct 23. 2023

여행이 끝난 뒤. 그리고 여러 생각들.

  솔직히 말하자면 이 글을 쓰고 싶지 않았다. 내가 지금 이 글을 쓴다는 건, 제주에서 돌아왔다는 의미이고, 나는 대구로 돌아오기 싫었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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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났다. 그들의 특징과 이름을 직접 말할 수는 없지만, 지면을 할애하고 싶을 만큼의 좋은 이들을 많이도 만났다. 첫째 날과 둘째 날, 셋째 날 모두. 도움도 많이 받고, 이런저런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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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 새벽마다 새로운 이들과 술을 마셨다. 덕분에 나흘간 통틀어 네 시간도 자지 못했지만. 후회스럽지는 않았다. 오히려 자는 시간까지 줄여가며 더 놀고 싶었지.

  다양한 사람을 만난 만큼 다양한 대화거리가 오갔다. 진로, 이성 관계, 결혼, 제주의 낭만 같은. 젊은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대화들이었다. 그날의 대화는, 가을 바다를 보는 일만큼이나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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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떠나고 싶었고, 돌아오고 싶지 않았다. 나의 동네가 싫었다. 염증이 느껴졌다. 지나치게 똑같은 일상 탓으로 매너리즘에 빠졌다. 집과 카페, 차가운 밤길. 더는 새로울 것이 없는 이곳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마침 이곳 사람들에게 좋지 못한 기억을 얻기도 했고. 그래서 떠났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이들을 만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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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이 추워졌다. 늘 그렇듯 마음이 추운 것으로 족하다. 손발까지 시리길 원치 않아 집을 나설 때마다 옷을 한 겹씩 더 껴입는다. 슬프게도, 손발이 시린 나를 어찌할 수는 있었어도 마음이 추운 나는 아무리 옷을 껴입어도 어찌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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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켜준다는 말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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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는 만큼 마음이 돌아오는 건 애초에 바라지도 않았다. 단지 양과 질에 상관없이 돌아오기만 한다면, 나는 그것으로 만족했다. 돌아오는 마음의 존재는 당연하지 않으니깐. 그것의 크기나 윤기를 따지는 모습은 내게 과분했다. 부재하지 않으면 그걸로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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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좋아하는 당신들이 행복했으면 한다. 당신들에게 바라는 건 그게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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