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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남하이 김대표 Sep 08. 2020

HP가 다 닳기 직전의 류처럼

초보 대표의 좌충우돌 사업 이야기 - 4월 6일 월요일

  코로나19가 극악을 향해 달리고 있다. 이 놈이 신을 내면 낼수록 모두가 힘듦에 찌들어간다. 이 때 정부가 지원책을 내놓았다. 70%의 국민에게 코로나19 지원금을 주겠다는 것. 사실 우리 같은 직접피해업종에게 줘야 하는 것 아닌가? 공연업, 여행업 등 직접피해업종은 지금 돈 줄이 말랐다. 매출이 나올 구멍이 모두 막혀 있어서 숨이 턱 막힌다.


  기사를 보며 한숨을 내쉬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5월에 잡힌 행사 주최측 전화이다.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왜 슬픈 예감은 늘 틀리지 않는가? 행사 취소 전화였다. 연기도 아니고 취소. 올해는 이 행사를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돈 한 푼이 중요한 때 많진 않아도 호흡기 역할은 해줄 수 있던 일이 코로나19가 내뿜는 악취에 소멸하고 말았다.


  더 큰 걱정은 앞으로이다. 예정되어 있는 몇 개의 행사들이 취소가 되면 정말 손가락만 빨아야 할지도 모른다. 사업을 하는 가까운 대표님들과 이야기를 나눠도 다 비슷한 이야기뿐이다. 상반기는 어떻게 버틸 수 있다. 하지만 이게 하반기까지 이어지면, 가장 성수기라고 할 수 있는 9월에서 11월까지 이 추세면 회사는 HP를 다 깎아먹고 휘청이는 스트리트 파이터 속 류처럼 작은 발차기 한 방에, 주먹질 한 방에 쓰러질지도 모른다. 두렵다.


  Y를 돌아보며 이야기했다. “힘들다.” 힘들다는 소리를 잘 하지 않는다. 그 모습을 보고 Y도 적잖이 놀랐나보다. 힘든 티를 내지 않고, 사실 잘 힘들어하지 않는 내가 그런 소리를 했다는 것에 미미한 충격마저 받았나보다. 그런 모습을 보이면 안 되는데 나도 모르게 그랬나보다. 마음 씀씀이 깊은 Y에게 마음의 짐을 준 것 같아 미안하다.


  투정은 오늘만 하기로 하자. 내일부터는 다시 정신 단단히 먹고 가야지. 상황은 변하지 않더라도 마음가짐은 다르게. 할 수 있다.

작가의 이전글 박찬순의 [암스테르담 완행열차]를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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