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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소매 붉은 끝동>, 드디어 꽃피운 '준호의 계절'

웨이브, 시리즈온 드라마ㅣ<옷소매 붉은 끝동>(2021)

by 아임유어엠버


“2PM 이준호입니다”


지난 12월 30일 방송된 <2021 MBC 연기대상>에서 이준호가 최우수 연기상을 받고 가장 처음 건넨 인사말이다.


2013년 데뷔작 <감시자들>을 필두로 영화 <스물>(2014), tvN 드라마 <기억>(2016), KBS 2TV <김과장>(2017), JTBC <그냥 사랑하는 사이>(2017~2018), JTBC <기름진 멜로>(2018), tvN <자백>(2019) 등 필모그래피를 꾸준히 쌓아온 ‘배우’가 가수로서 자신을 소개한 것은 이례적이다.




실제로 그는 시상식 바로 다음날인 31일 <2021 MBC 가요대제전>에서 사회를 맡으면서 임윤아와 함께 오프닝 무대를 꾸미기도 했다.


여기에 군백기 이후 2PM이 발표한 신곡 ‘해야해’, <나혼자산다> <아는형님> <라디오스타> 등 간간히 출연한 예능프로그램까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바야흐로 ‘준호의 계절’이라고 할 만하다.


그만큼 2021년 한해 이준호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로서 활약했다.


그는 앞서 2010년 SBS 토크쇼 <강심장>에서 “인기는 계절이다”라면서 “천천히 여유를 갖고 내공을 쌓다 보면 나중에 언젠가 내 계절이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고, ‘우리집’의 역주행과 <옷소매 붉은 끝동>이라는 좋은 기회를 만나 이를 증명해냈다.


말만 ‘준호의 계절’이 아니라, 실제로 그의 연기는 제철을 만난 듯 무르익었다.


<옷소매 붉은 끝동>은 다른 로맨스 사극과 다르게 왕의 짝사랑을 소재로 하다보니 로맨스 전개가 느린 편이다.


후반부인 15회가 되어서야 여자 주인공인 성덕임(이세영 분)이 이산(이준호 분)의 손을 잡으면서 둘의 마음 확인이 이뤄졌고, 키스‧합방‧출산‧이별 등 주요 러브라인이 마지막인 16~17회에 휘몰아쳤다.


왕세손이 왕이 되기까지, 수십 년에 걸친 시간 동안 성덕임이라는 여자 하나를 마음에 품는 이유를 시청자들에게 납득시켜야 한다는 고민도 있었을 테다.


그런데도 극이 지루하다고 여겨지지 않는 것은 이준호의 섬세한 감정 표현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애정을 갈구하는 남자를 연기하면서 비굴하지 않게 표현하는 배우는 이준호가 최초가 아닐까.


눈동자를 굴리는 것이나 얇게 흐르는 한줄기 눈물 마저 의도한 것 같은 정교함이 느껴진다.


이준호는 16~17회에만 해도 배우로서의 여러 얼굴을 보여줬다.


오랫동안 연모해온 덕임과 마음을 확인하고, 덕임에게서 임신 소식을 듣고서 보여주는 눈웃음은 데뷔 시절 이준호를 떠오르게 할 만큼 상큼한 매력을 발산했다.


역병으로 자식을 잃고 덕임 앞에서는 슬픔을 감추다가, 아무도 없는 동궁전에서 아들을 떠올리며 홀로 눈물을 쏟아내는 모습은 진한 부성애를 전했다.


특히 덕임이 “다음 생에는 모르는 척해달라”는 말을 남긴 후 죽었을 때 보여준 이준호의 절규는 10년이 지나도 회자되는 <해를 품은 달>의 이훤(김수현 분) 눈물 연기와 맞먹는다.


이준호의 인생 연기가 녹아든 <옷소매 붉은 끝동>은 웨이브(wavve)와 쿠팡플레이에서 다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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