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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별꽃 Dec 21. 2022

이성민이 삼성 이병철?이건희?...'재벌집 막내아들'

드라마를 보고서

요즘 직장인들 점심시간 토크 단골 소재가 바로 JTBC 금토일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이다. 금토드라마도 아니고 주말드라마도 아니고 금토일드라마라니! 톱스타 송중기를 내세운 만큼 드라마 역사에 보기 힘든 파격 편성이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재벌 총수 일가의 오너리스크를 관리하는 비서가 재벌가의 막내아들로 회귀해 인생 2회차를 사는 판타지 드라마다. 순양그룹 기획조정본부 산하 미래자산관리팀장 윤현우(송중기 분)는 해외에 숨겨진 자산을 순양에 귀속시키라는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려던 찰나 죽임을 당했고, 1987년으로 돌아가 순양그룹 진양철(이성민 분) 회장의 막내 손자 진도준으로서 인생 2회차를 맞으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흥미로운 것은 직장인들이 이 드라마에 대해 나누는 대화가 “송중기가 잘생겼네”, “이성민이 연기를 잘하네” 하는 수준 그 이상이라는 점이다. 극 중 ‘순양그룹’과 창업주 진양철에 얽힌 주요 에피소드들이 삼성, 현대 등 우리나라 주요 대기업들을 떠올리게 한다는 의견들이 많다.      


배우 이성민은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진양철 순양그룹 회장을 연기했다.

먼저 순양그룹의 경우 삼성과 현대의 특징을 골고루 섞어놨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진양철이 정미소로 첫 사업을 시작해 오늘날의 순양을 일궜다는 스토리는 삼성그룹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이 마산협동정미소로 사업을 시작했다는 실화와 맞아떨어진다.      


진양철이 초밥에 든 밥알의 개수를 주방장에게 묻고 점심엔 320알, 저녁엔 280알이 좋다고 일러주는 장면은 과거 이병철 회장과 신라호텔 주방장과의 에피소드를 떠오르게 한다. 진양철이 모두의 반대에도 반도체에 애착을 보여 투자하는 장면도 사재를 털어 한국반도체를 인수했던 이병철 회장의 결단을 잘 고증해낸 장면이란 분석이다.


진양철의 강한 경상도 사투리, 윗테가 두꺼운 뿔테안경, 깔끔하게 빗어넘긴 헤어스타일 등은 이병철 창업회장과 닮아있다.     


진양철은 최근 LX세미콘을 통해 ‘반도체의 꿈’을 실현 중인 구본준 LX그룹 회장과도 어떤 면에서 흡사하다. 1997년부터 1999년까지 LG반도체 대표를 맡았던 구 회장은 일찍이 미래 먹거리로 반도체 사업을 점찍고 사업 확장에 힘썼지만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사태 당시 정부가 주도한 ‘빅딜 정책’으로 LG반도체를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에 넘겨야 했던 아픈 과거가 있다. 20여년전 구 회장의 '못다 이룬 반도체 꿈'이 LX세미콘을 통해 현실화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왼쪽)과 이건희 선대회장.


진양철의 모티브가 이건희 삼성 회장이 아니냐는 분석도 존재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진양철 회장이 대영과 아진자동차 인수전 당시 자동차에 애착을 갖는 모습은 실제 자동차 마니아였던 이건희 삼성 회장을 모티브로 한 듯하다”며 “다만 순양그룹이 한도제철을 인수한 대목은 ‘현대제철’을 인수의 방식으로 갖게 된 현대그룹의 이야기를 가져다 쓴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밖에도 이 드라마에서 국내 총수 일가와 오버랩 되는 설정은 더 있다. 진도준(송중기 분)이 미국에서 ‘도넛’이란 우연으로 만난 조력자 오세현(박혁권 분)을 위해 뉴욕의 도넛 브랜드를 수입해 프랜차이즈를 전개하는 장면의 경우, 신동빈 롯데 회장이 유학 시절 즐겨 먹던 ‘크리스피 크림 도넛’을 수입해 대박을 터뜨린 일화와 비슷하다.     


경영권을 둔 형제들의 승계다툼도 현실반영의 사례다. 현대가의 경우 2남인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과 5남 정몽헌이 2000년 현대그룹 공동회장직을 놓고 갈등한 ‘왕자의 난’이 있었다. 삼성에선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이 2012년 호암(이병철 창업회장)의 상속재산을 두고 동생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한 일화가 있다.     


진도준의 어머니 이해인(정혜영 분)의 설정은 롯데그룹을 연상시킨다. 이해인은 '미스순양' 출신 여배우인데, '미스롯데' 출신으로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과 사실혼 관계를 유지한 서미경 씨의 설정을 가져왔다고 보여진다. 진양철 회장의 라이벌 주영일 대영그룹 회장은 이름부터 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떠올리게 한다.     


드라마는 LG그룹을 위기로 몰아넣었던 2000년대 초반 카드 대란도 다뤘다. 당시 정부는 IMF로 위축된 국내 소비를 되살리기 위해 신용카드 발급을 장려했는데 이 과정에서 카드사들의 출혈 경쟁이 시작됐고, 경제적 능력 없이 카드를 발급받은 수많은 이들이 빚을 갚지 못하면서 대란으로 이어졌다. LG그룹은 카드대란 여파로 업계 1위였던 LG카드를 신한금융그룹에 매각했는데, 드라마에서는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증이 인다.     


재벌집 막내아들의 영리함은 이처럼 현실을 떠오르게 하는 여러 설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논란을 낳지 않는단 데에서 나온다. 한 인물, 특정 기업만 녹였다면 논란이 있었겠지만 여러 기업이 연상되는 일화들을 적절히 배합해 민감성을 피한 것이 신의 한수로 작용한 듯 하다. 더불어 그만큼 현실감있게 드라마를 만들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니 작가에게 박수를 쳐줘야 하지 않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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