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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현 May 22. 2019

1년간 싱가포르에 이력서 200개 이상 넣어 본 결과

갓 대학 졸업 한 신입이 싱가포르에서 이력서 200개 넣어 본 결과다

1년간 싱가포르에서 신입이 이력서 200개 이상 돌려 본 결과


사회 신입으로서 넘치는 패기를 주체하지 못하기에 나오는 근자감#1



싱가포르 라플즈의 빌딩들


2015년부터 나는 대학 졸업 후 나는 취업이 매우 절실했다. 싱가포르의 라플즈 시티에 가면 정말 아시아의 허브라 불리는 싱가포르의 높고 멋진 빌딩들이 죽방을 후려친 듯 입이 떡 벌어진다. 아시아의 월스트릿 같은 싱가포르의 라플즈는 사회 초년생인 나에게 존재만으로 정말 엄청난 꿈과 희망을 주었고 나도 언젠가 저런 높은 건물들에서 일을 하는 멋진 직장인이 되고 싶었다.


사회 초년생인 나는 의욕 충만에 무언가 하면 전부 다 잘되지 않을까 하는 오만함에 사로잡혀 있었다. 물론 지금 하는 얘기는 4년 전 2015년도의 이야기다. 외국인 근로자를 줄여나가고 있는 싱가포르의 취업은 지금 힘들면 힘들었지 과거보다 편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싱가포르엔 취업비자가 wp, sp, ep 이렇게 세 가지가 존재한다. 물론 트레이닝, 인턴쉽 비자는 제외했다. 아마 싱가포르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 중 이 세 가지의 비자가 사실 어떻게 다른지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wp는 약간 노동자 느낌이 강한 비자이고, sp는 사무직 초년생이 받는 비자, ep는 무언가 더 프로페셔널 한 비자라는 느낌이 강하다. 보통 wp는 공장 혹은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을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는데 어느 순간부터 한국인도 wp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사회 초년생에 wp를 받으면 후에 불이익이 많고, sp나 ep로 갈아타는 것도 매우 힘들다는 얘기가 많다. 그런 이야기들 때문에 나는 wp는 기어코 받지 않기 위해 적어도 sp나 ep를 줄 수 있는 회사만을 찾아보고 알아보고 찾아 헤맸다. wp가 좋다 나쁘다는 이번 주제에서 다룰 계획은 아니고 더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도록 한다.


어쨌든 오늘은 싱가포르에 사회 초년생으로서 이력서를 돌리고 돌렸을 때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솔직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그럼 우선 이야기를 시작하기 앞서 부끄러운 결과물부터 한번 보자.



2015년도에 지원했던 회사 목록 및 결과


위의 내용은 2015년도에 지원했던 회사 목록이다. 보면 알겠지만 저렇게 작성한 목록은 50개 정도인데, 지원한 회사가 50개를 넘는 순간부터 저 표를 작성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서 더 작성하지 않았다. 참고로 담당자 이메일은 일부로 가렸고 H셀에 보면 비참한 결과를 볼 수 있다.


나의 지원 분야를 보면 물류 산업에도 지원을 많이 했었고, 아래 더 내려가면 회계, 인사, 세일즈 등등 다양한 포지션에 무수히 많이 지원을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90프로 이상 포지션에서 연락 한통 오지 않았고, 면접을 보자고 연락이 온 곳에서는 영주권 소지자가 아니니 그냥 오지 말라는 이야기뿐이었다.


하지만 젊은 패기로 똘똘 뭉친 나는 고작 이 정도에 밀리지 않았다. 평일에 날 잡아서 이력서 100장을 준비했다. 거지 같은 행색으로 슬리퍼를 질질 끌고 인쇄 방에 가서 돈 내고 이력서 100장을 받아 올 때 무언가 시작하는 그 느낌이 너무너무 좋았다. 햇 살은 밝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이력서 100장을 들고 문방구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초록색의 이쁜 풀잎 모양의 종이에 눈이 꽂혀 여러 개를 사서 이력서에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붙였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좋았어 이제 모든 것이 완벽하다.. 너네가 안 오면 내가 직접 회사의 문을 두들기고 찾아볼 것이다!!"


그렇게 100장의 이력서를 들고 무작정 콘크리트 정글 같은 라플즈로 향했다. 첫인상이 가장 중요하기에 나는 정장을 쫙 빼입고, 이력서를 들고 무작정 높은 건물들에 들어갔다. 건물 앞 회사들의 리스트가 보였다. 어떤 곳은 보안상 건물에 들어갈 수 없었다. 그런 곳은 어쩔 수 없이 스킵했고, 출입이 자유로운 곳도 충분히 많았기에 일일이 방문하는 것이 가능했다. 프런트 데스크에 이력서를 주기도 했고, 뭔가 높은 포지션에 있을 법한 인상을 갖고 지나가는 휙 하고 지나가면 얼른 따라가서 나의 모든 디테일이 적혀있는 이력서를 받아달라며 웃음과 함께 전해주었다.

싱가포르 라플즈 거리



세상을 만만하게 본 뉴비의 허탈감 #2


이틀이 지났을 무렵 뽑았던 100장의 이력서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었기에 나는 잡 스트릿에 들어가 매일매일 업데이트되는 새로운 포지션에 지원을 하였다. 참고로 그 당시 나는 한국인을 뽑는 포지션에 들어가기는 싫었다. 나 스스로가 인정받고 싶었고, 한국어를 필요로 하지 않는 오로지 나의 능력만을 필요로 하는 포지션에 들어가고 싶었기에 다양한 포지션에 이력서를 던졌다.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나고 나서 나는 전쟁에서 패배하고 돌아온 패잔병이 되어있었다. 빌어먹을 이력서는 현재 어디에서 나뒹굴고 있는 건지.. 나도 모르는 어딘가의 쓰레기통에 처박혀 있을 것 같고. 1프로의 기대 확률도 너무나 컸는지 100개 이상 돌린 소식 없는 이력서는 나를 더 비참하게 만들어 주는데 크게 한몫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한국 회사에는 정말 들어가기 싫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해외에서 나와 일을 하는 건데 한국 회사에서 일할 거라면 한국에서 일을 해야지 왜 외국에 나와서까지 한국 회사에서 일을 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계속되는 패배와 높은 현실의 장벽은 나를 점점 낮게 만들었고 어느샌가 나는 시키는 일이라면 무엇이라도 할 준비된 잡부가 되어있었다.


나는 대학교에서 경영학과를 전공하고, 경영과 관련된 업무를 하고 싶었는다. 아니면 펀드나 금융 쪽에서 일하는 것도 꿈꿨었다. 계속된 패배로 인해 1년이 지난 후부터 내가 여기에서 무얼 하고 있는지 서서히 목적이 흐려졌다. 취업이 목적이었는지 아니면 하고 싶은 포지션에서 일을 하는 것이 목적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어느새 나의 전공과 전혀 관련 없는 고객 서비스 포지션에도 이력서를 넣고 있는 나 자신이 보였다.



나만 빼고 다 잘되는 세상 #3


나와 같이 신입으로서 싱가포르에서 취업을 준비하는 한국인들은 생각보다 취업이 다 잘 되었다. 그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기준을 낮추면 된다. 1. 한국인을 필요로 하는 포지션에 지원한다, 2. 비자 종류에 상관없이 주는 대로 받는다. 3. 한국인 회사에 들어간다. 요 세 가지 중에 하나라도 본인이 상관없다면 생각보다 취업의 문턱을 낮출 수 있다. 물론 이 기준은 신입을 기준으로 하는 얘기이다.


만약 당신이 어떤 특정한 분야에 기술 혹은 전문 지식과 경력을 갖춘 상태로 취업을 준비한다면 위의 세 가지 요건과 관련 없이 취업이 가능하다.



결론#4


싱가포르에서 1년 간 별의별 방법으로 취업의 문턱을 두드려 본 결과 신입으로서 취업하는 것은 정말 힘들었다. 서류 전형과 면접을 통과한 후에도 비자 신청에서 리젝도 당해보았기에 신입으로서 싱가포르에 취업을 하는 것이라면 정말 말리고 싶다. 만약 당신이 IT 관련 특정 분야의 전문 지식 혹은 기술을 갖추고 있던가, CPA나 CFA 혹은 ACCA 등등 전문 자격증을 갖고 있다면 취업의 가능성은 훨씬 높아진다.



참고로 호텔이나 요식업계 같은 서비스 직종이라면 그냥 스스로 올바른 길이 맞는지 다시 한번 돌아보면 좋을 것 같다..



싱가포르에 취업률을 높히고 싶은 사람이라면 최소한의 2년 정도의 경력을 만들고 오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회사에서 채용이 되는 것뿐만 아니라 비자 진행 시 싱가포르 정부에서는 출신 대학교 등급과 다녔던 회사의 규모, 그리고 전공과 자격증 모든 것을 종합하여 이 사람이 비자를 받아도 괜찮을 사람인지 판단한다. 게다가 확실히 보면 경력 있는 사람이 훨씬 유리하다. 뿐만 아니라 합법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일을 시키는 곳이라면 철저하게 배제해야 한다. 가장 근본적으로 비자 없이 일 시키는 것 자체가 불법이고 일 하는 것조차도 불법이기에 비자 없이 일을 시작하라 한다면 가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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