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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현 Jun 09. 2019

외국 회사 1일 차 리뷰

외국계 대기업에서 첫날은 어떨까요



#외국 회사 1일 차 리뷰



누구나 그렇듯 처음은 가장 떨리고 가장 설렌다



나이와 상관없이 무언가 새로 시작한다는 것은 떨리기 마련이고 나의 기대치에 얼마나 부합할지 궁금하기에 가장 설레는 순간이다.


나는 얼마 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포춘 500대 기업에서도 상위권에 속하는 매우 큰 대기업으로 직장으로 옮기게 되었다. 다니던 직장은 2년 조금 넘는 시간을 같이 보냈고 정말 만족하며 일을 했다. 전 직장은 사람들도 착하고 좋았으며, 하는 업무에 대해서도 불만은 전혀 없었고 정말 편하고 좋은 직장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직을 선택했다.



내가 이직을 하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우선 첫 번째로 연봉을 올리기 위함이다. 국내와 국외 상관없이 연봉을 올리기엔 사내에서 올려주는 연봉보다는 이직해서 올리는 연봉이 더 높을 수밖에 없다. 물론 돈이 항상 우선은 아니지만, 기존에 다니던 회사보다 월급을 더 준다기에 나는 이직을 선택했다. 요즘 흔히 말하는 자낳괴는 특별한 누군가가 아닌 사실 대부분의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존재하지 않을까 싶다.


두 번째로 이직하게 된 이유는 업무이다. 나는 현재 업무도 굉장히 만족스러웠지만 미래를 생각해서 더 많은 업무를 배우고 싶었다. 내가 아는 분야가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지만 같은 분야에서도 회사마다 다루는 방법과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갈증을 느끼고 새로운 방향으로 접근하는 법을 배우고 싶었다.


세 번째로는 회사의 규모적인 측면이다. 내가 돈을 적게 벌고 많이 벌고를 떠나서 이직을 할 때 나는 회사의 규모도 어느 정도 확인하는 편이다. 크면 클수록 좋지만 작으면 작을수록 안 좋은 게 일반적이다. 물론 복지가 매우 좋은 중소기업도 존재하겠지만 일반적으로 보면 큰 회사가 더 좋은 게 당연하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지금 회사에서 일을 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큰 곳에서 작은 곳으로 가기는 쉽지만 작은 곳에서 큰 곳으로 가기는 더 어렵기 때문에 회사 규모적인 측면을 배제할 수 없었다.



위와 같은 이유들로 전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직장에 첫 출근을 하였다.



회사의 드레스코드는 포멀 캐주얼이다. 이전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로 포멀 캐주얼이라는 드레스코드로 바지와 남방 등을 걸쳐 입고 회사에 첫 출근을 하였다. 나름 스스로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라는 오만함을 품고 터벅터벅 사무실에 도착했는데 모두가 와이셔츠에 면바지 구두를 신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나 혼자 덩그러니 사무실 분위기에 맞지 않은 복장으로 영암 벼 밭에 우두커니 서있는 허수아비처럼 굉장히 눈에 띄었다. 물론 분위기 파악이 끝나고 나서 곧장 남방의 단추들을 잠갔지만 때 묻지 않은 하얀 운동화는 나의 창피함도 모르는지 그날따라 눈부시게 빛났다.


입사 첫 날의 내 모습


내가 사무실에 들어와서 느낀 분위기는 여태 느꼈던 다른 회사와는 사뭇 달랐다. 일반적으로 새로운 직원이 입사하면 보통 인사하고 다들 반갑게 맞이해주는데, 여기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아마 회사가 커서 그런지 각자 자기 할 일만 하며 나에게 눈곱만큼도 신경 써주지 않았다. 물론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된다고 그런 분위기가 나에게 맞지 않다면 둘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떠나던가 혹은 적응을 하던가. 물론 나는 후자를 택했다. 누구보다 이 분위기와 환경에 잘 적응해 나갈 것이다. 하지만 자기소개해주지 않아서 사실 아쉬웠다.


두 번째로 느낀 건 회사가 크다 보니 정말 글로벌이라는 단어가 와 닿았다. 와칸다 포에버에서만 보던 아프리카 계열 직원부터, 남미와 유럽, 러시아, 인도, 등 모든 직원들을 세계지도 위에 세워두면 꽉 찰 것 같이 다양한 인종들이 섞여있었다. 이러다 보니 영어 하나를 쓰는데도 악센트가 각양각색이라 말할 때 나는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사실 업무 첫날엔 많이 배울 것이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나의 사수분이 다음날 휴가를 길게 갔다 오기 때문에 이것저것 정말 많은 것들을 알려주셨다. 사수분에게 죄송하지만 그분에게 정말 많은 것들을 하루 동안 배웠지만 사실 어떻게 하는지는 모른다. 죄송합니다.


오전부터 이것저것 주입식 교육으로 빡빡하게 머릿속으로 집어넣었다. 오전이 끝나도록 내가 아는 사람은 내 사수 분 한 명뿐이다. 사수 분도 오래는 아니지만 몇 개월 동안 사무실 내에서 친구를 만들진 않으신 것 같았다. 둘이 같이 점심을 먹으며 회사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들었다. 내가 사무실에서 느꼈던 분위기와 느낌들은 전부 맞아떨어진 듯했다.


오후도 별 일 없이 힘들게 주입식 교육으로 이것저것 필요한 것 들 전부 머릿속에 때려 박고 어디서 주워온 것 같은 후줄근한 노트에 불이 붙도록 적어 내려갔다. 나의 불 튀기는 볼펜과 노트를 아셨는지 다행히 사수분께서는 친절하게 설명해주시며 알려주셨고 나는 부담 없이 머릿속에 담아둘 수 있었다.



죄송하지만 다 까먹었습니다.



회사 첫 째날이라 사실 이런저런 기대를 하고 갔는데, 특별한 것 없이 계속 듣고 적고 이야기하고 이게 전부였다. 아직 회사에 대해 모든 것을 파악할 수는 없지만, 사수분이 떠나는 자리를 메울 수 있는 완벽한 대기업의 부품이 되기 위해 조금이라도 더 열심히 배워야 할 것 같다. 이 전 회사에서는 시간이 지나고 업무가 익숙해지면서 나름 팀에서 에이스가 되었다. 열심히 하고 잘하다 보니 어느 순간 남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있었고, 자신감도 많이 붙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 회사에서는 업무를 잘하면 눈에 띄진 않더라도 별 일 없이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잘 처리 못한다면 눈에 띌 것 같은 분위기다.


일을 잘 처리해야 한다는 서로간의 약속


회사가 크다 보니 팀원도 정말 많고 규모도 큰 것을 피부로 느꼈다. 일 시작한 지 하루밖에 되지 않았지만, 책상 앞에 앉아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말 똑똑해 보였다. 사수분께서 말하시길 자신의 분야에서 경력도 꽤 오래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영어 구사력이나 분야에 대한 깊이가 정말 깊고 똑똑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배울 것이 많다고 하셨다.


나는 아마도 앞으로 이 회사에서 사고를 많이 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눈 앞을 가린다. 그렇지만 못해도 1년은 버텨볼 계획이다. 3년을 버티면 서당개도 풍월을 읊는다고 한다. 적어도 서당개보단 잘할 자신이 있기에 6개월 동안 힘들게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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