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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이스 Apr 25. 2021

다시 돌아오지 않을 셋 리스트

포르테 디 콰트로 스페셜 콘서트, 롯데 콘서트홀, 2021.04.08.

  지난달에 이어, 또다시 롯데 콘서트홀에 갔다. 모처럼 포르테 디 콰트로가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콘서트다. 네 남자는 이번에도 이 콘서트홀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훈정이 형은 이곳을 너무 사랑하신다. 다른 콘서트홀이 알면 삐칠 정도!) 앞으로 포디콰가 안방처럼 이곳에 자주 드나들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럼 나도 참새가 방앗간 드나들 듯하겠지..)  


  밀레니엄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합을 맞춘 포디콰는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에너지와 열정을 쏟아부었다. 이번 공연의 set list는 벼리 군의 취향대로 채워졌다. 벼리에게 맡겨놨더니 다 대곡(大曲)이라며 멤버들의 원성이 자자했지만, 결국 수락한 게 자신들이라며 금방 원성을 거둬들였다.


  현수 군은 너무 힘들어서 리허설하면서 무대 단상에 쭈그려 앉아 있었다고 한다. (ㅋㅋ) 근데, 사실 포디콰 노래 중에 대곡이 아닌 게 있나. 그리고 그들이 쉬어가며 대충 부른 노래가 있었나. 네 남자는 어떤 노래를 하더라도 영혼을 갈아서 화음을 뽑아낸다. 그들의 목과 이마에 도드라지는 힘줄을 보는 게 안쓰럽긴 해도 낯설지 않다. 그래도 이번엔 오케스트라에 묻히지 않는 소리를 내야 해서 그런지 에너지를 폭발시키는 게 느껴졌다. 훈정이 형과 현수 군은 노래할 때 얼굴에 피가 쏠린 게 보일 정도다. 다른 때도 열창할 때 목과 얼굴이 벌게지긴 했지만, 이번엔 저러다 입에서 불이라도 뿜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네 남자가 마치 작은 용 같았다. (ㅎㅎ) 그들은 한 곡 한 곡 할 때마다 생명이 고갈되는 사람처럼 힘들어하는데, 듣는 나는 눈물이 맺힐 정도로 황홀했다.


  태진 군이 깔끔하게 밀레니엄 오케스트라와 최영선 지휘자님을 소개했다. 지휘자님을 보니, 넷이 아니라 다섯이 노래 부르는  같다고  태진 군의 말이 이해됐다.  분은 거의 춤을 추듯이 너무 열정적으로 지휘하신다. 뒷모습만 봤지만, 땀이 맺힌 얼굴이 느껴질 정도다.  콘서트 끝나고 3kg 정도 빠지셨을  같다.


“기적을 노래하는 건 미라클라스가 아니에요, 저희예요.”


  훈정이 형의 단호한 멘트에 살짝 웃음이 났다. 지당하신 말씀! 너무 상투적인 말이지만, 포르테 디 콰트로의 음성은 매 순간이 선물이고 기적이다, 나에게는.


  이번 콘서트는 현수 군 말마따나 많은 선생님들이 도와주셨다. (늘 도와주시긴 하지만) 모 선생님(모차르트), 비 선생님(비제), 차 선생님(차이코프스키) (오늘의 셋릿에는 없었지만) 말 선생님(말러) 등, 여러 선생님들의 영혼이 포디콰 콘서트 때마다 네 남자를 수호하는 것 같다. 선생님들을 언급하며 현수 군이 중얼거리니, 훈정이 형이 크게 말하라고 한마디 했다. 현수 군은 보란 듯이 마이크에 대고도 (일부러) 조곤조곤 말했다. 이 분은 반항도 어찌나 깜찍하게 하는지.. (ㅎㅎ) 요즘 드라마에 ‘라크리모사’가 배경 음악으로 종종 나오는데, 현수 군은 포디콰 버전이 아니라서 마음에 안 든다고 했다. (Ditto!!)


  형은 중간중간에 포르테 디 콰트로와 밀레니엄 오케스트라가 처음 협연한 것 같지 않게 잘 맞는다며, 깨알같이 어필했다. 포디콰 노래 중에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부를 수 있는 곡이 많다고 강조했다. 이 형의 질척댐은 이제 익숙하다. 하고 싶은 말을 담아두지 않고 반드시 하고야 마는 집념의 소유자, 포디콰의 리더 훈정이 형은 깨알 홍보나 질척대는 멘트도 아주 매력적으로 하는 신비한 능력의 소유자다. 형은 또 (지휘자 쌤의 얼굴을 정면으로 보는 대신 포디콰 네 남자의 등만 봐야 했던) 무대 정면 좌석에 앉은 관객들을 위해 돌아서서 Notte Stellata 아카펠라를 하자고 제안했다. (이런, 속 깊은 남자 같으니라고..)    


콘서트가 끝난 후



포디콰를 위한, 벼리 군에 의한, 벼리 군의

SET LIST

     

✰ FORTE DI QUATTRO special concert in ORCHESTRA 1부>  

♪ Il Libro Dell’Amore  

♪ 단 한 사람

♪ Senza Parole

♪ Fantasma D’Amore

♪ 베틀 노래

♪ 빛의 사랑

♪ Lacrimosa

♪ 도시의 오페라

  (중간에 차이코프스키 선생님께서 껴 있으심)


✰ FORTE DI QUATTRO special concert in ORCHESTRA 2부>  

♪ Miserere

  (‘같은 고씨지만 난 고은성과 다르다!’ 팀 루오모의 후일담. 태진 군이 강력하게 추천했던 곡으로 ‘무지카’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권서경을 훈정이 형이 멱살 잡아끌고 불렀던 노래)  

♪ Stella Lontana

  (오래간만에 들었더니 심장이 급속 동결됐다 해동됨을 무수히 반복함)  

♪ 외길

  (차이코프스키 선생님 담당 벼리 군의 익숙한 설명이 곁들여짐)

♪ 겨울소리

  (줄기차게 겨울뿐 아니라 사계절 내내 부를 거라고 선언을 함. 7분 20초가 빛의 속도로 순삭 됨. 개인적으로 제발 커버 곡 CD 내달라고 백일기도 하고 싶은 심정)

♪ Ave Maria

♪ Comes True

  (벼리 군이 선언함. 이 셋릿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엄청 힘든가 보다. 관객들은 엄청 좋은 데!!!)   

♪ Der Hölle Rache kocht in meinem Herzen

   (노래하기 전, 벼리 군은 이 노래가 이렇게 두렵게 느껴진 적이 없다고 함. 난 이 '밤의 여왕 아리아'를 이번엔 못 들을까 봐 두려웠는데)


✰ 마지막까지 벼리 군이 야심 차게 준비한 앙코르>  

♪ Lucente Stella (위풍당당 행진곡)

   (훈정이 형이 요즘 식단 조절하는데, 이 노래 부르면 집에 가서 굽네치킨 한 마리 먹어야 할 것 같다는..)

♪ Adagio

   (진짜 마지막... ㅠㅠㅠ)



롯데 콘서트홀


  콘서트가 끝날 때마다 깊은 한숨이 나온다. 포디콰가 저렇게 무대 뒤로 사라지면 또 언제 보나. 그나마 방송에서라도 보는 게 큰 기쁨이었는데 <팬텀 싱어 올스타전>도 끝났다. 화요일 밤의 두 시간을 누가 삽으로 푹 파버린 것 같다. 이제 허전한 그 시간을 뭘로 채워야 하나.


  올스타전 마지막 방송에서 태진 군이 눈물 흘리는 모습을 봤다. 처음이다, 그의 눈물을 보는 것은. 앞에서는 한태인과 1000% 싱크로율을 뽐내는 복불복 쇼를 하며 웃겼는데. (태진 군이 이런 재간둥이일 줄이야. 간만에 밤에 횡격막을 들썩이며 웃었다)

그러던 태진 군이 Il Libro Dell’Amore를 포디콰가 아닌 다른 멤버들이 부르는 모습을 보면서 끝내 눈물을 보였다. 5년 전 방송에서 이 노래를 처음 불렀던 때가 생각났다고 한다. 그 이후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쳤을 것이다. 나도 보면서 뭉클하고 찡했는데 노랠 불렀던 태진 군은 오죽했을까. 이 노래는 포르테 디 콰트로의 시그니처이자 팬텀 싱어의 아이덴티티 같은 곡이 됐다. 원곡 가수인 주케로(Zucchero) 보다 아마 포디콰가 이 노랠 더 많이 불렀을 것이다. 포르테 디 콰트로가 21세기에 다시 쓴 ‘사랑의 책’은 그동안 포디콰 콘서트에서 수십 번 봐왔던 네 남자의 화음과 무대 매너와 더불어 앞으로는 손태진의 눈물 한 방울로 기억될 것 같다. 태진 군을 울게 한 아름다운 노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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