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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이스 Jun 21. 2021

언플러그드에 진심인 편인 포르테 디 콰트로

언플러그드 앙코르 콘서트, 롯데 콘서트홀, 2021.05.30.

  FDQ 콘서트는 역시 직관해야 온전히 그들을 느끼고 즐길 수 있다.


  지난 4월 25일 『포르테 디 콰트로 언플러그드』 고양 콘서트에 다녀왔다. 이어서 5월 30일 앙코르 콘서트도 다녀왔다. 마음 같아서는 지방 콘서트까지 모두 가고 싶었지만, 내 행동반경의 물리적 한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발 닿는 곳까지만 갔다. 같은 것 같지만 매번 다른 언플러그드 콘서트를 세 번이나 직관했는데, 그동안의 무대들을 반추해보니 여전히 심장이 쫄깃해지고 가슴이 울렁거린다. 보면 볼수록 더 보고 싶어지는 포르테 디 콰트로. 그들 완전체가 세 시간 가까이 무대를 장악하며 음압으로 객석을 후려치는 콘서트를 언제 또다시 볼 수 있을지, 그날이 머지않길, 앙코르 콘서트가 끝나 객석에서 일어나는 순간부터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머리 색깔이 밝은 태진 군, 어제 이발한 벼리 군(4월 25일 고양 콘서트 때), 작고 소중한(고양 콘서트 때 현수군 피셜) 뮤지컬 배우 훈정이 형, 그리고 그냥 테너(ㅎㅎ) 현수 군, 이 네 남자의 언플러그드 콘서트는 이제 포르테 디 콰트로의 시그니처로 자리 잡았다.

  이 공연은, 2000년대 캐리 언니(Mariah Carey)가 MTV에서 보여준 언플러그드 이후에 한동안 잊고 있었던 내게  ‘언플러그드’를 새롭게 각인시켜준 설레는 이벤트가 되었다. ‘맥도널드에 빅맥이 있다면 포디콰에는 언플러그드가 있다’고 그들 스스로가 말할 정도니 뭐. (ㅋㅋ)


  고양 콘서트엔 벼리 군 부모님께서 오셨다고 한다. 벼리 군 부모님은 포디콰 콘서트마다 꼭 오신다고 한다. 이 날 레떼 아모르의 길병민 군도 객석에서 포착되어 한때 술렁거렸다. 형들의 콘서트를 참관하러 온 듯하다. (기특한 친구 같으니라고..)


  마스크를 쓴 관객들은 무대를 경청하고 손뼉 치는 것 외엔 포디콰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그래서인지 ‘너희 관객들은 박수만 쳐! 함성은 우리가 지를게~’하는 네 남자의 패기가 안타까우면서도 웃겼다. 언제쯤 이들을 향해 걱정 없이 마음껏 함성을 지르며 열광할 수 있을까. 이렇게 콘서트를 직관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지만 종종 마음이 짠해진다.



♡ 포디콰에게 하고 싶은 플렉스 


  4월 이후 한 달 만에 다시 본 포르테 디 콰트로 멤버들에겐 미세한 변화가 감지됐다. 태진 군의 머리색은 더 밝아졌고, 훈정이 형은 뮤지컬 때문인지 더 마른 것 같다. 현수 군은 오랜만에 턱수염을 장착했고, 벼리 군은 변함없이 한결같은 벼리 군 그 자체였다. (ㅎㅎ) 언플러그드 콘서트를 롯데 콘서트홀에서 시작해 롯데 콘서트홀에서 마무리하게 됐다며, 네 남자는 무척 흡족해했다.

  현수 군이 안방에 온 느낌이라고 하자, 형은 근데 왜 땀을 흘리느냐고 했다. 그렇게 많은 무대에 서고 수천 번 노래를 했어도 현수 군은 늘 긴장한다.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들을 지켜보는 나도 때때로 긴장할 때가 있다. 대게 설렘을 동반한 흥분으로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는데, 그들은 완전히 방전될 때까지 팽팽해진 신경을 견디며 버틸 것이다. 이곳이 집같이 편안하다는 멤버들에게 형이 깨알 같은 한마디를 날린다.

  “이게 집이면 관리비는 얼마나 나오겠어요.” (ㅋ)

  내 마음 같아선 롯콘 홀을 이렇게 좋아하는 포디콰에게 ‘옛다, 가지세요~’ 하면서 (롯콘 홀보다 더 좋은) 포르테 디 콰트로 전용 콘서트 홀을 하나 지어주고 싶다. (불가능하지만 마음만은 진심~ ㅎㅎ)


포디콰가 내 집 같다고 한 롯데 콘서트홀


  벼리 군은 이 앙코르 공연은 녹화 중이니 중간에 무대에 난입하면 안 된다고 관객들에게 주의를 줬다. (아, 벼리 군.. ㅋㅋㅋ) 늘 하던 태진 군 대신 이번엔 벼리 군이 연주자들을 소개했다. 중간에 살짝 버퍼링이 걸렸지만 잘 넘어갔다. (ㅋㅋ)


♪ Lacrimosa

♪ White as Lilies(백합처럼 하얀)

♪ Fix You


  네 남자의 노래를 들을 땐 어김없이 울컥한데, 노래가 끝나고 멘트가 시작되면 눈물이 쏙 들어가고 낄낄거리게 된다. 이건 포디콰 콘서트를 직관해야만 체험할 수 있다. 지난번 언플러그드와 구성은 비슷하지만, 이번엔 ♪Notte Di Luce와 ♪Astra(별의 노래)가 빠졌다. 유산균이 톡톡 터지는(?) 모습을 형상화한 별의 노래를 들을 수 없어 좀 아쉬웠다. 들으면 장이 편안해지고 몸에도 좋은 노래인데. (ㅋㅋ 포디콰 피셜)


♪ Senza Parole

♪ Il Libro Dell’Amore


  전주로 월광 소나타가 흐르는 ♪Senza Parole.

  이번에도 어김없이 ♪Il Libro Dell’Amore의 전주가 새롭다 싶었는데, 음악 감독 오은철 씨가 자작곡을 끼워 넣었고 한다. 지난 콘서트에서는 전주에 이선희의 ‘인연’이 나왔었다. 송영주 쌤도 그랬지만, 이 분들은 ♪Il Libro Dell’Amore의 전주를 매번 새롭게 편곡해서 들려주는 데 재미 들린 것 같다. 관객 입장에선 노래를 다채롭게 들을 수 있어서 좋다.   



♡ 「기도하는 사람들」의 단독 콘서트를 기다리며..


♪ 비련 (코러스. 김현수, 손태진, 이벼리)


  드디어 「기도하는 사람들」의 무대가 시작됐다.  '기도하는 사람들'은 성경 공부 모임이나 예배 모임처럼 들리지만, 방송에서 형이 터뜨린 노래 한곡 때문에 결성된 신박한 그룹이다. 처음엔 훈정이 형 혼자 아카펠라로 부르더니, 고양 콘서트 땐 ‘기인들(기도하는 인간들)’이 결성됐고, 다시 업그레이드된 듯하다. 언플러그드하면서 자연스럽게 생성된 이 팀은 훈정이 형, 오은철 씨, 박용은 비올라 쌤이 정예 멤버다. 형이 어김없이 ‘기도하는~~’을 외치며 ♪비련을 열창했다. 고양 콘서트 땐 포디콰 세 남자는 오르간 의자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구경했는데, 이번엔 코러스가 되어 즉석으로 합류했다. 절대 사전에 짠 거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팀워크 테스트를 한다. (ㅋㅋ)


  ‘물새에게 물어보리라~ 물어보리라~ 몰아치는 비바람을 철새에게 물어보리라~’ 코러스까지 더해져 네 남자는 각종 새들에게 물어보겠다며 미친 듯이 휘몰아쳤다.(ㅋㅋ) 훈정이 형은 이런 즉석 공연이 포르테 디 콰트로의 품격을 올려주는 것이라고 한다. 이 분 말대로, 포디콰 공연은 늘 감동과 유머와 드라마가 있는 유기체 같다. 형은 이 노래가 아직까지 상처라고 하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죄송하지만 조용필 쌤의 원곡을 들으면 형에게 받은 감흥이 사라질까 봐 일부러 안 듣는 나 같은 사람도 있는데, 상처라니. 형은 방송에서 받은 상처가 아물지 않았다면서도「기도하는 사람들」을 따로 떼서 단독 콘서트를 했으면 하는 야망을 슬그머니 내비쳤다(ㅎㅎ). 빵빵한 코러스도 함께한다면 이 콘서트 무조건 찬성이다!  



♡ 포르테 디 콰트로의 헌정곡


♪ 길 (god)

♪ 이름에게 (아이유)


  앙코르콘에 전에 없는 새로운 곡이 추가되었다. 방송에서 선보였지만 콘서트에서는 듣지 못했던, (콘서트 무대에서 꼭 듣고 싶었던) god의 ♪길과 아이유의 ♪이름에게 두 곡이다. 이번 앙코르 콘서트에서 이 노래들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막연하게 기대했었는데, 역시 깜찍한 포디콰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현수 군은 ♪길의 리허설 영상을 보고 울었다고 한다. 방송에서도 이 노래를 듣고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렸다. 안방에서 보는 나도 좀 울컥했다. ♪이름에게는 포디콰가 모든 사람들에게 헌정하는 곡이라고 한다. 이름이 알려진 사람들 뒤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네 남자가 전하는 따뜻한 눈물 같은 노래에 마음이 촉촉해졌다.



♡ 톰과 제리로 빙의된 현수 군과 태진 군


  오늘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현수 군과 태진 군의 티키타카가 불을 뿜었다. 포디콰가 콘서트 때 투척하는 아무 말은 내게 짜릿한 기쁨을 주지만, 그들은 대체로 ‘점잖은 편, 말이 없는’ 사슴 같고, 기린 같고, 사막여우 같고, 햄스터 같은 남자들이다. 그런데 간간이 현수 군과 태진 군이 아웅다웅하며 붙을 때가 있다. 지난번 콘서트 땐 양 끝에 선 두 사람이 (인이어가 없어서 그런지) 서로의 음성이 안 들린다며 동문서답을 해서 깨알 같은 웃음을 줬다. 이번엔 그 정도는 아니지만 여전히 톰과 제리였다. (ㅋㅋ)  


♪ 도시의 오페라



  1부가 끝나고, 인터미션 후 2부가 시작됐다.


♪ 서곡 First Step (영화 ‘인터스텔라’ OST)

♪ Der Erlkönig(마왕)



♡ 현수 군의 수줍은 고백


  네 남자는 산뜻한 파스텔 톤 슈트로 갈아입고 등장했고, 훈정이 형은 전과 다르게 흰 슈트에 맞춰 하얀 구두까지 장책했다. 백구두라니, 웬만하면 소화하기 힘든 아이템인데 이 형은 슬림한 몸매를 과시하며 찰떡같이 소화해낸다.


  ♪마왕이 끝나자 현수 군은 가사를 틀렸다고 수줍게 고백했다. (이 노래에선)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다며, 조금 민망해하는 것 같았다. 독일어를 모르는 관객들은 당연히 현수 군의 실수를 눈치 채지 못했을 것이다.  훈정이 형이 괜찮다고 하자, '형은 전에 아스트라 틀렸잖아요~' 하며 소심하게 폭로한다. (ㅎㅎ) 그들도 당연히 무대에서 실수하고 착각도 할 것이다. 더구나 외국어 노래이니 아무리 밥 먹듯 불러도 실수할 수 있는 거 아닌가. 그게 뭐 대수라고.


  

♡ Miserere를 Miserere 하게 하는 포르테 디 콰트로


♪ La Nave Va

♪ Luna

♪ Miserere    


  이번에도 새삼스럽게 느꼈는데, 난 ♪Miserere를 듣기 위해 그렇게 포디콰 언플러그드 콘서트를 찾아 헤맨 듯싶다. 물론 다른 노래들도 모두 울컥할 정도로 감동적이고 좋았지만, 미제레레 포디콰 버전은 도저히 참을 수 없다. 들을 때마다 눈물이 안 난 적이 없다. 그들은 어마어마하게 웅장한 화음으로 노래를 끝낸 후, ‘진라면 매운맛 같은 노래’라고 표현했지만, 그건 애써 웃음으로 무마시키려는 겸손한 멘트로 들린다. (다른 노래를 할 때도 그렇긴 하지만) 포디콰는 이 노래를 부를 때 듣는 사람이 소름 돋을 정도로 열창한다. 노래하다 그들의 목구멍에서 내장이 튀어나와도 놀랍지 않을 만큼, 온몸의 에너지를 쥐어짜 내어 분출하는 게 느껴진다. 몇 번을 들어도, 들을 때마다 전율이 인다. 포디콰 새 음반에 ♪Miserere와 ♪겨울소리는 반드시 (보너스 트렉으로라도) 포함되었으면 좋겠다. 제발~ 이렇게 애원(miserere)하는데. 그리고 ♪마왕과 ♪밤의 여왕 아리아도. (제발... ㅠㅠ)


♪ Notte Stellata

♪ Fantasma D’Amore

♪ Adagio


  ♪Fantasma D’Amore를 부른 후, 벼리 군은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방전됐다고 했다. 훈정이 형과 현수 군은 안 힘든 척하며 그런 벼리 군을 놀렸다. (ㅋㅋ) 이럴 땐 정말 죽이 잘 맞는다.

  태진 군은 ♪Adagio를 너무 열정적으로 부르는 바람에 침을 내뿜었다며, 맨 앞 줄 관객에게 정중히 사과했다. (ㅎㅎ)

  형은 마스크를 쓰고 온 관객들이 별 거 아닌 얘기에도 잘 웃어준다며 감사 인사를 했다. (별 거 아니긴요, 그런 아무 말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닌걸요. ㅋㅋ)


♪ Der Hölle Rache kocht in meinem Herzen

  (밤의 여왕 아리아 中 ‘지옥의 복수심이 내 마음속에 불타오르고’)


콘서트가 끝난 후



♡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2부까지 끝내고 무대 뒤로 사라진 네 남자는 객석의 미친 듯한 박수소리에 불려 나왔다. 사실, 그동안 다녔던 포디콰 콘서트 중 가장 열정적이고 힘찬 박수소리였다. 물론 나도 거기에 일조했다. 콘서트에 다녀오면 손바닥이 종종 빨개지긴 하는데, 이번엔 확실히 붉으죽죽해졌다.   


♪ Lucente Stella (위풍당당 행진곡)

♪ 겨울소리  

   (언제 들어도 좋은 소리 ‘겨울소리’)

♪ Oltre la tempesta


  이미 알고 있었던 앙코르 곡 외에 ♪I Need You(방탄소년단)까지 아카펠라로 힘차고 깔끔하게 부르고 포르테 디 콰트로는 무대 뒤로 사라졌다.


  벼리 군은 7월에 단독 콘서트를 하고, 현수 군은 뮤지컬을 한다고 한다. 늘 깨알같이 자신의 뮤지컬을 홍보하던 훈정이 형은 이번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동생들의 대박 뉴스에 살짝 양보한 듯한 느낌적인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가장 반가운 소식은 태진 군이 들려줬다. 포르테 디 콰트로 4집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이보다 설레고 반가운 소식이 또 있을까. 손바닥에 실핏줄이 터져도 좋으니 그들을 보며 그들을 위해, 또 나를 위해 미친 듯이 박수칠 날이 빨리 다가오길 바란다. 이왕이면 마스크를 벗고 박수치고 싶은데 과연 그날이 언제가 될지 너무 궁금하고 조바심이 나서 미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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