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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이스 Oct 18. 2023

포르테 디 콰트로 Classic Odyssey

FDQ 언플러그드 콘서트. 2023. 10. 08. 롯데 콘서트홀


이게 얼마만인지..

포르테 디 콰트로 완전체를 본 게 까마득한데 불쑥 언플러그드로 나타난 네 남자. 『Notte Stellata』와 더불어 포디콰의 시그니처 콘서트 『unplugged』. 이번엔 ‘classic odyssey’는 콘셉트로 돌아왔다.


작년 가을에 노떼콘을 안 해서 몹시 서운했었다. 서운한 정도가 아니라 가슴 한 구석에 구멍이 뚫린 거 같았다. 매해 새 앨범을 내고 전국투어를 하진 못하더라도 시그니처 콘서트는 해야 포디콰 완전체를 볼 수 있는데, 그런 기회 하나가 날아가 버린 것이다.   


♪Odissea 연주로 그랜드 하게 시작된 콘서트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완전체 네 남자를 무대로 소환했다.

자칭 ‘불타는 베이스’ 손태진, ‘그냥 오빠’ 이벼리, ‘대한민국 국민’ 고훈정, ‘서울시민’ 김현수가 깔끔하게 무대 인사를 했다. 늘 그렇듯이 슈트를 말끔하게 차려입고 정수리를 아낌없이 보여준다.

훈정이 형의 목이 잠긴 것 같다. 지난봄부터 쉼 없이 뮤지컬을 하고, 지금도 하고 있고, 개인 콘서트까지 해서 쉬는 날이 없었다고 한다. 7년을 봐왔는데 이 형의 목이 이렇게 잠긴 건 처음이다. 단아한 체구로 무대에서 폭발적인 카리스마를 내뿜고 말도 제일 많이 하는데, 희한하게 목이 쉬질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이 형도 이럴 때가 있구나 싶다. 말할 땐 잠긴 목소리지만 노래하는 목소리는 변함없이 단단하고 힘차다.


포디콰의 제5의 원소 오은철 음악감독의 인사가 끝나고, 무대 연주자들의 소개도 있었다. 내가 늘 부러워하는 사람들이다. 포디콰와 일할 수 있으니.


이번 언플러그드의 주제는 ‘오디세이(여정)’다. 2017년 FDQ가 결성되고 지금까지 활동한 지난 7년간의 여정을 되짚어 보고 싶었나 보다.

형은 대번에 지긋지긋하네~ 하며 말문을 열었다. (ㅋㅋ) 좀 시니컬하고 새침해 보여도 웃기고 장난치기 좋아하는 형의 말투가 이젠 익숙하다.


♪베틀노래를 부른 후 ‘허천 들린 사랑가~’ 부분에 대한 후일담으로 갑자기 토크 열기가 폭발했다. 형이 먼저 팬텀싱어 본 경연에서 이 노래를 부른다고 했을 때 제작진이 만류했다는 얘길 했다. 그랜드 하고 화음이 폭발하는 곡을 해야 점수를 받을 수 있으니 비교적 정적인 한국 가곡이 불리할 거라고 했던 모양이다. 그래도 FDQ는 한국어 노래, 그것도 가곡을 밀고 가겠다는 뚝심을 발휘했다. 역시!!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이었다.

형은 베틀노래에 대한 애정 어린 감상을 얘기하던 중, ‘허천 들린 사랑가~’ 부분에서 고급스러운 음식이 연상된다고 했는데, 태진 군은 김이 생각난다고 했다. 김은 서천 김이 유명하다며. 아마 ‘허천 들린..’이 ‘서천’으로 들리기 쉬워서 그런 모양이다.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형이 어떻게 ‘허천’을 ‘서천’으로 오인할 수 있냐며, 네가 부르고도 가사를 모르냐는 식으로 매섭게(?) 태진 군을 몰아세웠다. (ㅋㅋ) 태진 군은 당연히 가사를 모르지 않지만, 얼핏 들으면 그렇게 들리니까 ‘허천→서천⇒김’으로 연상됐다고 변명 아닌 변명을 했다. 형은 어떻게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지 깜짝 놀랐다며 ‘태지니 물어뜯고 몰아세우기(?)’를 멈추지 않았다.

늘 느끼는 것인데, 콘서트에서 ‘아무 말 대잔치’의 많은 지분을 차지하는 건 형과 태진 군이다. 둘이 말을 제일 많이 하기도 하지만, 형이 태진 군을 약간 ‘밥’으로 생각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한번 물면 놓지 않고 몰아세운다. 마치 톰과 제리 같다. 둘의 티키타카를 보고 있으면, 작지만 앙팡 지고 날카로운 제리 같은 형과 키는 껑충 크면서 제리에게 꼼짝없이 당하는 어수룩하고 싱거운 톰 같은 태진 군의 모습이 묘하게 웃긴다. 이번에도 두 사람은 변함없는 ‘톰&제리’의 케미를 보여줬다. (ㅎㅎㅎㅎㅎ)


♪좋은날의 연주가 시작되자, 정말 오늘은 ‘좋은 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네 남자의 화음이 너무 따뜻하고 포근해서 눈물이 살짝 났다. 이 노래에 이렇게 촉촉해지다니. FDQ의 노래를 들을 때, 특히 콘서트에서 네 남자의 화음을 직접 들을 때 눈물을 흘리기란 어렵지 않다. 이번에도 네 남자는 간간이 눈물을 흘리는 관객들을 언급했다. 아마 그들에겐 낯설지 않은 광경일 것이다. 그래도 나는 이를 악 물고 심쿵한 채로 눈가는 보송보송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오랜만에 완전체의 화음에 압도되어 그런지 눈가가 촉촉해졌다.


프라하에서 찍은 ‘좋은날’ 뮤직비디오를 언급하며, 치밀한 독일인 스태프들과 한 작업치고 결과물이 너무 실망스럽다고 했다. 형은 굳이 뮤직비디오라고 하지 말자며 ‘추억 영상’으로 평가 절하해 버리기까지 했다. (ㅋㅋ) 지난 여정을 더듬다 보니 아무래도 프라하에서 2집 클라시카 녹음할 때의 추억이 샘솟나 보다. 다른 콘서트에서 들었던 얘기도 있고, 새롭게 듣는 얘기도 있었다. 태진 군이 체코에서 각설탕을 넣어 먹었던 일리 에스프레소가 맛있었다고 하자, 현수 군은 ‘아니야, 커피는 맥심이야~’ 한 마디로 깔끔하게(?) 정리했다.


김현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테너!

지난여름에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개인 콘서트도 미뤘는데, 건강한 걸 보니 다행이다. 그는 여전히 아름답고 포근했다. 그냥 서있는 것만 봐도 훈훈하다. 그의 2집 앨범이 벌써 일시 품절되어 아직 내 손에 들어오지 않았다. 물론 재입고 알림을 설정해 두었지만 현수 군 솔로 앨범 빨리 듣고 싶은데 속상하다. 잠시 방심한 탓에 내가 무엇을 놓친 것인지. 다시는 현수 군의 콘서트나 앨범을 놓치지 않겠다고 새삼 다짐했다.  


1부가 끝나고 2부는 파이프 오르간 연주로 시작됐다. 객석에서 보면 무대 정면 꼭대기에 박혀있는 파이프 오르간 연주는 <롯데 콘서트홀>에서만 경험할 수 있다. 이제는 안다, 저 장엄하고 오묘한 오르간 연주의 끝에 어떤 노래가 나올지. 저 파이프 오르간이 33억짜리라고 누군가 말했다.


♪LACRIMOSA와 ♪밤의 여왕 아리아로 2부가 시작됐다.


형은 목이 잠겼어도 변함없이 열창했다. 형뿐만 아니라 현수 군, 태진 군, 벼리 군 모두 무대에 서면 특히 이번처럼 마이크 없이 언플러그드로 하는 콘서트를 할 땐 신경이 쓰이다 못해 고통스럽기까지 한다고 한다. 아무리 반복해도, 익숙해지고 세월이 쌓여도 관객들 앞에서 하는 노래는 고통이 따르나 보다. (알 것 같다, 그 심정...) 자신들이 고통스러울수록 관객은 즐겁고 희열을 느낀다는 것도 그들은 알고 있다.


이번에도 네 남자는 사이드 객석의 관객을 위한 팬서비스를 잊지 않았다. 그 자리에 딱 한번 앉아봐서 아는데, 네 남자의 옆모습이나 뒤통수만 보며 노래를 듣는다는 것은 거의 고문처럼 고통스럽다. 그 자리가 저렴하다고 좋아서 택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대부분 중앙 객석 자리를 미처 못 구해 어쩔 수 없이 그 자리를 선택한 것일 것이다. FDQ는 사이드 객석 관객들의 성공적인 다음 티켓킹을 기원하며 ♪Sanza Parole를 아카펠라로 불러줬다. (ㅎㅎㅎ)


이제는 다 자라서 성숙해진 피터팬이 웬디에게 하는 말 ♪디어 웬디가 끝나자 갑자기 벼리 군 입이 트였다. 평소 말을 아끼는 벼리 군 탓에 오디오 감독님이 벼리 군 마이크만 볼륨을 내려놓았던 듯, 갑작스러운 그의 발언에 살짝 당황한 기색이 엿보였다. (ㅎㅎㅎ)


이제 마지막 곡만 남겨놨다는 형의 말에 객석이 술렁거렸다. 벌써 두 시간 반이 지났다고 해도 안 돼요~ 가 흘러나왔다. 형이 객석의 저항이 더 강하게 느껴지는 게 내일도 쉬는 날이라서 그런 거 같다고 하자, 다들 빵 터졌다.


늘 그렇듯, 언제나 변함없이, 이번에도 예외 없는 FDQ의 깜찍한(?) 협박으로 연주가 끝나고 들어가는 네 남자를 향한 앙코르의 박수는 어느 때보다 열광적이었다. 충분히 객석의 환호와 아쉬움 섞인 열망을 즐긴 후, 너무 늦지 않게 다시 등장하며 앙코르 무대를 시작하는 네 남자.


다음 FDQ 앨범에 꼭 수록됐으면 하는 1순위 ♪MISERERE를 시작으로 올해 발표한 FDQ의 지난 얘기를 담은 ♪이야기(OUR STORY), 그리고 나를 가장 슬프게 하는 공식 엔딩곡 ♪ADAGIO가 대미를 장식하며 끝났다.

 

목이 쉰 형은 의사가 말을 많이 하지 말라고 했다는데 그 어느 때보다 말을 많이 했다. ‘말하는 게 좋은 걸 어떡해~’ 하면서. 형답다. 그의 새침하지만 재치 있는 멘트가 빠지면 ‘아무 말 대잔치’는 의미가 없다. 목이 쉬어도 형의 기분이 좋아 보여서 다행이다. 좋은 정도가 아니라 그 어느 때보다 에너지가 넘쳐 보였다. 그가 오늘 밤엔 목을 아끼며 다만 몇 시간이라도 홀가분한 마음으로 쉬었으면 좋겠다.

7년의 여정을 함께 한 관객들에게 아낌없이 감사 인사를 하고, 네 남자는 다음 콘서트를 기약하며 무대 뒤로 사라졌다. 장대하고 아름다운 콘서트의 여운에 가슴이 뒤숭숭할 정도로 아쉽고 서글프기까지 하지만, 그래도 힘든 무대를 무사히 끝냈으니 그들도 쉴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모든 것엔 끝이 있고, 그래야 다음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니까. 그 ‘다음’을 너무 오래 기다리지 않길 바랄 뿐이다.


모든 팀이 그렇겠지만, FDQ 역시 완전체가 진리다. 세상에서 가장 완벽하고 아름다운 네 남자가 매 순간 써 내려가는 전설의 역사가 오래오래 이어지길.. 내가 그 대부분의 여정을 함께 할 수 있길...



<Classic odyssey 1부>


✰ ODISSEA

✰ 베틀노래

✰ STELLA LONTANA

✰ FANTASMA D’AMORE

✰ 좋은날

✰ 외길

✰ PANIS ANGELICUS

✰ AVE MARIA



<Classic odyssey 2부>


✰ LACRIMOSA

✰ NIGHT QUEEN’S ARIA

✰ 백합처럼 하얀

✰ I’L LIBRO DELL’AMORE

✰ DEAR WENDY

✰ WINTER LULLABY

✰ OPHELIA

✰ OLTRE LA TEMPESTA



<Classic odyssey 앙코르>


✰ MISERERE

✰ 이야기(OUR STORY)

✰ ADAG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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