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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uuzzyy Feb 03. 2022

힘들지만 사용자 인터뷰를 꼭 해야 하는 이유 (1)

1편 - 무엇을 물어봐야 하는가?

사용자 인터뷰가 중요하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터뷰를 '잘' 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는 알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무슨 질문을 하고, 어떤 정보를 알아내야 성공적인 인터뷰였다고 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인터뷰 결과를 어떻게 제품의 기능으로 연결시킬 수 있을까요? 이는 모든 서비스를 기획하는 사람들의 고민이라 생각합니다. 저 또한 이 고민을 계속해서 하는 사람 중 하나로써, 이번에 진행했던 사용자 인터뷰를 파헤쳐보고 거기서 얻은 레슨런을 2편에 걸쳐 공유하고자 합니다.


목차 

<1편 - 무엇을 물어봐야 하는가?>
1.1. '할 일 이론' 소개
1.2. 인터뷰를 통해 하나의 스토리로 사용자 이해하기

<2편 - 인터뷰 전 가설들은 대부분 오답일 확률이 높습니다.>
2.1. 인터뷰 전 가설들은 대부분 오답일 확률이 높습니다.
2.2. 그래서 결과가 화면으로 어떻게 나왔냐면..




1. '할 일 이론' 소개

이번 인터뷰는 “일의 언어(클레이튼 크리스텐슨/2017)"에서 다루는 할 일 이론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인사이트를 도출했습니다. 할 일 이론은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매하게 되는 진짜 이유에 대한 이론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글 중간중간 책의 구절을 삽입하였는데요, 궁금한 분들은 책을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할 일 이론의 핵심은 고객이 왜 특정 제품과 서비스를 그들의 생활 속에 도입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는 데 있다. 사용자의 생활 속에서 어떻게 제품을 고용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인가? (p.43)

고객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게 아니라 발전을 이루기 위해 그것을 생활 속에 도입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발전이 제품과 서비스가 수행하고자 하는 ‘할 일(jobs)’라 정의한다. (p.52)




2. 인터뷰를 통해 하나의 스토리로 사용자 이해하기


인터뷰 배경과 목적

지금부터 제가 실제 어떤 배경과 목적을 가지고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었는지 구체적인 내용을 보고자 합니다.

치매안심센터 - 인지훈련 프로그램 A를 고용하여 어르신들의 인지기능을 향상 및 관리하고자 함

회사 - 인지훈련 프로그램 A를 개발하여 치매안심센터에 태블릿+애플리케이션 형태로 제공함


이번 프로젝트의 목적은 기관 담당자가 어르신을 관리하기 위한 A 프로그램의 관리자용 대시보드를 기획하는 것이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고객(담당자)은 대시보드 제품 없이도 프로그램을 원활히 진행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는데,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생활 속에 어떻게 제품을 녹여낼 수 있을지 제품의 할 일을 알아내야 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있으나 없으나 의미 없는 그래프들이 나열된 대시보드가 나올 테니까요.





인터뷰 진행

<제품의 할 일을 발견하기 위한 몇 가지 사항> (p.59)   

1. 저 사람은 어떤 발전은 이루려 하는가?
2. 갈등 상황은 무엇인가?
3.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걸림돌은 무엇인가?
4. 소비자는 어떤 보상적 행동들을 통해 불완전한 해결안을 보완하는가?
5. 사람들은 더 좋은 해결안의 ‘질'을 어떻게 정의하며 또 어떤 교환 조건들을 기꺼이 받아들이는가?


사용자 맥락을 파악하기 위해 위 사항을 알 수 있는 질문들을 포함하여 인터뷰를 진행하고자 했습니다. 인터뷰 시간은 쉬는 시간을 포함하여 2시간 정도로 준비된 순서대로 질문을 하되, 꼬리 질문이 이어질 경우 해당 주제에 대해 맥락을 끊지 않고 충분히 이야기를 마치고자 했습니다. 실제로 진행했던 인터뷰를 주요 질문 위주의 문답 형식으로 볼 텐데요, 개인정보, 기관 정보, 회사 제품 등의 내용은 제외했습니다.


... 생략...


질문자: 비대면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데 어르신들이 A 프로그램을 사용하시는 것은 어떻게 관리하시나요?

담당자: 처음에는 대면으로 전부 모아서 태블릿을 나누어드리고 교육합니다. 그 이후 비대면으로 진행할 때에는 어쩔 수 없이 전화로 전수 조사하며 프로그램 진행합니다.

질문자: 전수조사를 얼마나 많이 진행하시나요?

담당자: 매 프로그램 수행이 예정된 날에는 70명 등록 참여자에게 모두 전화를 돌립니다. 시간이 매우 많이 드는데 방법이 없습니다.

질문자: A 프로그램에 진행에 있어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담당자: 기기 자체 사용에 관한 반복적인 문의입니다. 60~80대 모두 태블릿에 대한 이해가 힘드셔서 대부분 똑같은 걸로 물어보십니다. 게임이 어려운 것이 아니고, 아이콘을 못 찾는 등 기본적인 태블릿 사용에 관한 이슈가 많습니다.

질문자: 부진하신 분들은 어떻게 관리를 하시나요?

담당자: 매 회기 전수조사를 하면서 알게 됩니다. 뒤쳐진 사람들을 딱 확인하고 그분들 위주로 전화하고 싶은데 그런 데이터를 볼 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습니다.


... 생략...


질문자: 어르신들의 전후 변화는 어떻게 측정하나요?

담당자: 한 번에 여러 프로그램을 하고 이 프로그램 하나 때문에 한 어르신의 인지능력이 좋아졌다고 말하기 힘들어요. 그렇게 측정하지는 않고, 1년에 한 번씩 하는 선별검사로만 판단합니다. 올해 검사하신 분들은 결과 그대로 사용하고, 오래되신 분들은 다시 진행합니다.

질문자: 한 프로그램이 성공했다는 것은 그럼 어떻게 측정하나요?

담당자: 출석률과 만족도가 가장 중요하고 그 외적으로 이 프로그램이 실제로 도움된다고 입증된 것인지 등의 내용도 같이 측정합니다. 각 프로그램을 전문가가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식으로 데이터화해서 인지기능이 좋아졌다고 결과로써 증명하기는 어려워요.

질문자: 그럼 선별검사의 변화 정도로는 프로그램 성과를 직접적으로 보지는 않는 건지요?

담당자: 그렇습니다. 아까 말했듯이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성패를 알기 어렵습니다.

질문자: 저희 A 프로그램의 성과 보고서를 작성하실 때에 힘든 점은 없으셨나요? 

담당자: 음... 딱히 없는 것 같아요. 참석률, 만족도 그리고 담당자들이 진행하면서 느꼈던 점.. 뭐 이런 식으로 작성을 해서요.


... 생략...


질문자: 치매안심센터의 연간 목표는 무엇인가요?

담당자: 매년 하는 선별검사의 수예요. 우리 지역의 60세 이상 노인들이 최대한 매년 검사를 받게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예요. 그렇기 위해서 우리는 계속해서 더 많은 어르신들이 우리 센터에 오고 다양한 활동을 하시도록 프로그램을 잘 구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질문자: 선별검사의 수가 치매안심센터의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하셨는데요, 그 외에 또 중요한 목표가 있나요?

담당자: 선별검사 수도 중요하지만 선별검사를 받고 1단계에서 인지저하를 받았는데 2단계 최종 진단을 받는 비율이 중요합니다.

질문자: A 프로그램 외에 주로 하는 프로그램은 어떤 내용인가요?

담당자: 주로 하는 것이 원예, 수공예, 학습지, 등이 대부분입니다. 전문가가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식으로 데이터화해서 인지기능이 좋아졌다고 결과치를 끌어낼 수가 없습니다.

질문자: A 프로그램 이외에 인지훈련을 위한 다른 프로그램은 사용해본 적이 있으신가요?

담당자: 몇 번 연락이 온 적은 있습니다. 실제 계약까지 하지는 않았습니다.

질문자: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담당자: 실제로 그 프로그램이 어르신들 인지능력에 도움이 되는 건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습니다. 

질문자: 그렇다면 저희 회사(A 프로그램)와 계약을 하시게 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A 프로그램 같은 경우는 대표님과 이야기했을 때에 프로그램 효능에 대한 신뢰가 갔습니다. 프로그램 자체도 태블릿으로도 제공이 되고, 뭔가 센터 입장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겠다는 판단이 되어서 계약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 생략...


질문자: 센터에 오시는 어르신들의 상태는 어떠신가요?

담당자: 치매가 진행되어서 오시는 분도 있지만 많지는 않고요, 대부분 가족 혹은 옆의 친구가 추천해서 오십니다.

질문자: 가장 좋게 평가받았던 과거의 프로그램은 어떤 것이 있나요? 우리 같은 인지훈련 프로그램 말고 다 포함해서 말씀 부탁드립니다.

담당자: 결과물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많이 좋아해 주세요. 공예, 원예 등인데요, 가장 반응이 좋았던 것은 버섯 키우기입니다.

질문자: 버섯 키우기 처음부터 끝까지 트랙을 어떻게 하시나요?

담당자: 한 달에 한 번씩씩 사진 찍어서 보여주십니다. 한 달마다 꾸러미가 나가고요, 일기를 쓰기도 하세요.

질문자: 위의 결과 이후 실제로 추가 진행되었나요?

담당자: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실제로 결과물이 나오고 매주 본인이 키워가며 성취감이 있으니까 그런 것을 제일 좋아해 주세요. 그리고 실제로 동식물을 키우는 것이 어르신들 심리 상태에도 도움이 되고요. 아, 특히 버섯은 내가 키우고 그걸 직접 반찬으로 만들어 드시니 그런 점이 더 매력적인 듯합니다.


... 생략...




우리 고객의 스토리

인터뷰 대본만으로는 고객들이 진짜 이루고자 하는 것들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죠. 사용자 본인도 모르는 상태로 인터뷰에 응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어느 정도 추론을 덧붙여 고객의 스토리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1. 저 사람은 어떤 발전은 이루려 하는가?

�더 많은 지역 어르신들이 선별 검사를 받게 하고 싶다. 어르신들이 센터에 오게 되는 가장 큰 루트는 주변 친구들의 소개로 오는 경우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은 어르신들을 센터로 모시기 위해서는 만족도가 높고 참여율이 좋은 프로그램을 계속해서 고용하고 싶다. 그중 하나로써 우리 회사가 제공하는 A 인지훈련 프로그램을 고용하였다.


2. 갈등 상황은 무엇인가?

�인지능력에 도움이 되면서도 어르신들이 좋아할 만한 프로그램을 찾는 것이 어렵다. 어르신들은 처음에 몇 번 오시다가도 프로그램 자체에 흥미가 떨어지면 바로 안 오신다. 그렇다고 마냥 흥미 위주의 프로그램만을 진행할 수는 없다. 딜레마다.


3.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걸림돌은 무엇인가?

�A 프로그램이 실제로 어르신들 인지훈련에 좋은 것은 맞으나 태블릿 자체에 대한 어르신들의 이해가 부족한 것이 걸림돌이다. 또한 모든 회기마다 어르신들이 잘 진행하고 계신지 전화로 전수조사를 돌려야만 한다. 부진한 어르신들은 집중적으로 더 자주 전화를 드린다. 이런 방식으로는 효과적인 관리가 어렵다.


4. 소비자는 어떤 보상적 행동들을 통해 불완전한 해결안을 보완하는가?

�매번 모든 어르신들에게 전화를 돌리며 부진한 어르신이 없는지, 이용에 어려움은 없는지 확인한다.


5. 사람들은 더 좋은 해결안의 ‘질'을 어떻게 정의하며 또 어떤 교환 조건들을 기꺼이 받아들이는가?

�어르신들이 활동 자체에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이면 좋겠다. 추가 비용 없이 모든 어르신들이 활동을 잘하고 계신지 쉽게 확인할 수 있으면 좋겠다.



<2편 - 인터뷰 전 가설들은 대부분 오답일 확률이 높습니다.>이 바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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