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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밀밭 Jun 18. 2021

최종 목표는 우리 여성들의 취업입니다

상담자의 차분한 목소리에 마음이 편하고 든든했어요

그날은 아이를 유치원 버스에 태워 보내고 곧장 외출 준비를 했어요. 미루고 미뤄 왔던 일을 오늘은 꼭 하리라 마음먹었거든요. 시에서 운영하는 여성회관에 들러 취업관련 정보를 얻어 보는 것인데요. 버스를 타고 사십분을 달려 도착한 여성센터는 전면에 상담창구가 여러 개 있고 뒤 편으로 사무공간이 복잡한 곳이었어요. 그 중 비어있는 창구의 담당자와 눈이 마주쳤어요. 자석에 끌리듯 그 앞으로 걸어가 꾸벅 인사를 했지요.  


“ 어떻게 오셨어요.”

“ 아. 취업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

“ 선생님 나이가 어떻게 되시죠? 자녀가 있다면 자녀의 나이는요? ”


제 답변에 상담자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어 물었어요.


“ 생각하신 분야가 있으세요? ”

“ 아직 잘 모르겠는데요.”

“ 선생님. 분야는 최소한 정해주셔야 하는데요. ”

“ 그렇군요... ”


머뭇거리다 다시 질문을 했어요. 마음이 급했나 봐요.


“ 그런데 여기서 자격증을 따거나 하면 취업이 될 수 있는 건가요? ”

“ 저희가 최대한 도움을 드리지만 구직하시는 분의 선택과 의지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


담당자가 저의 등 뒤편 전단이 진열된 장을 가리켰어요.


“ 선생님 저기 정보지를 꼼꼼히 살펴보시고 다시 말씀 나누는 게 어떨까요? ”

“ 네. ”


그렇게 뒤돌아 나왔어요. 담당자의 말에 주눅이 들긴 했지만 틀린 말이 아니었죠. 수많은 전단을 차례로 하나씩 왼팔에 얹었어요. 모두 모으고 보니 제법 많은 양이 더라구요. 우선 이것을 집에서 꼼꼼히 살펴보기로 하고 다시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이럴 거였으면 진즉에 오는 거였는데 정보지를 챙겨 와서 읽어보는 게 뭐라고 망설였던 거죠?      


모두가 잠든 밤중에 식탁에 전단을 펼쳐두고 하나씩 읽어나가기 시작했어요. 국비지원 훈련생모집. 분야는 기업 맞춤형 호텔 객실관리사, 멀티 경영지원 사무원, 웰메이드 어린이 급식조리사, MICE프로젝트 매니저 양성과정, K-FOOD 카페 창업, 언택트 강사스킬 UP 역량강화 프로그램, 여행 스토리메이커, 공유숙박운영전문가. 생각보다 다양해서 놀라웠고 이름이 어려워 어떤 일인지 알 수 없는 분야도 있었어요. 전산이나 회계 컴퓨터 관련 자격을 배우는 과정도 있었고, 컴퓨터로 디자인을 배우는 과정, 베이비시터 전문가 과정, 정리 수납전문가 과정도 있었어요. 그 외 사회문화과정으로 켈리그라피, 블로그작가 수업, 페이퍼플라워 특강 등이 있었는데 취업보다는 취미강좌로 보였어요. 이 중 어느 것도 와 닿지 않아서 좀 답답하더라구요. 그러다 책자형태로 된 홍보물에 시선이 머물렀어요.          


< 취업 두드림, 여성 새로 일하기 >     
* 교육대상 
취업을 희망하는 모든 여성 (연령, 학력무관)   
  
* 교육일정
기본과정 (5일간 총 20시간)
1일차 - 나의 삶과 마주하기
2일차 - 변화하는 세상 이해하기
3일차 - 나의 재발견으로 한걸음 더
4일차 - 취업의 문 들어가기
5일차 - 새로운 힘찬 출발     

심화과정 (3일간 총 12시간)
1일차- 나의 경력탐색
2일차- 재취업을 향한 탐색
3일차- 재취업 준비     

* 교육내용 
자기이해 및 도전직업 탐색, 직업세계의 변화 인식, 직업선호도 검사 및 해서, 이미지 메이킹, 면접스킬 익히기, 이력서 및 자기소개서 작성, 알아두면 유익한 노동법 등     

아, 이거였어요.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어떤 일을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사회로 발을 내디디고 싶은 나 같은 사람에게 딱 맞는 프로그램. 다음날 아침이 되자 해당번호로 전화를 했어요. 


“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 안녕하세요. 여성 새로 일하기 프로그램보고 전화 드렸습니다. ”

“ 네. 반갑습니다. 선생님 나이와 자녀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

“ 마흔 하나이고요. 아이들은 12살 10살입니다. ”

“ 그렇군요. 자녀들이 아직 신경을 써야 하는 나이대지만 손이 많이 가는 시기는 지났네요. 이 프로그램은 집단상담을 통해 본인의 흥미와 성향을 알아봅니다. 진로설계를 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는데 도움을 드리는 프로그램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 

“ 네. 그럼 과정을 수료하고 난 뒤에는 어떻게 되나요?”

“ 탐색 후에 분야가 정해지면 직업교육훈련을 추천드릴 수 있어요. 고용센터를 통해 내일배움카드를 발급해 배울 수 있게 도움드리기도 하고요. 어쨌든 최종목표는 우리 여성들의 취업입니다. ”


최종 목표는 우리 여성들의 취업입니다... 상담자의 차분한 목소리에 마음이 편하고 든든했는데 마지막 이 말은 특별히 마음에 와 닿았어요. 


“ 보통 참여하시는 분들 연령대가 어떻게 되나요”

“ 선생님께서는 상당히 젊은 축에 속 하시구요. 보통 나이대가 50대가 가장 많아요. 그 나이대에 진입이 쉬운 곳이 요양보호사, 호텔 룸메이드 이런 쪽으로 추천 드리고 있습니다. ”

생각보다 연령대가 있어서 놀랐어요. 제가 여기 들어가도 될지 망설여지기도 했거든요.

“ 선생님께 더 맞는 것은 경단녀 인턴제도가 있습니다. 경력단절 여성을 채용하도록 권하고 채용한 기업에 임금을 지원하고요. 취업자에게도 장려금을 지급합니다. 아직 젊으시니까 그런 제도도 이용하기에 좋으시겠네요. ”

“ 네... ”

“ 취업률은 어떻게 되나요? ”

“ 40-50%됩니다. 당해년도 집계를 기준으로 내는데 이게 취업준비 프로그램이다보니 올해 준비하시고 내년에 일자리를 구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실질적인 취업률은 더 높다고 보시면 됩니다. 

“ 그렇군요. ”

“ 선생님, 그렇다면 우선 다음 주에 있는 기본과정에 먼저 참여해 보시는 것이 어떠세요. ”

“ 네. 조금만 고민해보고 다시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자세히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네. 그러시죠. ”     


좋은 프로그램인 것은 알겠는데 망설여지더라고요. 상담해주신 두 분에게서 공통적으로 들은 질문이 현재 저의 나이와 자녀의 나이였어요. 그 두 요건이 취업준비나 취업하는 데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지 말해주는 대목이겠죠? 특히 자녀의 나이요. 마흔 초반이 젊은 편이고 보통 50대가 주축이라고 한다면 30,40대 경력단절 된 여성들은 구직에 활발하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했어요. 아직 육아에 얽매여있다고 봐도 좋을 것 같고요. 저는 참여여부에 대해 좀 더 고민을 해보기로 했어요. 그러나 미루던 숙제를 한 것 같아서 후련하고 처음 방문했을 막막한 상태에서 궁금한 부분이 생겼다는 것, 또 이에 대해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 듣게 되어 방문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버스를 타고 센터에 다녀온 시도를 한 스스로에게 칭찬하고 싶어요. 고민할 거리가 생겼다는 것리 좋았고, 묻고 기댈 곳이 생겼다는 점에서도 든든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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