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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Sep 12. 2022

# 책 띠지

# 책 띠지.

 

매대에 놓여있는 책을 둘러싸고 있는 띠지가 없어졌으면 좋겠다. 부디.


한가로운 주말이면 대형서점에 들른다. 구매하지도 않을 책과 펼치지도 않을 책들을 두루 둘러본다. 책 앞에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종이들이 끼워져 있다. 책 띠지다. 지금처럼 책에 관심이 많지 않았던 청소년 시절부터 책 띠지를 싫어했다. 책에 대한 평가는 그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고 오로지 읽고 난 후의 스스로의 평가만 있다고 생각한다. 책 띠지는 펼치지도 않은 책에 대한 평가를 강제로 보게끔 한다. 유명한 교수의 추천, 위대한 작가의 추천, 한물간 정치인의 추천 등 하나같이 책에 대한 찬사를 잔뜩 적어서 책에 두른다. 책을 펼치기도 전에 김이 샌다. 


띠지는 관심 가는 칼럼을 보기 위해 들어간 온라인 페이지에 끝없이 업로드되는 팝업 광고 같은 것이다. 애초에 목적으로 한 것에 대한 즐거움을 맛보기도 전에 불쾌한 감정을 일으킨다. 띠지는 책을 고르는 사람들이 정체를 알 수 없는 보물 같은 책을 한 장 한 장 펼쳐가며 목차를 뒤지고, 운 좋게 펼친 페이지에서 훌륭한 문장을 만날 기회를 빼앗아간다. 그렇게 직접 하나하나 책을 고르고 우연히 삶을 바꿀 문장을 만날 기회를 박탈당한다. 


그 자리는 권위자의 맥락 없는 말 한마디로 채워진다. 책이 스스로에게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킬지에 대한 설렘이 아니라 책을 읽으면 띠지에 적힌 권위자와 비슷한 수준의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하는 허황된 마음만 남길뿐이다. 알맹이를 기대하고 오는 사람들을 사로잡는 가시덤불로 된 포장이다. 사방 어디를 가도 광고인 세상이다. 이제는 공간이 부족한지 지하철 역 기둥 전체에 LED를 박아서 광고를 한다. 책에서조차, 문장에서조차 반강제적으로 광고를 보고 싶지 않다. 책과의 첫 만남을 광고로 칠하는 것은 부끄러움과 염치의 문제다. 너무 과한 것을 바라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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