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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데레사 May 25. 2019

다이어트라 쓰고 마음 챙김이라 읽다

마음 챙김 먹기를 읽고  

알아야 힘이다. 부동산을 알아야 손해를 안 보고, 지식을 알아야 좋은 대학 가서 좋은 기업에 들어가기 수월하고 어느 학원이 좋은지 알아야 우리 아이 성적도 올린다. SNS 피로다 지식 홍수의 시대라 피곤이 극에 달한다고 푸념을 해도 덜어내기보다는 담아두기 바쁜 세상이다.

지식을 욱여넣어서 '안다'와 그 지식이 쓸모없을지 가리고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법을 '안다'는 것은 다른데 왜 둘 다 '안다'라고 표현할까? 의식은 두 '안다'를 구별하지만 언어는 구별이 없다. 인간이 구사하는 언어의 한계일 수도 실생활에서는 두 의미의 차이가 크지 않아 그럴 수도 있겠다.  (완전 다른 맥락이지만 드니 빌뇌브 감독의 영화 컨텍트를 보고 언어라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할 기회를 가졌다. 생각할 여지를 주는 아주 좋은 영화다)


너무 멀리 왔다. 다시 아는 것으로 돌아와 '먹는'것으로 치환시켜보자. 손만 뻗으면 먹을 것이 넘쳐나는 시대이다. 사람은 오랜 시간 굶거나 영양소가 부족하면 죽는다. 하지만 누워서 떡먹기, 식은 죽 먹기에서의 '먹기'와 이천 년 전 예수님이 제자들과 만찬을 나누어 '먹기'는 다르다. 그래도 우리는 먹는다고 표현한다. 전자의 먹기는 의식이 없어서 감사와 절제가 부재한 나머지 비만이나 육체적, 정신적 병을 부른다. 후자의 먹기는 의미와 온기를 가진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 (Atomic Habits)을 보면 매일 한 번 행했던 1%의 습관이 1년 후 37배의 결과 차이를 만들어 낸다고 한다. 우리는 하루에 최소 세끼를 1년도 아니고 내 나이만큼 먹었다. 하루 세 끼를 30년 잘 먹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결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헤아릴 수 있겠는가?  '인류의 최대 단점은 지수함수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라고 한 물리학자 앨버트 바틀릿이 얼마나 고마운지. 물론 인간은 단세포 동물도 아니고 맥락과 상황이 다르니 다소 무리하게 갖다 붙였다는 감도 없지 않다. 하지만 최소 하루 한 번 많으면 서너 번을 꼬박 거르지 않고 몇 년 동안 먹는 끼니이다. 그만큼 쌓이는 것이 많고 우리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행위임을 강조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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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챙김 먹기 (Mindful Eating)의 저자 잰 초즌 베이 (Jan Chozwn Bays)는 아동학대에 관심을 가진 미국의 소아과 의사로 선을 배웠다. 음식으로 고생하는 어른들의 고통이 아이들에게도 세습되고 있음을 보며 현대 과학의 힘이 아닌 마음 챙김으로 치유를 시도하였고  그러한 노력들이 성과를 보이면서 이 책을 낸 것이다. 명상에서 종교를 걷어내고 매일 헬스장에서 몸을 단련하듯 마음을 단련하는 것을 마음 챙김 mindfulness이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이미 마음 챙김을 꾸준히 하는 인구는 실제로 동양보다 서양에서 더 많다. 구글에 마음 챙김 프로그램을 도입한 차드 멩 탄의 책 Search Inside yourself, Joy on Demand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부모는 키가 크지 않을 수 있으니 커피는 마시지 말라고 하거나 디저트를 먹기 전에는 꼭 야채를 먹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아이들은 집을 떠나 독립하자마자 커피를 마시고 내가 좋아하는 디저트를 아무 때나 먹겠다고 결심한다. 자녀들은 집을 떠나면서 드디어 해방되었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어린 시절 생긴 습관적 반응 양식에 의하여 행동이 조정된다면 우리는 여전히 부모에게 붙들려 있는 것이며 자유의 몸이 아니다. (중략) 선에서는 누가 이와 같은 불안이나 죄의식을 불러일으켰는지 또 누구 때문에 음식에 대한 좋지 않은 습관적 행동방식이 몸에 배었는지 따지지 말라고 가르친다. 이런 어려움은 인간이 성장하면서 겪어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라고 말한다. 누구나 살면서 부딪히고 긁히고 상처 받는다. 자신 안에서건 밖에서건 비난할 대상을 꼭 찾을 필요가 없다.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는 "그것을 변화시킬 수 있는가? 또 가능하다면 누가 바꿀 수 있는가?" 다.


해서 왜 먹고 싶어 지는가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책에서는 배고픔의 이유를 7가지로 살펴보고 있다.

눈의 배고픔

광고주들은 눈으로 느끼는 배고픔을 잘 알고 있다. 잡지책이나 광고판 화면으로 접하는 멋진 음식 광고가 그 예다. 방금 밥을 먹었는데도 영화관에 앉아 광고 화면으로 커다란 초코바에서 캐러멜이 뚝뚝 떨어지는 걸 보면 먹고 싶어 진다. 이럴 땐 사과 한 조각 예쁘게 자르고 알맞은 접시에 정성스레 담아 놓고 바라보고 조금씩 맛볼 수 있다. 또는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추고 주위의 것들을 바라본다. 나뭇잎이나 옷가게의 옷들 보도블록의 단순 무늬, 꽃 어떤 것이든 몇 분동 안 가만히 보다가 물 마시듯 눈으로 마신다.

코의 배고픔

장거리 비행을 하는 동안 자리에 앉아서 꾸역꾸역 먹기만 하고 공항으로 내려와 확 끼치는 막 구운 피자 냄새를 거부하기란 쉽지 않다. 이렇듯 코가 느끼는 고픔은 향기로 달랠 수 있다. 향이 나는 허브나 계피향이 강한 빵의 냄새를 들이마시고 나를 채운다는 느낌을 가져보는 것이다.

입의 배고픔

이는 위에서 느끼는 고픔과 또 다른 고픔이다. 즉 입으로 음식의 맛이나 질감을 느끼며 만족을 느끼고 싶어 하는 욕구이다. 아무 생각 없이 음식을 먹게 되면 많이 먹어서 뱃속은 부글거려도 입속으론 뭔가 다른 감각과 다른 음식을 원하게 된다. 허기진 입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음식을 씹는 것이 중요하다. 그저 혀에만 집중해 보자.

위장의 배고픔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 본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는 언제 먹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기보다 실은 우리가 위에게 지금이 배고픈 때라고 알려준다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식습관이다. 위는 감정과도 긴밀히 연결되어 있어서 걱정거리가 있거나 괴로운 경우에도 반응한다. 불안 때문인 것을 배고픔이라 착각하고 필요하지 않은 것을 먹으면 또 죄책감가 수치심에 더 불쾌해지고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물론 진짜 배고픈 경우도 있겠지만 위가 쓰리거나 통증으로 인한 느낌, 불안감이나 초조함으로 인한 반응을 먹는 행동으로 옮기지 말고 잠깐 앉아서 점검하도록 하자. 잠시 쉬거나 가벼운 차를 마시고 기분을 전환하는 것이 좋다. 그래도 계속 배가 고프면 식사를 하면서 정기적으로 잠시 멈추고 편안하게 배가 부른 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소화기관에는 의학자들이 '제2의 뇌'라고 말할 정도로 신경이 많이 분포되어 있다. 나의 감정을 잘 살피며 위의 상태를 돌볼 필요가 있다.

세포의 배고픔

갓난아기 때에는 어떤 음식을 얼마만큼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지 본능적으로 알아차렸지만 나이가 들면서 내적/외적인 혼란스러운 목소리로 마음속 지혜를 잃어버렸다. 저자는 어느 날 몇 시간 동안 에어컨도 없는 차로 한 살짜리 아기를 응급실로 데려온 부모를 만났다. 아기는 너무 기운 없이 늘어져서 제대로 앉지도 못했다. 초보 인턴이었던 저자는 진찰하면서 너무 더워서 아기가 먹지도 않고 오염된 물을 마시면 탈이 날까 봐 증류수를 많이 먹였다는 부모의 말을 듣고 아프고 비싼 피검사 대신 감자칩 한 봉지로 아기를 낫게 했다. 또 빈혈이 극심한 사람은 채식주의자라도 붉은 살코기가 먹고 싶어 지기도 한다. 이렇듯 세포의 배고픔은 영양소로 채워야 한다.

마음의 배고픔/가슴속 배고픔

마음의 배고픔은 좋은 음식과 나쁜 음식, 먹어야 하는 음식과 먹지 않아야 하는 음식 등 개인의 신념에 따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전문가인 의사조차도 식물성 지방이 좋은지 동물성 지방이 나은지 계란이 도대체 인체에 좋은지 아닌지 영양에 관한 최신 정보에 휩쓸리는 경우가 파다하다. 음식은 음식일 뿐 마음을 고요히 하고 의견을 갖는 목소리를 거두어 알아차림을 해야 한다. 사람들은 슬프거나 외로울 때 떠오르는 각기 자신만의 추억의 음식이 있기 마련이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만드신 빵이나 엄마가 주시던 김치볶음밥, 아빠랑 같이 엄마 몰래 먹던 아이스크림 같은 것 들이다. 이렇듯 가슴속 허전함을 채우기 위해 음식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홀로 고요히 친밀감과 존재감을 느낄 수 있도록 마음 챙김을 하거나 사랑하는 이에게 말 걸거나 정원을 가꾸기, 누군가에게 선물하기 등 가슴을 따뜻하게 할 수 있는 일을 해볼 수 있겠다.


마음 챙김 먹기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판단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의사로서 저자는 영양학적으로 많은 논문들이 세간의 떠들썩한 관심을 받고 특정 다이어트가 유행했다가 반박 논문에서 건강에 해롭다고 해서 외면을 받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고 한다. 어떤 논문이나 의사의 말을 근거로 내가 지금 먹는 이 음식이  내 몸에 좋을지 나쁠지로 판단하여 먹기보다는 지금 나의 몸이 소리에 반응해보는 것이다. 설령 설탕시럽이 잔뜩 발린 크리스피크림이 너무 먹고 싶어 먹더라도 질감, 향기, 내 몸의 반응에 집중해서 먹다 보면 그러니까 정신을 놓고 먹지 않을 수 있기에 달콤한 쾌감도 느끼면서 만족할 양을 먹고 기분 좋게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입에 음식물을 넣는 것은 행위일 뿐이다. 숨쉬기처럼 무의식적일 수 있는 이 행위를 의식으로 끌어올려 의미를 찾는다면 건강도 삶의 태도나 질도 분명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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