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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데레사 Jun 10. 2019

AI 면면장 하기

대학에 가는 AI vs 교과서를 못 읽는 아이들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겼듯이 AI 기술이 대입을 통과할 수 있는가 여부는 어쩌면 자연스럽게 생길 수 있는 궁금증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미래의 직업 전망에 귀결된다. 이와 관련한 작가의 서문을 살펴보자.


AI낙관론자들이 주장하듯이 AI가 대체할 수 없는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날 가능성은 물론 있다. 그러나 설령 새로운 일자리가 탄생하더라도 그것이 AI에 떠밀려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의 차지가 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오늘날 일본인의 노동력이 AI의 노동력과 질적인 측면에서 비슷하다는 말은, AI로 대체할 수 없는 새로운 일자리가 대부분의 인간에게도 난도 높은 일자리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나는 도쿄 대학에 합격하는 로봇을 만들고 싶어서 이 프로젝트에 참가한 게 아니었다. 내가 프로젝트에 참가한 목적은 AI가 과연 어디까지 해낼 수 있으며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은 무엇인지를 해명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AI의 시대가 찾아왔을 때 인간이 AI에게 일자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어떤 능력을 갖춰야 할지가 자연스럽게 밝혀질 것이기 때문이다.


2011년에 프로젝트를 (이 프로젝트의 주인공은 도쿄 대학 입학을 목적으로 하는 로보트 _도로보+남자아이를 지칭하는 일본어 =의 합성어 도로보군이다)시작하고 2018년 책이 나오는 동안 도로보군의 실적은 아래와 같다.

현재 일본에서 한 학년에 다니는 학생의 수는 약 100만 명이며 그중 절반인 50만 명이 센터 시험을 치른다. 그리고 도로보군은 이 가운데 상위 20퍼센트에 드는 성적을 냈다. AI의 성적이 화이트칼라를 지향하는 젊은이의 중앙값도 아니고 평균값을 크게 웃돈 것이다. 앞으로 이 나라의 노동시장은 어떻게 될 것인가? 어떻게 해야 도로보군에게 뒤처진 80퍼센트의 아이들에게 밝은 미래를 안겨줄 수 있을까? 나는 이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일본은 1965년~1970년에 걸쳐 지속되며 제2차 세계대전 이래 두 번째로 길었다고 하는 이자나기 경기조차 능가하는 장기간의 호경기를 누리고 있다. 기업의 이익잉여금도 과거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호경기에도 임금의 중앙값이 계속 하락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략) 그렇다면 이유는 하나뿐이다. 이노베이션에 따른 노동자의 양극화이다. 이노베이션으로 대체 가능한 인력의 노동가치가 급속히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도로보군은 도쿄대학에 입학하지 못했다. 유의할 점은 도로보군의 성적이 수학만 보면 도쿄대학 의학부에 합격해도 이상하지 않은 수준이라는 것, 그리고 일본어(국어)와 영어는 수준이 한참 떨어진다는 것이다. 결국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이해력을 끌어올려야 AI에 밀리지 않을 노동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AI 기술과 경쟁하여 일자리를 빼앗기지 않을 전략이 코딩이 아니고 문해력이라는 사실이 당연하면서도 통쾌하다. 4차 산업 혁명을 대비한다고 코딩을 입시처럼 다루고 커리큘럼을 만들어 장사를 하는 세태가 마음에 들지 않는 나로선 그렇다. 통쾌하다. 영어든 코딩이든 수단이 되어야지 목적이 되어선 안된다.


이에 관한 이해는 웅이사의 하루공부를 보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https://youtu.be/bf__eRuExLE


표층적 독해는 할 수 있지만 추론이나 동의문 판정과 같은 깊이 있는 독해를 하지 못할 경우, 문장을 읽는 데는 어려움을 겪지 않더라도 내용을 거의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인터넷에서 복사해 붙여 넣는 방식으로 리포트를 쓰거나 반복적인 문제 풀이와 암기로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는 있지만, 리포트의 의미나 시험의 이미는 이해하지 못한다. 한마디로 AI와 비슷하다. 그리고 AI와 비슷하다는 말은 능력 면에서 AI로 대체되기 쉽다는 뜻이다.

비록 이웃 일본에서 진행한 도로보군 프로젝트이지만, 자산가를 부모로 두지 못한 나의 아이들을 비롯한 대한민국 많은 어린이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큰 실험이다. 작가는 그 후속으로 문해력 향상이 관건이라는 결론을 가지고 어떻게 하면 문해력을 높일 수 있을지 알기 위한 설문조사도 실행했다. 불행히도 독서량, 성별, 생활습관, 스마트폰 사용량 등은 독해력 향상 아무런 상관관계도  발견할 수 없었다고 고백한다. 단, 빈곤률은 독해력과 강한 음의 상관관계가 있다니 더욱 힘이 빠진다. 하지만 기계처럼 문제집만 풀고 성적을 올리는 공부방법이 AI에게 대체되기 딱 알맞은 공부법이라는 것을 알게 된 자체만 하더라도 아이들에게 큰 짐을 덜어줄 수 있다. 그리고 저자의 설문조사 결과가 다소 부정적이라고 하더라도 나는 독서와 독후활동 (서평이나 토론)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텍스트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텍스트를  계속 접하고 헤아리는 것 외에 어떤 방법이 있겠는가!

AI와 관련하여 비상한 관심의 한 축은 '특이점'일 것이다. 즉,  가까운 미래에 특이점(singularity)이 도래하여 인간을 압도하는 능력과 지능으로 인간을 조종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저자는 이러한 우려에

1보다 작은 숫자끼리 아무리 많이 곱한다 해도 1보다 커질 수는 없다. 아니, 곱셈을 무한히 반복하다 보면 한없이 0에 가까워진다. 그러나 1.1이든 1.01이든 1보다 조금이라도 큰 수는 계속 곱해 나가면 무한히 커진다. (중략) 나는 수학자로서 "특이점은 오니 않는다"라고 단언한다.

수학자의 AI에 대한 탁월한 표현이다. 책을 읽는 초반 나는 문득 수학자가 AI를 논하는 것이 맞나 싶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컴퓨터의 논리 언어와 인간의 자연어의 간극을 살펴보며 내가 한참 잘못짚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AI는 의미를 이해하지 않는다. 입력에 반응해서 '계산'한 답을 출력할 뿐이다. AI의 눈부신 발달에 현혹되어 잊고 있는 사람도 많겠지만 컴퓨터는 어디까지나 계산기다. 계산기이므로 할 수 있는 일은 기본적으로 사칙연산뿐이다. AI는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고 있지 않으며, 어디까지나 '의미를 이해한 척'을 할 따름이다, 게다가 사용하는 것은 덧셈과 곱셈뿐이다. (중략) 그래서 AI연구자들은 영상 처리를 하는 방법, 질문에 응답하도록 하는 방법, 영어를 일본어로 번역하는 방법 등 세상의 온갖 것을 수식으로 나타내기 위해 매일같이 두뇌를 전력으로 가동하고 있다.  
수학은 논리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 확률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 통계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은 얼마든지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밖의 것은 표현하지 못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나는 당신을 좋아해"와 "나는 카레를 좋아해"의 본질적인 의미 차이도 수학으로 표현하기에는 매우 까다로운 문제다. 이것이 도로보군의 성적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오르지 않는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으로 문해력의 관점에서 <대학에 가는 AI vs 교과서를 못 읽는 아이들>을 살펴보았다.

사실 일자리에 관한 한 AI의 등장으로 인한 문제점에 관한 서적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AI를 대학에 합격시킨다는 발상도 다소 신선하지만 어렵지 그 내용과 미래 전망이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나는 오히려 수리논리학을 전공한 저명한 학자가 AI를 이해하는 과정을 엿볼 수 있어 기대 이상으로 유익했던 시간이었다.

문해력만 잘 갈고닦으면 AI는 우리를 능가할 수는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우리는 유발 하라리의 의견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아마존의 답이 늘 옳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은 불가능하다. 데이터 부족, 프로그램 오류, 목표 설정 혼란, 삶의 근본적인 무질서 때문에 알고리즘은 반복해서 실수를 범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마존이 완벽해야 할 필요는 없다. 평균적으로 우리 인간보다 낫기만 하면 된다.
(유발하 하리_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김영사)


완벽하지 않아도 평균적인 인간보다 낫기만 하면 AI(알고리즘)의 위력은 충분히 위협적이고 강력하다. 리는 이 사실을 잊으면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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