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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데레사 Jun 27. 2019

엄마표에 부딪치다

이끌기 힘들면 따라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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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엄마표 영어로 효과를 본 사람들이 있다. 초등 5학년이라는 늦은 나이에 집중적으로 잠수네를 해서 고3인 지금까지 영어로는 힘든 적이 없다는 딸을 둔 이웃 언니,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엄마표 영어를 시작해서 좋은 모녀 관계를 유지하며 즐겁게 영어공부를 하고 있는 아는 동생, 깨깨둥이 어린아이 때부터 DVD와 마더구스를 통해 영어를 거부감 없이 대하고 이제는 위대한 쇼맨 (2017년, 마이클 그레이시 감독) ost를 열정적으로 따라 부르는 3,5,7살 트리오를 둔 내가 존경하는 언니 등등.

비록 나는 영어를 통한 근사한 모자 관계는 고사하고 영어라면 일단 피하고 보는 아들이 둘이나 있지만, 언젠가는 쓸 일이 있으리란 믿음으로 엄마표 영어 책을 읽거나 강연을 들으러 다니기를 꾸준히 하고 있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엄마 마음만큼 따라주지 않는 아이들의 이야기도 쉽게 들을 수 있다. 그럴 때 참고 삼을 수 있는 책이 "아이표 영어"이다.


그동안 나는 자녀 교육의 맥락 속에서 영어를 스펙의 한 종류로 다룬 글이나 작가의 태도에 싫증과 기시감을 느껴왔다. 반면 이 책에서 저자는 독해력과 문해력을 보는 관점을 제시함으로써 보다 근원적이고 현명한 접근을 보여주어서 크게 공감할 수 있었다. (이는 "대학을 가는 AI vs 교과서를 못 읽는 아이들"에서도 가장 심각하게 다루었던 문제였다)

독해는 읽고 있는 글 안에서 끝나지만, 문해는 과거에 읽었던 많은 글과 현재 읽고 있는 글이 서로 어우러지는 과정을 포함해요. 독해는 뉴스를 보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는 수준의 단계예요. 문해는 뉴스 기조를 보고 전달자의 정치적 성향과 의도까지 알아차릴 수 있는 단계까지예요. 앞으로 세상은 전 세계에서 날아오는 뉴스를 실시간으로 받는 시대일 거예요. 그렇다면 단순 해석이 아닌 문해력을 갖춘 영어 능력이 요구된다고 생각해요.
학습에서 IQ보다 중요하다고 말하는 메타인지 능력은 자신에 대해 아는 능력이에요.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를 찾아내는 능력이에요. 남을 따라가다 보면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알 수 없어요. 스스로 해 봐야 배울 수 있어요. 메타인지 능력을 기르려면 실패를 경험해야 해요. 도전하고 실패하고 극복하는 과정을 반복해서 경험해야 해요. (중략) 시도하고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그런 과정과 방법조차 엄마가 알려주는 게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배울 수 있도록 회복 탄력성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야 해요. 그러려면 엄마가 앞장서지 않고 아이가 앞장설 수 있게 놔둬야 해요.


엄마가 칼데콧, 뉴베리 상을 받은 책들 중에서 엄선한 책을 읽어내야 인정받고 더 높은 readinglevel의 책을 도장 깨듯 읽어나가는 식의 영어 공부는 학원에 돈을 내며 다니지 않을 뿐 외적 동기의 비중이 큰 학습을 한다는 현실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한국은 국민 1인당 연평균 독서량이 OECD 국가 가운데 꼴찌에 가까워요. 그런데도 출판 시장 크기는 세계 10위권 안에 들어요. 아이들 책이 많이 팔리기 때문이에요. (중략) 책이 엄마 노릇도, 선생님 노릇도, 멘토 노릇도 해 주길 기대해요. 책이 육아의 주체가 되어주길 기대해요. 하지만 책은 책이에요. (중략) 책을 많이 읽게 해서 우리 아이를 똑똑하게 만들려는 엄마의 의도와 바람이, 오히려 아이를 책에서 멀어지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고 있어요. 저는 한국 아이들 책 시장이 기형적이라고 느껴요. (중략) 아이들이 책을 많이 읽으면 좋겠어요. 책을 좋아해서 영어책 읽기도 좋아하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책을 성공을 위한 도구로 인식하지 말고 그냥 책으로 존재할 수 있게 해야 해요.
엄마 때문에 리딩 레벨을 올리는 게 원서 읽기의 전부가 된 아이들이 있어요. <해리 포터>까지 읽었지만, 6학년 수준의 영어 실력은 되지 않는 아이들이 많아요. 그 자리에 멈춰 선 아이 때문에 고민하는 엄마들도 많은데, 그 자리까지 차근차근 올라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하면 듣기 싫어해요. 원어민들도 몇백 권씩 읽어야 올라가는 리딩 레벨을 한국에 살면서 몇십 권 읽는 거로 충분하다고 느끼는 엄마들이 있어요. (중략) 누구보다 잘하기 위한 영어는 국내용 영어예요. 글로벌 영어는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는 영어가 되어야 해요. 끊임없이 올라가야 하는 사다리에서 내려와야 옆에 있는 사람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여유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저는 아이마다 다른 영어 공부를 '아이표 영어'로 부르려고 해요. 아이표 영어는 정해진 트랙이 없어요. 아이 능력과 속도와 환경에 따라 달릴 수도 걸을 수도 멈출 수도 있어요. (중략) 아이마다 다른 길, 다른 방법, 다른 속도로 각자의 영어 공부를 하면 돼요.

나는 매주 정해진 articel을 읽고 영어로 토론하는 모임을 나가고 있다. 대부분 열심히 듣고 오는 편이다. 그렇지만 모국어로 나름 날카롭고 타당한 논리를 펼 수 있는 기회를 영어 때문에 벙어리처럼 앉아만 있어야 하는 괴로운 경험이 나에게 영어를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동기를 부여함과 동시에 잔인한 메타인지도 선사한다. 앞으로 자녀세대가 사용할 영어도 결국 상대방을 설득하는 환경을 위함이라고 본다면 리딩 레벨에 따른 어휘를 익히고 독해력만 기르는 독서방법은 효율적이지 않을 것이다.

리딩 레벨을 높이려고 어휘만 따로 외우는 것은 효과가 별로 없어요. 그보단 배경지식이 더 필요해요. 특히 논픽션 글을 잘 읽지 못해서 리딩 레벨이 올라가지 않는 시기가 있어요. 일종의 정체기인데, 이때는 논픽션 어휘를 암기시키기보다 논픽션 지식을 한글책이나 한글 영상으로 많이 채운 후 영어책이나 영어 영상을 보면서 단어에 익숙하지는 게 더 나아요.

이 책에도 물론 연령별, 단계별 좋은 책과 영상물을 풍부하게 소개하고 있다. 리딩 레벨과 영어책의 종류, 영어로 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에 대한 기술과 시사점도 다른 엄마표 영어 책 보다 현실적이고 시의적이라 눈여겨볼 부분이 많다. 마지막으로 본문의 내용을 아래와 같이 정리하고 나도 또한 아이들과 함께할 영어 공부에 지침으로 삼으려 한다.

돈이 많은 집 아이들에게 유리한 학생부 종합 전형은 미국에서 건너왔어요. 애초에 그 방법은 유대인을 배제하려는 백인 학교의 정책이에요. 돈이 많은 백인이 기득권을 유지하고, 다른 계층이나 인종을 배제하고 싶어서 만든 정책이에요. 지금도 돈 많은 백인에게 유리해요. 돈이 많은 다른 인종이 돈을 더 쓰면 따라갈 수 있을까요? 아니요. 그들은 여러 방법으로 그 길을 막고 있어요. (중략) 부자 부모를 둔 아이들에게 없는 것이 있어요. 결핍을 경험하는 것, 지금보다 나아지고자 하는 향상심, 좁은 집에서 부대끼며 살아서 얻게 된 친밀감, 다른 사람의 처지를 이해할 수 있는 공감능력, 문제를 해결해주는 부모가 없어서 생긴 자립심과 문제 해결 능력 같은 것들이에요. (중략) 다행스럽게도 아이들을 키우는 데는 돈만 필요한 게 아니라 사랑과 관심과 함께하는 시간이 필요해요.
개천에서 용 나기 힘든 시대이고, 개천에서 나는 용을 좋아하지도 않는 사회가 되었어요. 그렇다면 부모가 개천에서 먼저 나와야 해요. 아이가 우리 집 환경과 다르게 특출 나길 바라는 것보다 우리 집 환경을 조금 더 좋게 만드는 게 실현 가능성이 더 높아요. 아이는 부모가 하는 말을 들으며 자라지 않아요. 아이는 부모의 등을 보며 자라요. 아이는 부모가 사는 모습을 통해서 배워요. 삶에 대한 자세와 일상에 대한 습관을 부모에게 배워요. 학습에 대한 관심과 습관도 부모에게 배워요. 아이에게 무언가를 원한다면 부모가 할 방법은 먼저 그렇게 하는 모습을 삶을 통해 보여주는 거예요.

아이의 성장은 아이에게만 유효하지만 부모의 성장은 아이에게도 고스란히 그 혜택이 돌아간다. 이것만으로도 어른이자 부모인 나의 자기 계발이 꼭 필요한 이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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