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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데레사 Jul 04. 2019

우리는 모두 흔들리며 피는 꽃

엄마 공부를 해야 할 때

남의 자식들은 부모들이 별 힘을 들이지 않아도 성적도 좋고 교우관계도 좋게 잘 크는 것처럼 보인다.

다른 부모는 자식이 별로 속을 썩이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이웃의 엄친아, 엄친딸들은 타고난 것이지 나의 자녀와는 질적으로 다른 부류의 인간 같다. 


왜 그럴까? 왜 남들은 다 쉬워 보이고 나의 일은 그렇게도 어려워 보일까?


쉬웠으면 좋겠어서 그렇다. 


우리가 복권을 사면서 당첨을 바라듯이 나의 인생이, 내 자녀의 인생이 별 노력 없이 쉽게 잘 풀렸으면 좋겠어서 그렇다. 그렇지 않고 세상에 쉬운 일이 없음을 알고 별거 아닌 그곳에 도착하기 위해 얼마나 속절없이 부딪치고 깨지며 자신을 추리고 갔는지 헤아릴 줄 아는 사람은 감히 “나도 저 사람처럼 유명해지고 싶다. 돈 많이 벌고 싶다. 좋은 성적을 얻고 싶다.”라고 함부로 말할 수 없다. 그 인내와 각고의 시절을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세 딸을 영재원에 보낸 작가의 삶도 그러하다.

어릴 적 어머니의 매질에 상처 받고 자신만은 아이들을 그렇게 키우고 싶지 않아서 이를 악물고 1,500권의 육아서를 읽으며 번번이 실패하는 남편의 사업에 휘청였지만 여건에 굴하지 않고 아이들을 잘 키워냈다. 그리고 책의 말미에 이렇게 표현한다.


아이들이 어렸을 땐 부모가 아이를 키우는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다 보니 내가 키운 세월만큼 자라난 아이들이 나를 키우고, 그렇게 자라난 내가 다시 또 아이를 키우면서 서로가 함께 성장해가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끊임없이 흔들리며 가다 보니 그 뿌리가 땅 밖으로 뽑혀 나오는 것이 아니라 땅속 더 깊은 곳으로 파고들어가 단단하게 뿌리를 박는다는 것도 알았다.


그럼 작가의 곡진한 육아 경험을  더 들여다보자.


1. 부정적인 투사

앞서 언급했듯이 나의 맘이 요행을 바란다면 세상 모든 사람이 쉽게 성공하는 듯 보인다. 같은 맥락으로 부모의 마음이 불안하면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첫째 딸이 부당하게 반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했을 때 타이거 맘은 상대 아이를 탓하기 전에 딸이 혹시나 저질렀을지 모를 실수를 점검하고 의심했다. 자신의 욕구보다는 타인의 입장을 먼저 헤아리던 어린 시절의 태도가 아이에게 상처를 냈다는 사실을 나중에서야 알았다고 한다. 

또 딸이 공부를 전혀 하지 않고 전교 1등을 했을 때, 열심히 노력했지만 딸에게 1등 자리를 빼앗긴 이름 모를 아이가 얼마나 억울할까 하는 생각에 기뻐하거나 축하해주지 못했다. 세 아이가 돈을 값어치 있게 쓰거나 함부로 다루는 모습을 보며 나중에서야 돈에 대한 부모의 태도가 대물림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모든 사건은 부모의 투사로 인한 행동과 관점이 아이들에게 영향을 주거나 상처를 주었다. 아이들이 사춘기에 접어들고 작가는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잘 자라는 만큼 내 삶은 힘들어졌다. 조금만, 조금만 더 버티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날은 오지 않았다. 오래전부터 선생님은 외부에서 원인을 찾지 말고 네 마음속에서 답을 찾으라고 조언해주셨지만 그 말이 와 닿지 않았다. 그런데 그날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살아온 내 방법에 한계가 있는 거라면 이제는 다른 방법을 모색해봐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내면 여행이 시작되었다. 거칠고, 아프고, 막막하고, 서러웠지만 거기서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내가 이렇게 힘들어하는 이유, 괴로웠던 이유, 고통스러웠던 이유들을 만나고 나니 나를 알게 된 시간만큼 타인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가장 가까운 타인은 바로 나의 아이들이었다.


이렇게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아픔을 이해하고 애도하면 치유가 일어난다.


나는 쌍둥이 아들을 키우면서 맥락 없는 대화를 나눌 때, 헝클어지고 어질러진 집안을 볼 때 분노를 느낀다. 첫 번째 상황에 대해 보자면,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눌 상대와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남자아이들의 의식의 흐름은 엉뚱하기로 정평이 나 있으니 나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들이 집안을 어지를 때는 정말이지 너무나 참기 힘들다. 처음엔 청결과 정리에 있어서는 완벽에 가까운 친정어머니의 영향이거니 생각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문제는 나에게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아이들을 출산하고 나는 모든 게 낯설고 어려웠다. 육아도 인간관계도 힘들었지만 내가 가장 위축된 지점은 예상치 못한 몸의 변화들이었다. 체력이나 건강에 대해 한 치의 의심이 없었던 지난날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체력의 한계를 매일매일 경신하듯 경험하다 보니 몸의 이상을 더 예민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없던 알러지 증상이 생기고 잦은 소화불량에 겁이 나기 시작하는데 내가 없으면 먹지도 자지도 못할 아기가 둘과 24시간을 지내야 하다 보니 중압감에 짓눌리기 시작했다. 나는 건강해야만 하고 에너지를 아껴야 하고 그러려면 끼니를 짓고 빨래는 하더라도 집을 정리할 에너지는 최소화하고 싶었던 것 같다. 지금은 여기 까지지만, 더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심리학에서는 애도의 5단계로 치유의 과정을 설명한다. 나도 아이들에게 더 상처를 주기 전에 내면 여행을 떠나보려고 한다. 


2. 그럼에도 실질적인 육아 팁


-시험이나 숙제

나를 비롯한 많은 엄마들이 자녀의 숙제가 골치다. 숙제를 하지 않고 놀기만 하는 아이를 언제까지 보고만 있어야 하는지, 어디까지만 도와줘야 하는지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대처했다. 숙제를 제때 끝내지 못한 경험을 통해 아이의 힘듦을 공감해주고 선택지를 제시한다. 물론 어린아이기에 약속대로 숙제를 하지 못하는 때도 있지만 허용하며 기다려 주면서 습관이 자리 잡을 때까지 힘들어할 때는 함께 있어주었다.  


초등학교까지의 공부는 당장 눈앞의 결과보다 학급에 대한 좋은 이미지와 향후 하게 될 학습에 대한 기본 실력을 키워주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더 정확하게 서술해보라고 아이를 닦달할 필요도 없고 완벽하게 쓰라고 몰아세울 필요도 없으며, 완벽하게 하지 않는 태도가 습관으로 굳어질까 봐 억지로 공부하라고 말할 필요도 없다. 
고등학교까지 아이를 키워보니 아이는 적절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적당한 거리에서 지켜보며 아이가 원할 때 언제든지 아이의 욕구에 반응해주면 자신만의 속도로 부모의 상상을 넘어서며 멋지게 성장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스마트폰과 게임에 대하여

부모가 아이에게 아무리 좋은 것을 주려고 해도 아이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줄 수 없다는 것을 세 아이를 키우며 여러 번 깨달았다. 한 번 스마트폰의 맛을 본 아이들은 내가 주고 싶었던 더 좋은(?) 환경과 도구보다 스마트폰을 더 선호했다. 그런 아이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다양한 시도들을 해보았지만 아이들이 커갈수록 그 방법들은 별다른 의미가 없었다. 결국 나는 아이의 현주소를 겸허히 인정한 후 거기서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이렇게 작가는 가족 카톡방을 만들어 아이들과 꾸준히 대화하고 같이 게임도 하는 등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사견이지만, 이와 관련하여 “아이의 손을 놓지 마라(고든 뉴펠드, 가보 마테 저/ 북라인)”라는 책도 유의미하게 참고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애착”과 “또래 지향성”의 관점에서 ‘스마트 폰’의 영향력을 분석했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58053241


-아이의 꿈

“영재원에서는 끊임없이 이유를 물어. 이 실험의 결과가 왜 이렇게 나왔는지 묻고 물어서 원인과 과정을 아이들이 생각하게 해. 설혹 실험 결과가 잘못 나오더라도 잘못된 결론이 나온 이유까지 스스로 생각하게 해. 그런데 학교 수업은 실험 결과가 이렇게 나온 이유를 물어보면 그냥 결과를 외우라고 해. 나중에 수업을 마치고 나면 학교 수업보다 영재원에서 배운 것이 훨씬 더 오래 기억에 남아.”


저자의 막내가 한 이야기다. 작가는 공교육이 아쉬운 점은 있지만 학교 생활을 통해 다채로운 경험을 하고 성장을 할 수 있는 여전히 훌륭한 교육기관이라고 한다. 영재원이나 기타 사교육으로 학교가 채워주지 못하는 부분을 메꾸는 작업 또한 필요하다. 이렇게 경험과 지식이 쌓이다 보면 아이들은 앞으로 꿈을 스스로 찾아 나서기 시작한다. 이때 부모는 섣불리 특정 직업을 가지라고 얘기하지 않고 아이의 흥미를 꾸준히 뒤따라 가며 도와주기만 하면 된다. 이럴 때 아이의 관심사를 한 곳에 모으거나 스크랩하는 방법, 대학별 사이트에서 학과를 같이 찾아보거나 관심 분야와 관련된 산업이나 회사를 찾아보는 방법도 유용하다.


-책

작가는 아이가 만화책만 본다며 질시하는 대신 차라리 같이 읽고 대화를 하는 편을 택하여 논리를 키우도록 했다. 또한 살인, 원한, 애증 난무하는 셜록홈즈 시리즈에 빠진 다섯 살 아이를 걱정하고 있었지만 인간의 증오 대신 논리적인 추론 능력을 배운 딸의 언변을 보며 엄마의 걱정이 기우일 뿐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책의 종류와 수준은 아이가 결정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새겨본다 . 


작가는 칼릴 지브란의 “아이들에 대하여”라는 글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며 책을 마무리하였다. 아이들은 부모의 소유가 아니며 쏘아져 날아갈 운명의 화살(자녀)과 흔들림 없이 단단하게 지지하는 활(부모)의 관계처럼 부모에게 큰 영향을 받는다. 이 책을 관통하는 키워드인 “내면 성찰”이 없이는 불가능 한 활노릇임을 새삼 깨달으며 다시금 과녁을 확인하고 활시위를 잡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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