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피천득 선생님의 한 수필 제목과 같다. 이 이상 간결하고 담백한 제목을 찾지 못했다.)
싱가포르는 언제든 낭만적일 수 있는 도시다. 연인과 로버슨키를 걸을 수도 있고, 야경이 보이는 바에서 칵테일을 마실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가장 사랑하는 생활은 그와의 저녁 산책이다. 우리는 손을 잡고 조리를 신은채 어슬렁거리며 길을 나선다.
그럴 때 그는 바쁜 낮 시간에는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한다. 예전에 있었던 속상한 이야기, 앞으로의 계획, 회사에서 겪고 있는 일 같은 것들.
밤은 고요하고 우리는 포근함을 느낀다. 한껏 꾸민 채 번화가로 나서는 일보다 우리 둘만이 걷는 산책에 더 큰 기쁨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