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며낙 Mar 11. 2022

쑥을 맛보다!

할머니, 엄마 손잡고 봄맞이 하러 가는 길

할머니, 엄마 손잡고 봄맞이 하러 가는 길 

어릴 적 기억 속에 남아있는 따스한 장면이 있다. 꽁꽁 얼었던 시냇가에서 졸졸졸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 어느 새 산과 들에 작은 새순들이 피어 오르기 시작한다. 하루가 다르게 점점 변해가는 계절의 색에 자연의 신비로움을 느꼈던 그 작은 아이의 추억. 따스한 온기가 느껴지기 시작하면 할머니와 엄마는 약속이라도 한 듯 대바구니 하나 옆에 끼고 나지막한 산으로 강기슭으로 나가셨다. 뭔지도 모르고 쫄래쫄래 따라다녔다. 쪼그려 앉아서 여기 저기 무언가를 캐던 엄마 옆에서 뛰놀다 이내 봄기운에 졸려 보자기 깔고 한숨을 자곤 했다. 삭막한 이 도시에서는 말도 안 되는 풍경이지만 그때는 그랬다. 그 시절 한 소쿠리씩 담아내던 쑥 향이 아직도 코끝을 스치는 듯 하다. 


쑥으로 후다닥 만들던 맛!

좋은 쑥을 한 움큼 따와 흐르는 물에 헹궈낸 뒤 물기를 탈탈 털어 찹쌀가루나 멥쌀가루에 설렁 설렁 버무려 재빠르게 찜기에 얹어 낸다. 온 집안이 향기로운 봄 냄새로 가득 찬다. 뜨끈한 쑥 설기에 된장 휘휘 풀어 살짝 끓인 쑥 된장국도 입안을 개운하게 한다. 갓 지은 밥 한 공기 말아서 봄동 겉절이와 함께 입에 담으면 이게 봄은 이런 맛이 아닐까 싶다.


7년된 병을 3년 묵은 쑥을 먹고 고쳤다. 

우리 속담에 있는 이 말은 쑥의 효능을 한 문장으로 설명해준다. 주위에서 흔하면서도 오래 전부터 애용하던 건강식재료가 바로 쑥이다. 단군신화에 등장할 정도로 우리에게 친숙한 쑥은 봄나물을 대표한다. 또한 약성이 풍부해 “애엽” 이라 불리며 식용과 약용으로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어린쑥은 나물로 식용하고, 왕성하게 자란 쑥은 약으로 쓴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줄기가 가늘고 잎이 약간 흰빛이 나는 쑥이 약효가 뛰어나다고 전해진다. 쑥은 성질이 따뜻해서 부인과 질환에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손발이나 아랫배가 항상 차고 생리통이 있고, 때때로 생리불순이 있는 여성들이나 결혼 후 몇 년이 지나도록 임신이 되지 않을 때 쑥을 달이거나 고아서 먹어 효험을 거둔다고 한다. 


추위를 이기고 내 몸을 정화시키는 쑥!

급변하는 환경오염으로 답답한 요즘! 미세먼지와 황사로 이미 마스크가 생활화 된 우리에게 필요한 식재료가 쑥이 아닌가 싶다. 신체의 오염을 정화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피를 맑게 하고 부족한 피를 보충해주며 혈액순환을 도와 몸 속의 냉기를 몰아내 몸을 따뜻하게 하는데 탁월하다. 특히나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이 쑥을 오래 먹으면 좋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군다나 만병의 근원이 면역력 약화인데 면역기능을 높이고 살균효과가 있어 혈액 속 백혈구를 튼튼하게 해준다. 쑥의 독특한 향기인 치네올이라는 성분은 대장균, 디프테리아균을 죽이거나 발육을 억제하는 효능이 있을 뿐 아니라 소화액의 분비를 왕성하게 해서 소화를 돕는 작용을 한다. 강력한 해독작용으로 미세먼지와 독으로 가득 찬 몸을 정화시킨다.


쑥으로 만드는 만찬

쑥으로 만들 수 있는 요리들은 다양하다. 그래도 하나 기억할 건 바로 향을 음미 하는 방법이다. 쑥은 향이 진해서 나물 반찬으로 먹기보다는 국으로 끓이거나 쌀과 함께 빻아 쑥버무리나 쑥떡으로 만들어 먹는다. 집에서 손쉽게 해 먹을 수 있는 쑥 요리는 역시 ‘쑥국’이다. 멸치 다시마 국물에 된장을 풀어 쑥과 함께 끓여 내면 쑥 향에 된장 맛과 바다내음까지 어우러져 별미로 손색이 없다. 너무 오래 끓이면 향긋함이 사라지니까 쑥은 마지막에 넣고 살짝만 끓이는 것이 좋다. 쑥떡도 많이 해 먹는데 쑥은 맵쌀의 산성을 중화해줄 뿐 아니라 색과 향으로 식욕을 돋우어 준다. 쑥버무리는 설탕과 소금으로 간한 쌀가루에 버무려서, 찜기 위에 면보를 놓고 그대로 쪄주면 된다. 이때 불 조절이 중요하다. 처음 5분은 센 불, 이후 5분은 중 불로 찐 뒤 5분간 뜸을 들이면 완성! 춘곤증에 좋은 봄나물을 조리할 때에는 맛과 향을 살리는 게 좋다. 자극적인 양념은 덜 사용하고 먹기 직전에 무치면 좋다.


쑥의 향을 살리는 손질법

쑥을 손질할 때는 먼저 뿌리 부분을 잘라내고 다 자란 큰 잎을 골라낸 후 깨끗이 다듬는다. 그리고 물에 씻어 물기를 뺀다. 이때 아린 맛을 없애려면 물에 하루 정도 담가두는 것이 좋다. 맛있는 쑥 요리를 사시사철 즐길 수 있는 방법도 있다. 봄에 나는 애쑥을 넉넉히 사서 살짝 데친 뒤 꼭 짜서 한 번 먹을 만큼씩 담아 냉동실에 넣어두면 된다. 도시에서 자란 쑥은 중금속에 오염되어서 씻거나 끓여도 오염물질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쑥을 먹는 사람도 중금속에 오염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채취해서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납, 카드뮴 등의 중금속 등을 꾸준히 섭취하게 되면 고혈압이나 호르몬 계의 이상, 간 손상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또, 산과 들의 청정지역에서도 쑥을 캐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허가 받지 않고 산나물을 채취하는 행위는 불법이기 때문에 함부로 캐지 말아야 한다.



쑥개떡 (20개 분량)

재료: 쑥 200g, 습식멥쌀가루 500g, 뜨거운 물 150ml, 설탕 4T, 참기름 1.5T, 소금 1/2t 


만드는 법

1.     끓는 물에 소금 1/2t를 넣고 2분 정도 빠르게 삶은 뒤 찬물에 헹궈준다.

2.     물기를 꼭 짜내고 손으로 잘게 찢거나 칼로 다져준다. 

3.     습식 멥쌀가루는 체에 한번 내려 포슬포슬하게 준비한다.

4.     체에 내린 쌀가루 150g을 쑥과 블렌더에 넣고 곱게 갈아준다.

5.     뜨거운 물 150ml에 설탕 4T를 섞어 녹여주고 조금씩 넣어가며 익반죽을 한다. 

6.     뭉쳐진 반죽을 새알 크기로 빚은 뒤 납작하게 눌러 원형으로 펼쳐준다. 

7.     찜기에 면보를 깔고 쑥개떡을 넣어준 뒤 20정도 찌고 불을 끄고 5분간 뜸을 들인다. 

8.     참기름과 소금을 섞어 쑥개떡에 발라 내면 완성이다. 

Tip 

-       쑥은 억센 줄기부분을 제거하면 훨씬 먹기 좋다.

-       설탕의 양은 가감한다. 아예 설탕을 빼고 조청을 찍어 먹어도 좋다.  

작가의 이전글 동묘시장을 맛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