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콜드 워>
영화 <콜드워>가 다루고 있는 주요한 소재는 폴란드 민요이다. 농민들에게 고단하지만 사랑이 있고 가난하지만 풍부한 감정을 누리면 살 수 있게 해 준 중요한 수단은 대대로 음악이라 할 수 있다.
<콜드워>라는 제목처럼 전쟁 후 삭막한 냉전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영화이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음악이 흘러나온다. 영화를 관통하며 음악은 불안한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얼어붙은 감정에 온기를 불어넣어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주인공 남녀를 사랑에 빠지게 하는 매개체였다가 이별을 조장하는 갈등의 매개체를 한다. 줄라는 이탈리아인과 위장 결혼까지 해서 프랑스로 빅토르를 만나러 왔으나 프랑스 말로 번역된 고국의 노래를 녹음한 음반이 발매됨과 동시에 그를 떠나고 만다.
두 번째 소재는 사랑이다. 이는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기도 하다. 15년간 이어진 그들의 사랑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얼음 같이 차가운 시대에 뜨거운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서 감내해야 할 고통은 매우 컸다. 평생 피아노를 쳤던 빅토르는 조국을 배반하고 망명한 사실에 대한 대가로 영국 스파이라는 죄목으로 감옥에 가고 심한 고문으로 손가락을 잘린다. 빅토르는 그의 인생을 걸고 줄라를 다시 만날 수 있기 위함이었다. 그녀를 위한 희생이었다. 이에 빅토르를 위해 위장결혼을 한 적이 있던 줄라는 그를 교도소에서 꺼내기 위해 또 한 번의 원치 않은 두 번째 정략결혼을 한다. 그녀는 이후 무려 5년 간 결혼한 남편의 요구로 위문공연을 다니며 자신을 소모시킨다. 빅토르를 다시 만나자마자 그를 향해 쓰러지며 구토를 하는 장면에서 그녀가 얼마나 혹독한 삶을 인내하며 살아왔는지 알 수 있다.
그들은 이 차가운 시대에 그들의 사랑을 지킬 수 있는 방법으로 동반자살을 택한다. 줄라의 제안이었지만 빅토르는 이를 순순히 따른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죽어서 영혼이 된 건지 죽음을 기다리는 건지 모를 두 사람이 좋은 풍광을 찾아간다. 프랑스에서 재회 후 둘이 즐겼던 파리의 멋진 야경처럼 화려하지도 그렇다 할 건물조차 없는 풍경이지만 그곳은 둘의 고향이자 더 이상 그 무엇의 방해도 없는 그들의 영원한 안식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