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낭성 난소증후군
그녀는 19세, 과체중으로 인해 생리가 거의 없었다.
어머니와 함께 내원한 그녀의 걸음걸이는 무겁고 힘들어 보였다. 어머니는 보통 체격의 중년 여성이었지만, 그녀와 그녀의 동생은 큰 몸집을 가지고 있었다. 첫눈에 그녀가 생리를 자주 하지 않으리라는 직감이 들었다.
그녀의 동생은 16세로, 초경 이후에도 조금씩이나마 생리를 하고 있었지만, 그녀는 거의 생리를 하지 않았다. 다른 병원에서는 매달 10일간 황체호르몬을 복용하여 생리를 유도하자고 했지만, 약을 자주 잊어버려 지난 6개월 동안 생리가 없었다고 한다.
초음파 검사 결과, 자궁내벽이 두꺼워져 있었다. 양쪽 난소에서는 심각한 다낭성 소견은 보이지 않았지만, 상황은 좋지 않았다. 성관계 경험이 없었기에 우선 황체호르몬 주사를 통해 생리를 유도한 후, 불규칙한 월경의 원인을 찾기 위해 혈액검사를 진행했다.
일주일 후, 혈액검사 결과를 확인했을 때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녀는 18세에 불과했지만, 간 기능이 심각하게 저하되어 있었고, 공복 혈당 수치와 당화혈색소 수치는 당뇨를 의심할 정도였다. 남성호르몬 수치도 증가되어 있었다. 이 모든 것은 대사 이상과 다낭성 난소 증후군(PCOS)의 징후였으며, 내과와 협진하여 치료를 시작해야 했다.
결과를 듣고 놀란 그녀와 어머니의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생리를 하지 않는 것이 이렇게 심각한 건강 문제와 연결될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 조심스럽게, 왜 그동안 병원을 방문하지 않았는지, 혹시 다른 스트레스나 식욕과 관련된 문제가 있었는지 물어보았다.
“병원에 갔었죠. 그런데 계속 살을 빼라는 말씀만 하셔서 병원 방문할 때마다 좀 기분이 안 좋았어요. 저도 살 빼야 한다는 건 알거든요.”
그녀의 말이 마음에 깊이 와닿았다. 단지 살을 빼라는 말만 듣고, 그녀가 느꼈을 스트레스와 좌절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녀와 어머니께 생리도 중요하지만, 우선 내과 협진을 통해서 대사 이상 증상을 치료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생리는 병원에서 매달 체크하고, 피임약을 복용하면 좋을 테지만 저하된 간기능이상 소견으로 복용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인슐린 저항성을 낮추기 위해 이노시톨 복용을 권장했다. 또한, 현재 몸무게에서 5% 정도 감량하면 점차 생리가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고 조언했다.
그녀도, 어머니도, 그리고 나도 쉽지 않은 치료 여정을 함께 하기로 약속했다. 우리가 함께 노력하면, 다음 달에 다시 만났을 때 그녀가 조금 더 건강해진 모습으로 찾아올 거라는 작은 희망을 품는다.
그녀의 건강 회복을 위한 여정이 이제 막 시작되었다.
다낭성 난소 증후군(PCOS)은 전 세계적으로 많은 여성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복잡한 질환이다. 인슐린 저항성과 관련이 있어 난소에서 과도한 테스토스테론이 생산되며, 이로 인해 배란이 이루어지지 않고 생리가 불규칙해진다. 여드름, 탈모, 체중 증가, 그리고 당뇨와 같은 대사 이상 증상들이 동반되기 때문에 다각적으로 치료 계획을 세워야 한다. 여성들이 오랫동안 하지 않는 생리와 체중증가 등 이상 소견이 지속된다면 지체 없이 병원진료를 할 것을 권유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