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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 그녀의 생리

42세, 자궁 선근증이 있는 그녀의 생리에 관한 사정 

그녀는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진료실에 들어왔다. 42세, 두 아이의 엄마인 그녀는 몇 달 전부터 생리 중 피 덩어리가 울컥울컥 나오는 증상으로 걱정이 되어 병원을 찾았다. 마지막으로 초음파 검사를 받은 것이 언제인지 물었더니, 둘째 아이를 낳고 난 후에는 산부인과 검진을 받지 않았다고 했다. 그 둘째 아이는 이제 8살이었다. 병원에 더 일찍 오고 싶었지만, 혹시 큰 병일까 봐 두려워 망설이다가 이제야 용기를 낸 것이다. 그녀의 얼굴은 빈혈이 있는 듯 창백했다.


국가에서 2년에 한 번씩 무료로 제공하는 자궁경부암 검사도 오랫동안 받지 않았기에, 자궁경부암 검사와 초음파를 함께 진행했다. 초음파 결과, 그녀의 자궁은 남자 주먹보다 크게 부어 있었고, 커진 자궁이 방광을 압박하고 있었다. 병원에서 시행한 혈액검사에서는 혈색소 수치가 9.0으로, 빈혈이 확인되었다.


나는 그녀에게 최근 생리통이 심해졌는지, 생리 후 어지럼증이 있었는지 물었다. 그녀는 최근 들어 생리통이 더 심해졌고, 앉았다가 일어날 때 어지럼증을 느낀다고 답했다. 나는 그녀의 자궁이 ‘자궁선근증’ 상태에 있으며, 자궁선근증은 자궁 내막이 자궁근막층으로 자라 들어가 자궁이 점점 커지며 심한 생리통과 과다 출혈을 동반하는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비수술적 치료로는 미레나라는 황체호르몬 루프를 자궁 내에 삽입해 생리량과 생리통을 줄일 수 있지만, 현재 초음파상 자궁이 너무 커져 있어 미레나를 삽입하더라도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또한, 다음 생리 때 미레나가 자궁 밖으로 빠질 가능성도 있어 당분간 피임약이나 호르몬약 등을 사용해 생리량을 줄인 후 미레나 루프를 삽입하는 방법을 고려해 보자고 제안했다. 수술적 치료로는, 자궁근종의 경우 근종만 제거하는 수술을 고려할 수 있지만, 자궁선근증은 경계가 뚜렷하지 않아 자궁적출을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당황스러워했다. 생리량이 많아 찾아온 병원에서 자궁선근증이 의심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궁적출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을 들었으니 충분히 당황할 만도 했다.


대학병원에서 근무할 때는 자궁적출 수술이 거의 매일 이루어졌기에 환자들의 자궁을 수술하는 것에 대해 큰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 환자들도 이미 1차 병원에서 충분한 설명을 듣고 오기 때문인지, 3차 병원에 오기 전에는 수술에 대해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1차 병원에서 처음 이러한 설명을 듣는 환자들의 표정을 볼 때면, 나도 모르게 그들의 감정을 살피게 된다.


산부인과 의사로서 자궁은 임신과 출산이 끝난 후 매년 자궁경부암 검사를 해야 하는 기관이자, 생리 이상이 있을 때 신경 써야 할 장기일뿐이다. 물론 성적 자극 중 일부 여성들이 자궁경부나 자궁에서 쾌감을 느낀다고도 보고되지만, 자궁근종이나 자궁선근증 등의 문제에 있어 자궁적출이 큰 문제가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성들에게 자궁이란 단순한 장기가 아니다. 생명을 품고 보호하는 신성한 공간이자 여성성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자궁은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고 보호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여성들에게 정서적으로나 영적으로 깊이 연결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존재이다. 그렇기에 자궁적출을 고려해야 하는 환자들을 진료할 때는 그들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설명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자궁선근증의 유병률은 2002년부터 2016년까지 인구 1,000명당 3.86명에서 7.50명으로 증가했으며, 연간 발병률도 같은 기간 동안 1.62명에서 4.12명으로 증가했다. 또한, 자궁선근증 환자 중 자궁을 보존하려는 수술의 비율은 15년 동안 7.51%에서 21.29%로 증가하여 자궁 보존 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1) 자궁근종의 경우, 2002년에 유병률이 0.96%였으나 2013년에는 2.43%로 증가했다. 자궁근종 치료법 역시 변화하여, 자궁적출술의 비율은 78%에서 45%로 감소했으며, 자궁을 보존하는 근종절제술의 비율은 22%에서 49%로 증가했다. 2)

이 통계 자료들은 자궁선근증과 자궁근종이 한국 여성들 사이에서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자궁을 보존하려는 치료 옵션이 점점 더 많이 고려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녀는 진료실에서 여러 가지 치료와 질환에 설명을 듣고, 다음 생리를 한 번 더 겪어본 후 치료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처음 내원할 때 치료를 바로 결정하지 않는 경우가 일반적이기에, 나는 철분제를 처방하고 언제든 궁금한 점이 생기면 다시 방문하라고 권유했다.


그녀는 다른 의견을 듣기 위해 다른 병원을 방문했을 수도 있고, 너무 힘든 월경과다로 인해 수술적 치료를 받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만약 그녀가 아직도 생리과다와 생리통으로 고생하고 있다면, 평균 폐경 연령이 50세인 한국에서 그녀가 남은 8년을 여러가지 가능한 치료를 통해서 큰 고통 없이 보내길 진심으로 바란다.


참고문헌 )

1) Jung Hyun Park et al., "Prevalence, incidence, and treatment trends of adenomyosis in South Korean women for 15 years: A national population-based study, " International Journal of Gynaecology and Obstetrics, 2024.

2) Minkyoung Lee et al., "Estimated Prevalence and Incidence of Uterine Leiomyoma, and Its Treatment Trend in South Korean Women for 12 years, " Journal of Women's Health,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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