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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비 May 11. 2021

바퀴 네 개, 굴러만 가면 행복이지. -1

내연기관 자동차 성애자.


"으르렁, 으르렁"


엔진 소리만 들으면 괜히 심장이 뛴다.


태생이 네 바퀴 탈 것에 꽂혀있어,

밤에 보이는 헤드라이트 불빛,

자동차 바퀴 모양만 봐도 브랜드와 차 이름을 알았다고 한다.


"엄마 왜 저 차는 엘란트라인데 그랜저 바퀴를 끼워뒀어?"


붕-부웅.

의사표현이라곤 기껏해야 옹알이던 시절.

부모님께서 고기를 드시러 가시면, 나를 포대기로 잘 싸서 숯불을 넣는 불판 위에 올려두셨다고 한다.

(물론 뚜껑은 덮은 채로)

그러면 나는 식사가 끝날 때까지 징징거리지도 않고 한 가지에 집중했다고 한다.

나를 둘러싼 그 불판이 핸들이라고 내내 붕붕거리며 놀았다고.

그렇게 나의 핸들링은 시작되었다.


어린 시절부터 하나에 꽂히면 끝을 보는 성격이다.

붕붕카를 해가 질 때까지 타야 직성이 풀렸고,

크리스마스 선물로 자동차 레고를 선물로 받으면 아침부터 해가 질 때까지.

한 종류의 자동차 미니카에 꽂히면 색깔별로 다 갖고 싶어 했다.

모든 것이 자동차였다.



"엄마 나는 나중에 커서 카레이서가 될래요."



나이를 빨리 먹고 싶었다.

나도 운전을 하고 싶었다.


수능을 보고 1월 1일이 지나 드디어 스무 살이 되었을 때,

술, 담배보다 먼저 하게 된 것은 운전면허 취득이었다.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장내, 도로 주행 모두 만점을 받았다.

타고난 노안(?)이었던 덕분에, 시험관은 이런 말을 했다.

"젊은 양반이 어쩌다가 면허를 취소당해서... 옆에 탄 사람 검시관 좀 해줘요."


내 첫 차는 아빠가 물려주신 크레도스라는 차였다.

처음이라는 게 늘 애틋하지 않은가.

차 관리라는 것을 알지도 못하면서 그저 애지중지 했던 기억이 난다.

아빠 차와 내 첫 차, 이 사진 속에서도 내 차는 리프트 위에 올라가 손 보는 중이다.

타이어의 종류고, 엔진오일이고, 최대 토크고, 몇 마력이고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그저 차가 마냥 좋아서 기름만 넣으면 굴러간다는 것에 만족했다.

여담이지만 차가 오래됐기 때문에 에어컨 가스가 자꾸 샜다.

찬 바람이 나오지 않아 한 여름 내내 문을 열어놓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


애석하게도 이 차는 내가 주인이 된 지 2년 뒤 폐차장으로 떠났다.

사고를 낸 건 아니지만 오래됐고, 차를 유지하기에는 오히려 부품 값이 아깝다는 진단이 나왔기 때문이다.

센터에서도 부품이 없어 아빠가 폐차장에서 멀쩡한 부품을 구해오셨던 기억이 난다.


2년 정도 된 중고차. 전 차주가 의자를 폭신폭신하게 튜닝을 해뒀었다.


나의 두 번째 차는 포르테 하이브리드라는 차였다.


하이브리드 엔진이 접목되기 시작한 지 초창기 모델이라, 지금처럼 전기로만 차를 움직일 수는 없었지만

동력을 보조하는 용도로 하이브리드 모터가 달려있던 걸로 기억한다.


이때부터 장애인이 아니더라도 일반인이 가스차를 뽑을 수 있게 되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가스차를 타봤다.

(렌터카 제외, 자차 소유 기준)

이 차는 꽤나 나와 오랜 시간을 함께 했다.

2012년부터 취업하기 전까지.


나와 함께 꽤나 많은 곳을 돌아다녔던 차였다.

어쩌면 이 차를 타고 다니며 운전을 많이 깨우쳤다고 할까?

운전은 어디 가서 자랑하면 안 된다고 하지만, 운전을 못하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두 이 차 덕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연료 게이지가 굉장히 세분화되어있다. LPG 충전소가 흔하지 않아 연료 체크 잘하라는  배려 같기도.


나쁘지 않은 차였다.

이 차를 타면서 타이어가 펑크 난 것 외에는 딱히 나의 잘못으로 고친 곳은 없었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이 차에겐 고질적인 결함이 있었다.

운전의 재미를 알게 되면서 뒤에서 확 밀어주는 토크감을 즐기게 되었는데,

비실비실한 가스차로 토크감을 느끼기엔 과한 가속 페달 전개 말고는 없었다.

과속을 할 수는 없으니, 급출발을 하는 운전을 즐겼던 기억이 난다.

으르렁 거리는 소리까진 아니지만 RPM 게이지가 올라갈 때 나오는 엔진음이 그냥 좋아서.


앞서 말한 결함 문제는 과전류로 인한 결함이었다.

과한 가속 페달 전개로 인해, 과전류가 흘러 헤드라이트가 자주 한쪽이 나갔었다.

결함이라 기아 자동차 센터를 가면 늘 바꿔주긴 했다만 여간 불편한 일이었다.


이 차를 취업하기 전까지 흠집 하나 없이 잘 타고 다녔는데,

동생에게 물려준 지 얼마 되지 않아, 차량 전복 사고가 나서 폐차장으로 떠나고 말았다.

그래도 고마운 건, 

차량이 전복되고 차를 지지하는 중간 프레임이 끊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동생은 피 한 방울 나지 않았다.

열심히 관리해줘서 고마웠다고 작별 인사를 하는 것 같아 괜히 미안하기도 했다.

 

집 뒤편에 수도가 있어, 물 세차를 자주 해줬다. 여담이지만 이 차 이후로 검은 차는 아예 안 탄다. 여름에 너무 더움.



2편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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