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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 Oct 15. 2018

난 정말 그댈 사랑할 수 없나요

001. 이상은

이상은에 대해 알게 된지는 꽤 오래되었다. 어릴 적 아빠 차를 타고 다니며 삶은 여행이라던가 언젠가는 같은 노래들을 외우도록 들었고, 담다디는 춤까지 어설프게나마 흉내 내었었다. 그런 내가 이 사람의 노래에 목을 매어가며 듣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은 꽤나 근래의 일이다. 우울증을 앓으며 더 그런 것도 있긴 하지만.


몇 년 전 한 친구를 만났다. 이상은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그 친구를 통해 이상은의 수작으로 꼽히는 앨범인 <공무도하가>를 접하게 되었다. 새빨간 앨범에 당당히 서 있는 사람. 그 사람이 부른 "새"를 들으며 나는 많이 울었다. '내겐 아무 힘이 없어요 날아오를 하늘이 멀어요'라던 그 가사. 새는 아직도 내가 고개를 처박고 울 때마다 떠오르는 노래가 되어버렸다. 또 다른 친구와 야심한 밤에 큰 스피커로 "soulmate"를 들었을 때. 그때도 이전과는 다르게 가슴이 뛰었다. "에테르가 녹아나는 낮에도 보이는 우주 붉은 끈으로 이어진 영혼의 반쪽"이 나오는 부분을 들으려 어딜 가나 그 노래만 듣기도 했었다. 내 플레이리스트에는 점점 이상은의 노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한국에는 발매되지 않은 리채라는 이름으로 발매된 일본 음반들도 구해다 듣기 시작했다. 시끄럽지 않고 고요하게, 소리를 품고 있지만 마치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나는 친구들에게 의존하던 것보다 더 이상은의 노래에 기대게 되기 시작했다. 언제까지나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사랑하는 음악. 이상은의 노래를 들으면 그 노래를 함께 외던 사람들이 생각난다. 그 사람들이 내게 불러주는 것 같다. 그래. 그러다 보니 어느새 이렇게 된 것 같다. 몸을 움직여 글을 쓸 만큼. 



나는 이제 이상은을 가장 좋아하는 가수라고 손에 꼽기까지 한다. 많은 앨범, 많은 곡을 낸 아티스트인 만큼 비슷비슷한 경향도 없지 않아 있지만 그것이 이 사람만의 독자적인 세계라고 생각한다. 단순한 구조속에서 오히려 반복되지 않는 이야기를 지속해나갈 수 있는 사람. 세상과 꾸준히 마주하고, 그것을 자신의 언어로 표현해 내는 것을 멈추지 않는 사람. 시대가 앞으로 얼마나 나아가던, 이미 훨씬 더 앞에 서 있었을 선구자.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이상은이다. 


이상은의 노래는 가사에 팔 할은 둔다. 어린날부터, 바다여, 벽, 둥글게, 지도에 없는 마을, 여름 볕, 오늘 하루 등등. 한 줄 한 줄 읊자면 입안이 바짝 마를 정도다. 나는 꼭 당신들이 이상은의 노래를 살다가 한 번쯤은 읽어주었으면 좋겠다. 기회가 된다면 많이 많이 들어보았으면 좋겠다. 이 매거진의 첫 물꼬가 이상은이라서 나는 정말 좋다.


내게도 위로가 되었던 만큼, 표류하던 나를 붙잡아주었던 만큼. 이 모든 일들이 그저 차창 밖의 풍경일 거라 나를 다독였던 그 사람의 말처럼 당신들에게도 이 숨결들이 닿았으면 한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당신을 떠올린다. 스물둘, 스물셋, 스물넷. 다시 스물둘, 스물셋, 스물넷. 아 아무래도 안 되겠다. 내게는 여전히 절대적인 사람이 필요하다 말하고 싶어 진다. 그리고 당신이 그리 되어줄 수 있냐고 묻고 싶어 진다. 당신은 그저 눈을 감고 노래한다. 하나, 둘, 셋, 넷. 박수가 나와도 끊이지 않는 노래. 그것이 나를 위한 것인지는 모른다. 찬 바닥에 가만히 누워 내가 보았던 입 모양을 웅얼거린다. 사람을 알게 되고 사람을 앓게 된 후로의 나의 모습, 그것이 나의 현주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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