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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lli Apr 17. 2022

시도 아닌 것이

에세이도 아닌 것이

글을 쓰다 혹은 시를 짓다


는 행위 자체가 가져오는 부담감과 두려움이 있다.

올 겨울, 글을 써보기로 다짐하면서 20편 정도의 글을 썼다.

가볍게 일상을 기록하고자 하는 마음이었건만 어째,

누군가가 내 글을 읽고 비평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니

완결된 형태의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과 압박에

이야기가 정리되지 않으면 차마 글을 시작하기 어려웠다.

글을 쓰고자 하는 이에게 커서의 압박은 곧,

맘에 들 때는 첫마디를 고르고 골라야

글을 쓸 수 있는 강박의 시작이었다.

그 결론은 작가의 서랍에 쌓인 쓰다만 글들,


이에 비해 인스타에 가끔 쓰게 되는 짧은 글은

내 글을 읽는 이가 모두 친구라는 안도감 때문인지

글의 완결보다 시간을 기록한다는 가벼움 때문인지

사진이 그 부족함을 채워줄지 모른다는 허세 때문인지

 순간의 감정을 기록한다는 솔직함 때문인지

참을 수 을 만큼 가볍게 쓸 수 있었다.


시를 쓰고 싶었지만 시인이 되기엔 부족하고

에세이라고 하기엔 기승전결도 없이 한없이 가벼운 이야기,

시도 아닌 에세이도 아닌,

경계에서 서성이는 글들을

다시 여기 담아두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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