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39세 아저씨의 어느 일요일 저녁
6월 하순의 적응하지 못한 무더운 날씨, 일요일 저녁 그리고 홈오너이 세 가지는 월요병이 아니라 일요병을 만들어준다. 가지고 싶은것만 많아 진것 같은 내가 미련하게 느껴져서 열심히 검색하던 물건들을 아마존 장바구니에서 모두 꺼내고 앱을 닫아버린다. 어디서 부터 꼬였는지 주말동안 미쳐 하지 못한 뒷마당의 일거리들이 눈에 걸려서, 괜히 말라가는 잔디를 걱정하며 물을 주는것으로 나마 일요일을 잘 마무리 하기위한 기운을 채워주는 성취감을 주워담는다.
어느 동갑내기 연예인의 유튜브 동영상에서 40세가 되니 시간이 아까워졌다라는 말을듣고 소름돋는 공감을 느낀다. 어쩌면 어르신들께는 이제 40살이고 20대에게는 꼰대인지부터 경계해야하는 나이가 되어버렸지만, 그런 사회의 평가나 눈길보다는 나 스스로가 들이대는 기준치가 가혹해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곧 울리는 부모님의 전화에 귀찮음을 70퍼센트쯤 담아서 답답한 질문들에 짜증만 내다가 끊는다. 이러니 부모님 눈에는 영원히 어린애구나 하고 다시 자책도 한다.
속절없이 일찍 먹고 치운 저녁 식사 덕분에 밤 10시가 되니 다시 출출해 지지만, 스스로 한 다짐과 주변에 알린 다이어트의 압박감 때문에 마른침만 삼키다가 미지근한 물과 함께 비타민을 삼킨다. 매일 먹는 비타민 마져도 인터넷의 과잉정보속에 떠도는 속설들 덕분에 효과는 있는지 이 시간 공복에 먹어도 되는지를 걱정한다.
어딘지 밤공기가 덥고 습하고 내일이 월요일이라 그런지 잠도 잘 안온다며 속으로 푸념을 늘어 놓다가 결국 침대에 누우면 5분도 안되어 코골이를 시작한다. 그렇게 일주일을 마무리하는 일요병을 앓고, 다음 주말에는 더 잘보내야지 하며 지키기 어려운 꿈을 꾼다.
ep 1.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