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기 쉬운 '과장님 인사말씀'의 함정
제가 있는 부서에서는 자치단체 업무 담당자분들과 한 달에 한 번씩 정례회의를 합니다. 현장 의견이나 건의사항을 듣고, 공유할 정책이나 제도를 설명합니다. 회의 계획서는 미리 자치단체에 공유합니다. 오늘 아침엔 며칠 후에 있을 이번 달 정례회의 계획서를 받아보았습니다. 아시다시피, 회의 계획서에는 회의순서와 시간계획이 포함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제가 받아본 계획서의 진행순서는 아래와 같았습니다.
<진행순서>
1. 회의 안내 (사회자)
2. 과장님 인사말씀 (ㅇㅇㅇ과장)
3. 안건 1 설명 (ㅇㅇㅇ팀장)
4. 휴식
5. 안건 2 설명(ㅇㅇㅇ팀장)
계획서를 받은 저는 직원분께 딱 한 군데 수정을 요청드렸습니다. 어디였을까요? 첫 번째 힌트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정례회의는 자체적인 내부회의가 아니라 자치단체 담당자분들이 참석하는 오픈된 회의라는 점입니다. 두 번째는 회의 계획서는 자치단체에도 공유된다는 점입니다.
제가 수정을 요청을 드린 부분은 2번이었습니다. 바로 '과장님 인사말씀' 부분인데요. 회의 주요 참석자들이 기관 외부분들인데 '과장님', '인사말씀'과 같이 격이 생기는 표현이 사용되었습니다. 실무에서 회의계획서를 작성하는 경우 매우 빈번하게 등장하는 사례입니다. 저희 과에서 만들어지는 계획서에서는 저 표현을 쓰지 않도록 제가 늘 당부드립니다.
회의 참석자가 내부 직원들에 한정된 경우라면 '과장님', '국장님'이라는 표현을 써도 이상할 일은 없습니다. 외부인사가 참석하는 회의인 경우에도 장관이나 차관, 혹은 대표와 같이 직급이 월등히 높은 경우라면 달리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국장 과장 정도가 주재하는 소위 '고만 고만한' 회의라면 존칭은 가급적 빼는 것이 좋습니다. 회의 참석자들이 같은 회사도 아닌 상황에서 굳이 주최기관을 더 위에 두는 듯한 뉘앙스를 줄 필요는 없습니다.
결국 저는, '과장님 인사말씀'을 '모두 인사'로 수정 요청드렸습니다.(물론 다른 표현으로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외부 참석자들을 위한 일종의 배려이기도 합니다. 회의 분위기도 더 좋아질겁니다. '굳이 저런 것까지 신경 써야 하나' 싶을 수 있지만, 신경 써서 나쁠 것은 없습니다.
<진행순서>
1. 회의 안내 (사회자)
2. 모두인사 (ㅇㅇㅇ과장)
3. 안건 1 설명 (ㅇㅇㅇ팀장)
4. 휴식
5. 안건 2 설명(ㅇㅇㅇ팀장)
보고서나 계획서를 작성할 때, 그 자료를 받아 들 사람들을 한번 생각해 보세요. 설명드렸던 '과장님 인사말씀'처럼 바꾸면 좋을 표현들이 눈에 더 잘 들어올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