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이 알고 있어야 합니다.
과장으로 일하는 동안 회사 내부에서 보고를 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외부에서 보고나 토론 등에 참석해야 하는 상황도 종종 마주합니다.
외부 전문가들의 질문에 업무담당 과장으로서 제대로 답해야 하고, 토론자리에서는 문제를 제기하는 쪽의 논리나 사실관계에 빈틈이 있다는 것을 설명해야 합니다.
얼마 전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정책자문위원회에서 제가 맡고 있는 부서의 업무상황을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설명을 마친 뒤 질문이 이어졌는데요.
● <A위원> 설명해 주신 내용 중 B사업은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서 실효성이 있을지, 현장 상황에도 과연 적합할지 의문이 드는데요?
● <과장> B사업은 기존에 추진해 온 C, D사업과 연계하여 추진하는 사업입니다. 비록, B사업 자체 규모는 크지 않지만, 기존 사업들이 갖고 있는 공백을 매워, 사업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습니다. 또한, 저희가 직접 사업 현장을 방문해서 주민들과 지자체 의견을 들어본 결과, 사업 규모는 작지만 그간 주민들이 가져온 불편을 직접적으로 해소할 수 있어서 만족도도 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질문을 받고 답해야 하는 위치에 서있는 사람은 최소한 질문 하는 사람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어야 합니다. 업무담당자는 과장보다, 과장은 국장보다 업무의 세부적인 내용과 보고서에 담기지 않은 백그라운드를 더 많이 알고 있어야 합니다. 만약, 질문자와 다를 바 없는 수준의 정보만 갖고 있다면, 보유한 정보의 수준을 넘어 들어오는 질문엔 제대로 답할 수 없을게 분명합니다. 밑천이 드러나겠죠.
업무를 직접 담당하는 쪽은 일반적으로 보고를 받는 쪽 또는 질문을 하는 쪽보다는 많은 정보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간혹 양쪽이 가진 정보의 양이나 수준이 별반 다르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담당자가 공식 문서에 담긴 딱 그 정도 수준의 정보만 갖고 있다면 보고를 받는 쪽이 갖고 있는 정보와 차별성이 없겠죠.
요즘처럼 AI가 일상이 된 시대에서는 공식적인 문서에 담긴 내용 외에도 매우 다양한 경로로 세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경우에 따라서는 보고를 받거나 토론을 해야 하는 상대방이 업무 담당자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질 수도 있습니다.
보고를 받는 쪽이 갖고 있는 결정의 무게 추는 통상 보고를 하는 사람이 갖고 있는 그것보다 더 무겁습니다. 업무담당자인 내가 가진 정보를 통해 무게추의 무게를 늘려놔야 저울의 기울기가 내가 있는 쪽으로 더 기울 수 있습니다. 그래야 나의 생각이 내가 하는 일의 방향과 결정에 더 잘 반영될 수 있습니다.
결국, 업무 담당자는 정보의 비대칭 상황을 만들기 위해 애써야 합니다. 더 많이 공부하고, 더 많이 현장의 상황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더 많이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눠봐야 합니다. 출장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업무 담당자로서 그 누구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지, 더 많은 정보를 갖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