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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김과장

보고의 언어

유창하지 않아도 됩니다.

by 김 과장

제가 일하는 분야에 지원해 필기시험을 통과한 분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면접시험에 면접위원으로 몇 차례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통상 면접위원별로 역할을 나누어, 면접자들에게 유사한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기억을 되살려 보면 점수를 후하게 주었던 유형은 거의 비슷했습니다. 소위 '말을 잘하는 사람'보다, '말을 제대로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비록 말이 유창하지 않더라도, 질문 내용에 맞는 알찬 답변이 들어있고, 또 성실하게 답변하려는 진지한 태도가 더해지면 눈길이 더 가게 됩니다. 반면, 유려한 말솜씨를 가졌지만 겉도는 답을 내놓는 면접자는 좋은 점수를 가져가지 못했습니다. 모르는 내용에 대한 핑곗거리를 늘어놓는 듯한 인상을 받기도 합니다.

보고를 하는 경우도 면접장에서 제가 마주했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비록, 말의 속도가 늦고 더듬거릴지라도 해야 할 말을 꾹꾹 채워 말하는 것. 그것이 보고를 잘하는 것이고 바람직한 보고의 언어입니다.

햇수로 3년간 부처 장관 비서관으로 일하는 동안 무수히 많은 보고 현장을 지켜봤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장관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던 과장, 국장, 실장들은, 앞서 말씀드린 면접에서 좋은 인상을 보였던 지원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보고의 언어가 유창하지 않아도, 보고내용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진솔한 답변의 모습이 오히려 신뢰감을 키웁니다. '저 사람의 말이 믿을만하고, 저 내용을 토대로 판단하고 결정해도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도록 하는 것, 그것이 좋은 보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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