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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과장 Jan 27. 2024

보고를 '받는' 그 사람들에 관하여

보고를 받는 자들의  좋은 태도를 바라며

tvn '미생' 중

누군가 보고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책임지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합리적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정보를 주는 일'이라고. 


 '보고서를 잘 쓰는 것', '보고를 잘하는 것' 등 보고를 '하는' 사람들의 자세나 덕목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제가 몸 담고 있는 회사에서도 입직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보고서 쓰기 모임을 만들어서 매주 스터디를 합니다. 보고서 모임을 운영하는 지인분을 통해 모임 참여자들이 써낸 목표를 살짝 엿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보고서 작성을 겁먹지 않고 하기', '더 이상 보고서 만드는데 스트레스받고 싶지 않아요.', '보고서 쓰는데 두려움을 줄이고 싶습니다.'류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상사와 공식적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커뮤니케이션은 보고()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잘해 내고 싶은 그들의 바람과 다른 한 편의 걱정은 당연해 보이기도 합니다. 회사에 들어온 지 꽤된 직원들의 고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보고서를 잘 쓰고 보고를 잘하고 싶 직원들의 걱정과 노력이 한가득인데요. 문득, 그 반대편에서 보고를 '받는' 사람들은 어떤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됩니다. 우리의 과장님, 국장님, 실장님은 보고를 잘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나요? 보고를 받는 그 분들의 태도나 자세, 스타일어떤가요. '뒷담화'의 대상이지만 '개선'의 대상으로 여겨지지는 않습니다.


 '그들은 우리가 어할 수 없는 사람'이고, 그래서 '내가 맞춰야지 어떻게 하겠어...'라무력감이 들기도 합니다. '보고서를 잘 쓰는 것'이 직원이 갖추어야 할 필수 조건으로 여겨지는 것과 달리 '보고를 잘 받는 것'은 상사의 필수 덕목으로 겨지지 않습니다. 그건 그냥 디폴트 값. 의식하든 그렇지 않든 상대적 약자의 자세가 늘 강조됩니다.

보고를 받는 사람의 스타일은 보고를 하는 사람으로부터 얼마나 제대로 된 보고를 받을 수 있는지 그 품질을 결정한다. 정보 수요자의 문제를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유다.


가볍게 여겨 왔지만 '보고를 잘 받는 것'은 조직 안에서 너무나 중요한 일입니다. 보고를 받는 사람이 '보고를 잘 받는 사람'이 아닐 때, 보고하는 사람은 보고를 망설이게 됩니다. 막상 보고가 이루어져도 보고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필요한 중요한 맥락이나 사실을 생략하게 되기도 합니다. 글 머리에서 소개한 보고의 정의 측면에서 살펴보면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므로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합리적인 결정을 하게 될 가능성도 낮아집니다. 그 손해는 당장 눈에 드러나지 않지만 조직 역량에 영향을 미니다.


보고를 잘 받지 못하는 상사의 유형으로 크게 두 가지를 꼽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 번째는 '너무 똑똑한 상사'입니다. 똑똑한 것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내가 다 안다'라고 생각하는 경우입니다. 여러 분야를 경험을 해온 상사가 깊은 이해 없이 선무당을 잡기도 하지만, 특정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상사인 경우에도 오랜 관록을 무기로 '그 일도 그럴 것이다.'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보고서를 제대로 읽거나 보고내용을 잘 듣지 않습니다.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을 일방적으로 읊고 동의를 기대합니다. 이때, 보고하는 사람은 자신감 넘치는 혹은 위에서 내려다보는 식으로 말하는 상사의 이야기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더라도 굳이 문제 삼지 않습니다. 문제를 삼는 것이 문제가 되고 말 테니까요.


제대로 된 보고를 막는 두 번째 유형은 대책도 없이 소위 '깨고 보는' 상사입니다. 어떤 것이 문제라는 것을 명확히 얘기하지 않고 '이걸 보고서라고 썼나!'라고 화부터 내는 스타일에 가깝습니다. 보고를 한번 하기 위해서는 대단한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진행상황에서 확인된 문제에 대해서도 쉽게 이야기를 꺼내지 못합니다. '대체 일을 어떻게 했길래 이런 문제를 만드나!'라고 또 깨지겠죠. 그렇게 묻어두고 묵혀둔 문제들이 훗날 얼마나 큰 파장을 불러올지 아무도 모릅니다.


이렇게 보면 결국, 보고에서는 보고를 하는 공급자나 보고받는 수요자 어느 한쪽의 역할만 일방적으로 강조될 수 없어 보입니다. 보고(서)를 통해 제대로 된 정보가 건네지면, 그것을 건네받아 다시 제대로 소화하는 상호작용이 잘 이루어져야 보고는 완성됩니다.


우리가 아는 것보다 세상은 더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합니다. "내가 다 아니까 더 들을 것도 없어, 내 말만 잘 들어"가 아니라, "내가 알고 있거나 경험했던 것들과 다를 수도 있으니, 그래 잘 들어볼게"라는 겸손한 마음과 열린 태도가 필요합니다.  과장님, 국장님, 실장님! 일단 잘 들어보고 읽어봅시다. 그것이 직원의 마음을 사는 길이고, 내가 갖지 못한 여러 개의 눈과 귀를 얻는 길입니다. 옳은 판단과 결정으로 조직의 힘을 키우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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