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김과장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 과장 Jun 18. 2024

"전에도 이렇게 했습니다."

옳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가끔은 함정을 만듭니다.

며칠  우리 회사가 주최하는 국제행사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행사기간 동안에는 공공행정분야의 여러 혁신사례들을 테마로 부스도 운영됩니다.  우리 부서에서도 부서 업무와 관련된 내용으로 콘텐츠를 채우고 부스를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담당 직원분들은 짧은 시간 안에 부스설치준비를 하느라 분주합니다. 나라 안팎의 vip들도 우리 부스를 방문할 수 있다는 얘기에 부담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 가운데 오늘 오후에 있었던 일입니다. 행사준비에 참여하는 한 직원분이 행사장에 설치될 패널에 들어갈 문구들을 정리해서 저에게 내밀었습니다. 'AI기반 교통량 조사모델'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기존에 사람이 직접 하던 교통량조사 방식을 벗어나 도로에 설치된 CCTV영상을 AI가 자동 분석하여 교통량을 측정하는 그야말로 혁신적인 업무방식입니다.(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만...^^;;)

내용을 보자마자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첫머리에 쓰여있는 '교통량조사, AI가 전달합니다.'라는 표현이었습니다. 교통량 조사에 관한 내용인데, '전달' 이라니 무슨 말이지? 내용을 작성한 담당자에게 되물어 보았습니다.

"무슨 말인가요?"

"몇 달 전 다른 행사에서 같은 내용으로 부스를 운영했을 때 사용한 문구를 그대로 썼습니다."

"저 워딩을 지난번에도 썼었다구요? 아닐 텐데요"

저의 반문에 직원이 보여준 당시 행사부스 사진에는 그 직원의 말처럼 얼핏, 'AI가 전달합니다.'라고 읽힐법한 글씨가 있었습니다. 웃음이 났습니다. 사진에는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몇 달 전 행사장에서 사용된 워딩은 사실 '전달'이 아닌 '전담'이었습니다. '교통량조사, AI가 전담합니다.'였습니다.

그 직원은 행사장 사진에서 본인의 눈에 보이는 그대로 별생각 없이 워딩을 빌려와 썼던 것입니다. 그냥 들어도 '교통량조사, AI가 전달합니다'라는 표현은 말이 안 되는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오늘 있었던 일을 예로 들었지만, 사실 우리가 다른 업무를 하면서도 비슷한 상황을 적지 않게 경험합니다. 앞서 해왔던 일처리 방식이 비슷한 상황에서 좋은 참고자료가 되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참고자료이지 그것을 바로 정답으로 간주해서는 안됩니다. 해왔던 것들이, 혹은 옳다고 알고 있는 것들이 충분히 잘못된 것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시 확인하고 담당자 입장에서 '비판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어느 정도의 영혼은 갖추고 있어야 직장생활이 조금은 편해집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놓치면 서운한 '보도자료 거(꺼)리들'에 관하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