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10대학 보다 중요한 것
"대학 졸업 후 10년째 원금도 못 갚았다."
"결혼은 커녕 월세 내고 학자금 갚으면 남는 게 없다."
청년들의 하소연이다. 청년의 학자금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자금 부채를 탕감하자고 주장하면 "나는 다 갚았다, 왜 저들만 탕감해주나"라며 불만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잘 갚은 사람의 억울함, 형평성 논란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개개인의 '성실함'이 아니라, 국가가 젊은 세대에게 짊어지게 한 구조적 빚이라는 데 있다.
한국의 청년 학자금 대출 잔액은 2023년 말 한국장학재단 기준 약 10조 원. 이 빚의 상당 부분은 대학 진학과 동시에 시작된다. 부모의 재산에 따라 대학 문턱을 넘는 나라가 아니라, '대출'로 진학하는 나라가 된 지 오래다. 고등교육비를 국가가 책임지지 않으면서 그 부담을 고스란히 개인에게 전가해온 결과다.
세계는 이미 다른 길을 걸었다. 독일·프랑스·덴마크 등 유럽 다수 국가는 (준)무상교육을 시행해 등록금을 사실상 없앴다.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는 상환을 소득연계형으로 설계해, 일정 소득 이상 벌기 전까지는 상환 의무를 유예한다. 미국조차 일부 주에서 대학 무상화를 확대하고 있다.
중앙정부는 서울대 10개를 만들겠다고 제시하였다. 그러나 정작 서울대 1개조차 '등록금 무상'으로 운영하지 못했다. 건물을 세우는 일보다 더 시급한 것은 젊은 세대가 교육의 꿈을 꾸는 순간부터 빚의 굴레에 갇히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물론, 이미 학자금을 성실히 갚아온 이들의 허탈감을 외면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탕감정책은 형평성을 고려해 설계를 해야한다면, 일정 소득 이하, 장기 상환 불능 상태, 취약계층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하고, 동시에 현행 대출 제도를 전면 개혁해야 한다. 이 문제는 단지 채무자 개인의 사정이 아니다. 내 가족, 친구, 후배, 동생, 직장 동료 중 누구 하나는 반드시 학자금 빚을 지고 있다.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고, 세대 전체의 부담이다.
국가의 사회적 책임은 분명하다. 청년의 학자금 부채는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의 지원 부족이 만든 '사회적 빚'이다. 우리는 더 이상 청년에게만 상환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한국장학재단법 개정을 통해 장기 미상환 채무에 대한 부분 탕감, 소득연계 상환 확대, 그리고 최종적으로 (준)무상 고등교육 체제를 마련해야 한다.
미래 세대가 빚으로 시작하는 사회에 희망은 없다. 국가가 빚의 장본인이라면, 국가가 그 빚을 먼저 청산해야 한다. 국가는 '한국형학자금부채감축법'을 만들어 책임을 이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