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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조 Jan 16. 2019

당신도 셜록 홈즈가 될 수 있다 (2) - 성격

[특별한 뇌과학 이야기 #2] 상대를 파악하는 방법, 스누핑

첫 번째 사진
방 사진. ⓒ 송영조

 이 방에 사는 사람은 어떤 성격을 지니고 있을까?


 이 방은 전체적으로 매우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옷들도 모두 옷걸이에 잘 걸려져 있고, 침대 또한 잘 정리 되어 있으며, 바닥 또한 관리가 깔끔하게 되어있다. 샘 고슬링은 동료 연구진과 함께 2002년에 진행한 연구에서, 방의 정리정돈 상태가 좋을 수록 성격 요소 중 성실성이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 [1]


 성실성은 계획적이고 질서있는 생활을 하는 경향과 관련있다. 따라서 정돈된 방이 성실성과 연관이 있다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이야기로 들린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건, 방이 깔끔한 것과 성실성은 연관이 있었지만, 옷가지가 정리된 것과 성실성은 관련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는 성실성이 낮아도, 옷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옷가지를 제외하더라도, 이 방은 매우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다. 물론, 사진을 찍기 전에 방을 치웠을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 그러나, 정리되어 있는 책과, 수납 위치가 딱 맞아 보이는 여행 가방과 로봇 청소기 등은 주인이 평소에도 정리에 신경을 쓴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 사람의 성실성을 높게 평가한 뒤, 그와 관련 된 하위 요소를 이용해 다음과 같은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책임감이 강한 경향이 있으며, 정해진 일과와 계획에 따라 생활하는 것을 좋아한다. 결정을 내릴 때에는 신중하게 고민하며, 뛰어난 성취를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는 타입이다."


 이 성격 스누핑 결과에 대해서는 방 주인을 통해 본인을 잘 묘사한 것 같다는 피드백을 얻을 수 있었다.


모리어티를 기다린 셜록

 셜록은 그의 앙숙 '짐 모리어티'가 재판에서 풀려난 뒤 바이올린을 켜며 모리어티를 기다린다.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에 자신을 찾아올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둘은 서로가 닮았다는 것을 알기에, 서로의 행동을 예측하며 심리전을 벌이기도 했다.

모리어티: "네 형과 부하들도 내가 하기 싫은 일을 시키진 못 했어."
셜록: "난 내 형과는 달라. 나는 너야"
재판 후 풀려난 모리어티와 대면한 셜록. (BBC 드라마 '셜록'의 한 장면) [P2]


 사람을 알아간다는 것은 그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할 지 알 수 있다는 것과 같다. 그 사람을 더 알고 있을 수록, 우리는 그 사람이 특정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할 지 예측할 수 있고, 그 사람이 행동 패턴을 이해할 수 있다.


 본인의 가장 친한 친구를 떠올려보자. 그리고, 그 친구를 오늘 밤 열리는 루프탑 파티에 초대를 했다고 생각해보자. 그 친구는 그 파티 분위기에 잘 적응할 것 같은가? 적응하지 못하고 혼자만 있을까 걱정이 되는가? 아니면, 워낙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성격이기에 별로 걱정이 안 되는가?

사람을 안다는 것은 그 사람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P3]


심리학적 성격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특징적인 행동과 생각 패턴을 '성격'이라 한다. [2] 심리학 분야 중, '성격 심리학'은 같은 상황이라도 사람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행동할 지에 대해 연구한다.


 스누핑(Snooping)에 대해 연구하는 '스누폴로지'는 성격 심리학의 한 분야이다. 상대와 직접 말을 하지 않지만, 상대가 남긴 흔적들을 통해 그 사람이 어떻게 행동할 지 알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누핑을 하기 위해서는 사람 개개인이 가질 수 있는 성격에 대해 이해하고 넘어가야 한다.


유형이 아닌 요소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성격 검사는 에니어그램 혹은 MBTI이지만, 현재 성격 심리학 연구에서 에니어그램이나 MBTI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심리학 연구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성격 모델은 'Big-five 모델'이다. [3] 이 모델에서, 모든 사람은 각기 높고 낮은 5가지의 성격 요소를 가지고 있다. 쉽게 말해, 게임에서의 '스탯' 개념을 생각하면 된다. 


Big-five 성격 모델

 Big-five 모델에서 5가지 성격 요소는 다음과 같다. 개방성, 성실성, 동조성, 외향성, 신경성이다. 앞으로 진행될 스누핑을 성공적으로 도모하기 위해선, 각각의 성격 요소들이 어떤 것을 나타내는 지를 잘 이해해야만 한다. 다음의 표를 살펴보자.

BIg-five 성격 모델 표. 각 요소가 어떤 행동 성향과 연관이 있는 지를 잘 살펴보자. ([2], [4], [5]를 바탕으로 재구성)


 각 성격 요소까지 살펴보았다면, 이제 방 주인의 성격에 대한 스누핑을 할 준비가 된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의 방을 통해 그 사람의 성격을 추측해보자.


두 번째 사진

(왼쪽) 사무실 사진, (오른쪽) 방 사진 ⓒ 송영조

 두 번째는 사무실과 방 사진 두 가지가 주어졌다. 이 사무실 및 방 주인은 어떤 성격일까?


 사무실에 책상 왼쪽에 놓여있는 지갑과 시계를 보니, 이 사무실과 방 주인의 성별은 남자이다. 사무실을 보면 불필요한 것 없이 깔끔하게 치워져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방에 있는 장식물이나 침대 정돈 상태를 보면, 다른 남자들에 비해서 매우 훌륭하게 정돈되어 있다.

 그럼 이 사람의 성실성을 높게 체크할까? 그런데, 이 정도 정리정돈 상태에 성실성을 높게 체크하는 것이 아직 애매한 느낌을 받는 독자들도 있을 수 있다. 그럼 조금 더 살펴보자.


 사무실에서 눈을 끄는 특징이 하나 있다. 벽에 걸려있는 달력과 스피커 위에 있는 탁상 달력, 그리고 벽에 붙어있는 일주일 단위의 스케쥴러가 있다는 것이다. 이 것들이 단순한 장식이라고는 보기 힘들다. 달력은 1월로 잘 업데이트 되어 있고 (사진 찍은 시기가 1월), 각 달력 및 스케쥴러에 일정이 메모되어 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성실성의 하위 행동 요소 중 하나로 계획적이라는 것이 있다. 달력에 일정 메모가 적혀있다는 것은, 그 사람이 계획적인 경향이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따라서, 이 사람의 성실성을 높게 체크할 수 있다.


 다른 성격 요소들도 찾아보자. 방을 보면 눈에 띄는 장식품들이 있다. 바로 스포츠 팀을 응원하는 띠수건과 태극기 양쪽으로 걸려있는 일렉트릭 음악 페스티벌을 나타내는 장식물이다. 스포츠 팀을 응원하고 일렉트릭 음악 페스티벌에 참가했다는 것은 (2개의 장식물로 보아 적어도 두 번 이상 참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람이 활동적인 행사와 자극이 넘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외향성의 중요한 경향이다. 따라서, 이 사람의 외향성을 높게 평가할 수 있다.


 그럼 종합해서 이런 평가를 내려보자.

 "(성실성) 이 사람은 꼼꼼하고 체계적이며, 정해진 일과와 계획을 짜고 그에 따라 생활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책임감이 강해, 일을 할 때 맡은 바를 반드시 해내려는 경향이 있고 도덕적인 의무감이 강하다. 결정을 내릴 때 신중한 경향이 있으며, 뛰어난 성취를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외향성) 외향적인 면모도 있어 활동적이고 에너지가 넘친다."


 이 성격 스누핑 결과에 대해서는 주변 사람을 통해 그 사람을 잘 묘사한 것 같다는 피드백을 얻을 수 있었다.


세 번째 사진

(왼쪽) 사무실 사진, (오른쪽) 방 사진 ⓒ 송영조

 세 번째도 사무실과 방 사진 두 가지가 주어졌다. 이 사무실 및 방 주인은 어떤 성격일까?


 이 두 사진에서는 이전 방들과는 다르게 정돈되지 않을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두 장소에서 모두 물건은 널브러져 있으며, 정리에 익숙하지 않은 느낌을 준다. 그리고 사무실 책상 밑에 있는 색이 전혀 다른 우산이 두 개는 우산을 잊어버렸다가 다시 찾아서 갖다 놓지 않았을까라는 추측을 하게 만든다. 따라서 물건을 잊어버리거나 하는 부주의한 성격이 있을 것 같다고 추측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성실성을 낮게 체크할까? 그런데 사무실 책상 왼쪽에 눈에 띄는 것이 있다. 일주일 일정을 정리하는 스케쥴러이다. 따라서 이 사람을 계획을 세우면서 행동하는 타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기에 성실성을 낮게 체크하기에는 이르다.


 이 사람의 책장을 살펴보자. 대부분의 책들이 프로그래밍 관련 책인 것으로 보아, 프로그래밍 분야에 종사하고 있을 것이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그런데 책 중에서 눈에 띄는 것들이 있다. 바로 '지대넓얕' 책과 '서양 문화사'라는 책이다. 개방성의 특징 중 하나로, 지적 호기심과 다양성에 대한 선호를 들 수 있는데, 전공 외에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책들의 존재는 이 사람의 개방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다양한 책을 소유할 경우 개방성이 높은 경향이 있다. [1])


 그리고 이 사람 방에서 눈에 띄는 것으로 책상 위에 있는 다리미와 벽에 놓여 있는 다리미 받침대가 있다. 그리고 방 사진 왼쪽에 보이는 옷들이 걸려있는 방은, 옷 전용으로 보관하는 공간이 있음을 암시한다. 옷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는 타입이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또한 사무실에 보이는 물건들 중 가장 깨끗해 보이는 것이 가방라는 점과, 방에 있는 체중계는 외부에서 본인과 함께 보여지는 부분들에 대한 관리가 철저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 사람은 사람들과 함께 만나는 일이 잦음을 알 수 있으며, 이는 외향성이 높다는 것을 암시한다. (실제로 본인을 잘 꾸밀 수록 외향성이 높은 경향이 있다. [5])


 따라서, 이 사람의 개방성과 외향성을 높게 체크한 뒤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개방성) 지적인 주제로 토의하는 일을 좋아하고, 감정이 풍부하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즐기며 색다른 체험을 열망한다. (외향성) 순수하게 사람들을 좋아하고, 개방적으로 호의를 표시한다.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통해 기쁨을 느끼고 자극과 보람을 얻으며, 빠른 속도의 바쁜 생활을 영위하고 활력적이며 원기왕성하다."


이 성격 스누핑 결과에 대해서는 방 주인을 통해 본인을 잘 묘사한 것 같다는 피드백을 얻을 수 있었다.


체크 포인트

 이렇게 세 사람이 살던 공간을 통해 성격 스누핑을 해보았다. 이 글을 마치기 전에 앞서, 성격 스누핑에서 기억해야 할 점 세 가지를 강조하고자 한다.


1. 각 성격의 하위요소를 이해하라.

2. 각 성격이 어떤 흔적들을 남길 수 있는지 생각해보라.

3. 현재까지 진행된 연구 결과와 본인의 생각을 비교하며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라.


 지금까지 그 사람이 살아온 공간을 통해 상대를 파악하는 방법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 같다. 공간을 통해서가 아닌 직접 만나는 것을 통해 상대에 대해 얼마나 알아낼 수 있을까? 다음 글에서는 직접 대면해 상대를 파악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참고문헌>

[1] Gosling, S. D., Ko, S. J., Mannarelli, T., & Morris, M. E. (2002). A room with a cue: Personality judgments based on offices and bedroom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82(3), 379. (스누핑을 실제로 할 때 가장 중요한 논문이니, 혹시 궁금한 사람들은 다음 링크를 통해 직접 논문을 확인해보아도 좋을 것 같다: https://www.apa.org/pubs/journals/releases/psp-823379.pdf)

[2] Meyer, D. G. & Dewall C. N. (2015). Psychology, 11th edition. Worth publishers

[3] Funder, D. C. (2001). Personality. Annual review of psychology, 52:197–221

[4] Rothmann, S., & Coetzer, E. P. (2003). The big five personality dimensions and job performance. SA Journal of Industrial Psychology, 29(1), 68-74.

[5] Gosling, S. (2008). Snoop. What your stuff says about you.


<저작권 정보>

[P1] (왼쪽) 저작권: CC0, 출처 링크: https://pixabay.com/ko/%EB%8F%84%EC%84%9C%EA%B4%80-%EC%B1%85-tv-%EB%A9%80%ED%8B%B0%EB%AF%B8%EB%94%94%EC%96%B4-%EB%A3%B8-%ED%98%84%EB%8C%80-%EB%82%B4%EB%B6%80-%EA%B5%90%EC%9C%A1-%EC%B1%85%EC%9E%A5-849797/, (오른쪽) 저작권: CC0, 출처 링크: https://www.maxpixel.net/Interior-Home-House-Living-Room-1530301

[P2] BBC 드라마 '셜록' 캡처 장면

[P3] 저작권: CC0, 출처 링크: https://pixabay.com/ko/%EB%82%A8%EC%9E%90-%EC%97%AC%EC%9E%90-%EC%9D%98%EB%A5%98-%EC%BB%A4%ED%94%8C-%EC%82%AC%EB%9E%8C%EB%93%A4-%ED%96%89%EB%B3%B5%ED%95%9C-%EC%82%AC%EB%9E%91-%EC%95%A0%EC%99%84-%EB%8F%99%EB%AC%BC-%EA%B0%9C-2425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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