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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조 Jan 27. 2019

당신도 셜록 홈즈가 될 수 있다 (3) - 첫인상

[특별한 뇌과학 이야기 #2] 상대를 파악하는 방법, 스누핑

아프가니스탄 아니면 이라크?
왓슨을 만나 셜록이 처음으로 던진 질문. 왓슨이 어느 나라에 파병 갔다 왔는 지를 묻는 질문이다. (BBC 드라마 '셜록'의 한 장면) [P1]

 셜록이 왓슨의 머리 상태와 걸음걸이를 통해 군인이었음을 파악한 뒤 던진 첫 질문이다. 셜록의 능력을 처음으로 독자와 관객에게 소개하는 장면으로 원작에서 등장한 뒤 드라마에서도 재현되었다. (원작에서는 아프가니스탄인 것을 단번에 알아낸다.)


 지금까지 우리는 사람이 공간에 남긴 흔적을 통해 그 사람에 대해 알아가 보았지만, 분명 우리는 직접 만나 단순히 그 사람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상대에 대해 알아낼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스누폴로지를 이용해 첫 모습으로부터 어떤 것들을 알아낼 수 있을까?  


첫 번째 사람

이 사람의 직업은 무엇일까? (정답은 맨 아래에 있다.) [P2]

 이 사람의 직업을 맞힐 수 있었는가? 정보가 매우 부족하기 때문에 쉽게 맞히기는 힘들었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렇지만 사진 한 장으로부터 우리가 이 사람에 대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몇 가지가 더 있다. 이 사람에 대해 어떤 정보들을 추측할 수 있을까?


 이 사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 중 하나는 이 사람이 사진을 찍는 포즈이다. 카메라를 바라보지 않고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으며, 손은 조금 어색하게 목에 위치해 있다. 나우만(Naumann)과 동료 연구진이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사진을 찍을 때 사진기를 바라보지 않고 딴 곳을 보는 포즈를 취했을 경우 개방성이 높은 경향이 있었다고 한다. [1]


 이전 글에서도 소개했듯이 개방성은 다양성을 선호하며 지적 호기심이 많고 예술적인 것에 관심이 많은 성향을 말한다. 이 사람의 경우 헤어스타일이나 옷 스타일을 봤을 경우 예술적인 것에 대한 관심보다는 다양성에 대한 선호 등이 이 사람의 포즈에 더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스타일에서는 그다지 심미적인 스타일링이 느껴지지는 않기 때문.)


 그다음으로 눈에 띄는 사실 중 하나는 검은 머리와 매치되는 검은 와이셔츠이다. 보르케나우(Borkenau)와 리에블러(Liebler)가 진행한 연구에서 검은 옷을 입을수록 신경성이 높다는 결과가 있었다. [2] 샘 고슬링은 사람의 어두운 내면 세게를 어두운 옷이 반영하는 것 같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3]


 그러나 아직 확신이 가지 않는 부분이 있다. 이 검은 와이셔츠를 밝은 색의 바지에 어울리는 것으로 골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사람의 바지를 확인하지 않는 이상, 이에 대해 알기는 힘들지만, 현재로서는 실제로 신경성이 다소 높은 것이 반영되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따라서 개방성 중에서 예술적인 면을 제외한 하위 요소들과 다소의 신경성을 반영하여,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개방성) 보다 흥미로운 세상을 창조하기 위한 공상에 빠지는 경향이 있으며,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를 즐긴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을 즐기며, 전통적인 가치에 도전할 준비가 되어있다. (신경성) 자주 긴장상태에 있고 쉽게 동요하는 경향이 있으며, 스트레스를 잘 받는 경향이 있다."


 이 사람에 대해 검색을 해보면,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이 사람에 대한 영상을 볼 수 있는데 이 사람이 일하는 분야와 문제를 해결하는 태도를 보아서는 실제로 개방성이 높을 것이라는 피드백을 해볼 수 있다. 그러나 신경성과 관련해서는 확실하게 알 수 있는 부분은 없기에 이에 대한 정확한 피드백은 할 수 없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u5w5Sv6jf90


두 번째 사람

이 사람의 직업은 무엇일까? (정답은 맨 아래에 있다.) [P3]

 이번 문제는 어떠하였는가? 이번에는 답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독자들도 많을 것 같다. 이런 종류의 프로필 사진에서는 자신의 정체성을 돋보이려 하기 때문에, 직업에서 중요시하게 여겨지는 분위기가 드러나도록 사진이 구성되는 경우가 많다.


 이 사람은 매우 개성적인 헤어스타일과 격식을 차지 않은 옷 스타일이 큰 특징이다. 이런 식으로 전통적이지 않은 스타일과 격식을 차리지 않은 스타일일수록 개방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1] 아마도 전통적인 것에 도전하는 개방성의 특징이 본인의 스타일과 정체성에 많은 영향을 미친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또한 이런 개성적이고 자유로운 스타일링을 하고 다닌다는 것은, 본인의 내면세계를 외부를 향해 표현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격식을 차리지 않은 스타일일 경우 성실성이 낮았다고 한다. [1] 하지만 이 사진의 경우 정식으로 프로필 사진을 촬영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오히려 본인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해 신중히 준비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 사람의 성실성에 대한 판단은 보류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 사람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다.

"(개방성) 언제나 다양한 것을 선호하며, 상상을 통해 보다 흥미로운 세상을 창조하기 위해 공상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예술적인 것에도 관심이 많아 자연과 예술의 아름다움을 찬미하며 심미적인 것에 심취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스스로의 감정에 민감하며 풍부한 감정을 느낀다."


 신문 보도를 통해 이 사람이 다양한 작품 시도를 하는 경향이 있음을 말해주고 있으며, 실제로 이 사람의 개방성(특히 다양성에 대한 선호)이 높을 것 같다는 피드백을 해볼 수 있었다.

https://www.sedaily.com/NewsView/1OJYQHPKL0/ 

 

세 번째 사람

이 사람의 직업은 무엇일까? (정답은 맨 아래에 있다.) [P3]

 이 사람의 경우 캐주얼 양복 스타일을 확인할 수 있다. 사람들 앞에서 강연을 하는 상황에 맞는 단정한 옷차림이다. 보르케나우와 리에블러의 연구에서 사람이 격식을 차린 옷을 입었을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성실성이 높은 경향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2]


 그런데 이 성실성에 대한 경향을 개개인에게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이 존재한다. [3] 보르케나우 연구에서도 격식을 차린 옷을 입지 않아도 성실성이 높은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사람의 성실성이 높다는 증거를 더 찾아보자.


 샘 고슬링은 성실성에 대한 결과에 대해 추가적으로 해석했다. 성실성은 계획적인 성향과 미리 준비하는 성향을 뜻하므로, 해당 상황에 맞는 옷차림을 미리 준비했다는 것이 높은 성실성을 반영하게 된다는 것이다. [3] (두 번째 사람의 성실성을 왜 낮게 체크하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이 맥락에서 이 사람을 더 살펴보자.


 이 사람의 모습에 보이는 특징 중 하나가 단정하게 정리된 헤어스타일과 가꾸어진 수염이다. 사진의 상황은 많은 사람들 앞에서 강연을 진행하는 상황으로 보이는데, 옷차림을 비롯한 헤어스타일, 수염 관리 등은 대중을 만나는 상황을 준비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사람의 성실성을 높게 체크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성실성) 정해진 일과와 계획에 따라 생활하는 것을 좋아하는 경향 있으며, 결정을 내릴 때 신중한 경향 있다. 뛰어난 성취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경향이 있으며 책임감이 강하다."


 유튜브에 올라온 이 사람의 강연을 통해 이 사람이 실제로 성실한 (목표를 위해 꾸준하게 노력하는) 사람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NIvk_ebTaNs&t=316s


유연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 모호함에 속박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

 스누핑은 단순히 연구결과에 따라 공식처럼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격식에 맞는 옷을 입은 것 자체가 성실성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게 옷차림을 준비했다는 것이 성실성을 반영했다는 것처럼, 연구에서 진행했던 상황과 실제 상황이 다를 수 있기에 연구결과를 유연하게 적용할 줄 알아야 한다.


 그와 동시에 모호한 상황에서 단호하게 판단할 수 있는 개인적이 기준 또한 마련해야 한다. 연구결과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파악되는 요소들이 모호해 사고가 막히는 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어느 정도 이상의 확신이 있을 때 본인의 판단을 밀어붙여야 하는지 어느 정도까지 생각을 정리하면 되는 건지에 대한 기준을 세워야하며, 피드백을 통해 본인의 기준을 계속해서 수정해나가야 한다.


스누핑이 남긴 것

 지금까지 스누핑에 대한 긴 여정을 진행해보았다. 스누핑에 대해 공부하는 과정에서 판단을 위해 이루어지는 사고 과정이 더욱 견고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단호하게 판단해야 하면서도 고정관념에 갇힌 섣부른 판단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 둘을 줄다리기하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은 내 사고 과정이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주었다.


 또한 스누핑은 우리가 살면서 얼마나 많은 정보를 놓치고 있는 지를 알려주었다. 우리가 평소에 놓치고 있는 정보에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이면, 우리는 세상에 대해 더 많은 걸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오늘도 집을 둘러보며, 혹은 집을 나서면서 주위에서 관찰되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위 문제에 대한 답

첫 번째 사람: 대기업 연구원

두 번째 사람: 배우

세 번째 사람: 15년 동안 대기업에서 근무하다 그림 그리는 작가로 전향함.


<참고 문헌>

[1] Naumann, L. P., Vazire, S., Rentfrow, P. J., & Gosling, S. D. (2009). Personality judgments based on physical appearance.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35(12), 1661-1671. (사람 사진을 찍어 다른 사람들에게 사진 주인공이 성격을 판단하게 한 실험이다.)

[2] Borkenau, P., & Liebler, A. (1992). Trait inferences: Sources of validity at zero acquaintance.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62(4), 645. (사람들에게 방에 들어와 글을 읽게 한 뒤, 그 장면을 녹화해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줘 그 영상 주인공의 성격을 판단하게 한 실험이다.)  

[3] Gosling, S. (2008). Snoop. What your stuff says about you.


<저작권 정보>

[P1] BBC 드라마 '셜록' 캡처 장면

[P2] 저작권: CC BY-SA 4.0, 출처 링크: https://ko.wikipedia.org/wiki/%ED%8C%8C%EC%9D%BC:%EC%82%BC%EC%84%B1%EC%A0%84%EC%9E%90_%EC%97%B0%EA%B5%AC%EC%9B%90_%EC%9D%B4%EC%A7%84%ED%95%98_%ED%8A%B8%EC%9C%84%ED%84%B0_%ED%94%84%EB%A1%9C%ED%95%84_%EC%82%AC%EC%A7%84.jpg, Author: 삼성전자 수석연구원 이진하

[P3] 저작권: CC BY-SA 4.0, 출처 링크: https://ko.wikipedia.org/wiki/%ED%8C%8C%EC%9D%BC:%EC%98%81%ED%99%94%EB%B0%B0%EC%9A%B0_%EB%B0%95%EA%B7%BC%EB%A1%9D_%ED%94%84%EB%A1%9C%ED%95%84_%EC%82%AC%EC%A7%841.jpg, Author: 최광모

[P4] 저작권: CC BY-SA 2.0, 출처 링크: https://www.flickr.com/photos/phploveme/10646211614, Author: Jinho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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