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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드레 Aug 09. 2022

할아버지가 간밤 꿈에 나오셨다.

뽀리와 함께하는 화요일. 

내 기억 속에는 양복을 입으신 모습은 없었는데, 꿈에서는 말끔한 양복차림에 

옆에는 할머니와 함께 있으셨던 거 같다.

(할머니는 내가 태어나기 전에 돌아가셔 얼굴은 몰랐지만 느낌으로 할머니 셨던 것 같다.)



나는 너무나도 반가움 마음에 할아버지를 와락 껴안았다.



꿈속에서도 그 절절한 그리움이 고스란히 느껴졌었다.



할아버지…… 우리 할아버지..



그리 살갑지도 않았고 귀염성도 없는 손자였지만.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에야 나는 할아버지의 사랑이 얼마나 컸는지 느낄 수 있었다.



할아버지는 꿈속에서 무척이나 당황하시는 얼굴이셨다.

듣지는 못했지만 하시려던 말씀이 있으신 것도 같았다.



그리고 꿈에서 깨어났다.



잠에서 깬 나는 하루 종일 할아버지 생각에 잠겨 있었다.


로또 번호라도 알려주시려고 나오셨던 건가?

아니면 지금 모든 사람들 꿈에 여행이라도 다니시는 것 일까?


할아버지의 말끔한 모습을 뵈니 다행히 저기 저너머에서도 잘 지내고 계시는구나 싶었다.

그 모습을 뵙는 것만으로도 내심 나에게는 다정한 위로가 되었다. 고마운 일이었다.


나는 출근을 하면서도 일을 하면서도 하루 종일 꿈에 나온 할아버지 생각에 

젖음 솜처럼 하루를 보내였다.




하루 일과를 모두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다음 달이면 우리 뽀리가 태어날 예정이다. 



나는 만삭의 아내를 대신하여 간단하게 집 정리를 하고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다.


저번에 사둔 중화면이 생각나 야채와 고기를 넣고 소스를 부어 야끼소바를 만들어

오늘 저녁을 근사하게 차려볼 생각이었다.


프라이팬에 불을 올리고 고기를 볶다가 양배추를 넣고 마늘 조금을 넣어 볶아 낸다음

면을 넣고 휘적휘적하여 이제 소스를 붓고 튀기듯 볶으면 완성~~!



앙드레~! 여기 좀 와봐!



요리에 열중하던 나는 음식 만드는 소리에 와이프가 나를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야!!!’



화를 짝 놀란 나는 하던 요리를 멈추고 아내가 있는 침실로 향하였다.



‘왜?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나 이거 좀 이상한 거 같아’


‘응? 어떻게 뭐가 이상한데?



와이프는 이불을 젖혔고 내 눈에는 흥건히 젖은 시트와 아내가 입고 있던 바지가 보였다.



‘갑자기 왈칵하더니….. 아무래도’



와이프의 다음 말을 기다리는 그 짧은 시간, 집안의 모든 미세한 소리들이 자동차 경적처럼 커졌고 나는 내가 서 있는 방바닥의 온도를 느끼는 것으로 지금 이 상황이 현실이라는 것을

겨우 잊지 않을 수 있었다.



‘양수가 … 터진 것 같아…’



온몸에 피가 싸악 사라지는 느낌을 받으면서 원체 새하얀 내 머릿속은 더욱더 자신감 있게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 된 느낌이었다.


‘괜찮아, 침착하고 옷 입고 바로 병원 가자, 내가 미리 전화해 놓을게.’

달달달 떨리는 손과 핏기 없는 얼굴로 아내에게 엄지 척을 하였다.


바지를 상의처럼 입으려 하고, 가방을 바지처럼 입으려고 하면서 흩어져 있는 출산용품들을

챙겨 병원 갈 준비를 하기 시작하였다.



‘출산 노트랑 산모 수첩은 내가 챙겨갈게 침착하고 있어 ~!’



‘네가 더 침착해야 할 것 같은데?’ 



조심히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있는 와이프는 바짝 마른 입술로 쭈굴쭈굴 웃어 보이면서

출산 노트가 아닌 여권을 흔들어 보이는 나를 보며 말하였다.




널 만나기로 약속한 지 한 달 전. 




우리는 급작스럽게 너를 만나게 되었다.





할아버지 이 정도로 이머전씨 한 상황 이었으면 손자 뺨이라도 때리시지 그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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