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올림 Feb 04. 2019

염소 떼와 새집

선생님께 올리는 편지, 다섯

코코넛 나무에서 코코넛을 따다 보면 코코넛 나무 잎도 같이 떨어집니다. 그 잎을 맛보려고 염소 떼가 모여들자 작업이 중단되었습니다.


"왜 수확을 멈추었나요?" 리포터가 묻자,

"양 떼들 위로 코코넛이 떨어지면 다칠 수도 있으니까요." 코코넛 농장 근로자가 대답합니다.


강화도 친구 집에 놀러 가서 음식을 해 먹을 때의 일입니다. 환풍기를 돌리려고 했더니 친구가,

"지금 틀면 안 돼. 환풍구에 새들이 들어가서 집을 지었어."라며 만류합니다.


효율 중심의 일반적인 생각으로는 코코넛 농장 주변으로 펜스를 쳐서 양 떼가 오지 못하도록 막거나, 더 심하게는 코코넛 생산을 양 떼의 안전보다 우위에 두고 수확을 계속하는 선택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환풍구 역시 당장에 새집을 드러낼 수도 있었겠지요.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두 이야기는 '지구에서 사는 법'을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돈만 내면 음식을 당연하게 먹을 수 있고 돈만 내면 당연하게 이동을 할 수 있는 세대는 독립적 개체로도 거뜬히 살 수 있다고 착각하기 쉽습니다. 허나 '돈'이라는 안경을 벗고 나면 비로소 삶의 본질이 보입니다. 생명들은 모두 연결되어있다는 사실이지요.


'나'라는 구분, '너'라는 구분의 경계는 애초에 없을지도 모릅니다. 내가 너이고 네가 곧 나이다... 내 안에 나를 지었던 만물이 살아있음을 인정하게 됩니다. 그런 이에게는 염소와 새는 나와 다르지 않았겠지요.


오늘은 비가 차분하게 내립니다. 비도 흙도 바람도 햇살도 남 같지 않습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새해 복 많이 지으세요. 오늘은 이만 줄이겠습니다.




글 / 올림

작가의 이전글 겨우내 물건을 정리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