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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림 Feb 05. 2019

속도에 휩쓸릴 때

선생님께 올리는 편지, 여섯

며칠 전에는 강화도를 다녀왔습니다. 보통 같았으면 대중교통을 이용했을텐데 미뤘던 운전연습을 위해 차에 올랐습니다.


동네에서 40~60킬로로 주행할 때는 차선 중앙에 차를 정렬하는 감각이 비교적 명확했지만 90~120킬로로 달리는 것은 전혀 다른 느낌입니다. 속도가 빠를수록 핸들을 조금만 틀어도 휘청휘청 거리니 옆에 있는 사람의 존재나 지나가는 멋진 자연을 느낄 새도 없이 온통 운전만 하게 됩니다.


'클릭'이라는 코미디 영화가 있습니다. 선생님은 혹시 아시는지요? 싫은 순간을 리모컨으로 빨리 감기 할 수 있는 주인공이 계속해서 빨리 감기를 하다 인생을 모두 놓쳐버린다는 이야기입니다.

<출발해서 도착하기 위해> 운전을 하는 것은 <태어나서 죽기 위해> 사는 것과 다를 바가 없어 보입니다. 인생이 속력전에 휩쓸리는 느낌이 들 때는 속도를 반으로 줄입니다. 그리고 느긋하게 뒤로 기대어 주변을 살피고 찰나의 순간순간에 온 마음을 다해 잠시 머물러야겠습니다.


정해진 속도를 준수하다 보면 어느새 추월당하기 일쑤입니다. 차들이 지나치며 "어유 답답해. 왜 저렇게 느리게 가는 거지? 쯧쯧..." 탓하는 것처럼 들려서 덩달아 마음이 불안해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휩쓸리는 것이지요.

어느 날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 남의 속도가 아닌 내 속도를 가자' 피해를 주지 않을 정도로 주행하고 내 속도를 따랐더니 마음이 가벼웠습니다. 그 선택에 대해서 미련을 두지 않고 굳건히 나아가는 것은 아사나와도 닮아있습니다.


생각에 휘둘리지 않고 내 움직임으로 아사나를 마주하는 것. 저 발가락에 손이 닿고야 말겠다는 목표지향이 아닌, 그저 순간순간을 정성 다해 살피겠다는 내 선택을 믿는 것. 그것과 닮아있는 것 같습니다. '네 자신으로 살아라' 선생님의 말씀이 떠오르는 밤입니다.




글 /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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