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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림 Mar 27. 2019

걸어보지 않은 골목을 따라

선생님께 올리는 편지, 열다섯

요가원과 집을 왔다 갔다 하는 나날들이 계속되던 어느 날, 이 틀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이 방망이질을 해댔습니다.



요가원을 나와 발길 닿는 대로 걸었습니다. 특히 중심에 둔 것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골목으로 걸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평소에는 A에서 B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을 고집했겠지만 오늘은 빙빙 둘러 가더라도 새 발자국을 찍을 테다! 작정했습니다.


평소라면 절대 가지 않을 높은 오르막도 올라보고,

평소라면 절대 가지 않을 막다른 길에 고등학교 앞까지도 가 봤습니다.

평소라면 절대 사지 않았을 악세서리도 구경했습니다.


괜히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모양새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새로운 길 위에 서 있다!는 마음 하나만으로도 마음에 바람이 부는 듯했습니다.








우리는 보통 어느 한 곳에서 한 곳으로 이동을 해 가며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행을 할 때는 다른 마음입니다. 

'호기심'이 있느냐 없느냐 일 테지요.


대부분 어제의 90%를 오늘도 비슷하게 살아간다고 합니다.

바지를 입을 때는 항상 왼발 먼저 넣고, 

이를 닦을 때도 항상 같은 손을 이용하고 같은 순서로 닦고,

이런 상황에서는 이런 감정,

저런 상황에서는 저런 감정을 자동적으로 느끼며,

걷던 길을 습관적으로 빨리 걸어가고,

창 밖에 지나가는 풍경들을 무시하고 핸드폰에 코를 박습니다.


봄은 우리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나무를 좀 봐!

하늘을 좀 봐!

꽃을 좀 봐!


눈에는 보이지 않았겠지만

우린 계속해서 봄으로 걸어왔어.

눈을 들어 우릴 봐.

우린 봄이야.

너희도 봄이란다.


호기심 어린 마음결 하나에도 전혀 다른 내가 될 수 있습니다.

그 이치를 깨달으면 실제로 걸어보지 않은 골목을 찾아들어가지 않더라도

모든 순간이 새롭고 호기심이 넘치게 될 것입니다.







아사나를 하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매번 같은 동작을 하더라도 어제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르고,

심지어 1초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천지차이일 수 있습니다.

'같은 동작을 평생 한 번도 할 수 없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죠.


바닷가에 열심히 쌓아 올린 모래성이

파도에 힘 없이 무너지듯,

자신의 지식과 경험이 전부인양 구는 태도는 

내 삶을 무너질 모래성에 갇히게 할 뿐입니다.


스스로 가둔 습의 틀을 던져버리고

매 순간 자유롭게, 날아다니듯, 춤을 추듯

세상을 바라보게 하는 것이 요가의 본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오늘의 나는 춤을 추었을까요?


찾아보니 뇌세포 전체는 60년이 흘러야 새 것으로 교체가 된다고 합니다.

사람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더니..

생물학적으로도 이유가 있었네요.


뇌세포를 교체하기까지는 60년이 걸리겠지만

그것은 그것대로 두고,

몸마음부터 고요히 가꾸어 나가겠습니다.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싹이 트는 것을 구경도 하고

자라나는 걸 응원도 해가면서 말입니다.


요행을 바라지 않을 것입니다.

요행이라 함은 '뜻하지 않은 행운'을 의미합니다.

'뜻 안에 있는 행운'을 따르는 선택을 하고

바람 잘 통하는 마음 하나 붙잡고 살아가겠습니다.





봄바람이 불어오니 마음이 송송합니다.

발 닿는 곳 어디든 날아가서 새로운 나를 만나고 싶어 지니 말입니다.


새 생명력이 움트는 계절, 봄.

짧은 이 봄을 온몸과 마음으로 만끽해야겠습니다.

지금의 감상을 잘 기억하고 언제라도 제 안에서 싹을 틔울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아침저녁으로 일교차가 큽니다.

건강에 유의하시고 4월에 제주도에서 꼭 뵐 수 있길 성원하겠습니다.





글 /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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