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X 됐네 시 X 망했다"
내 인생이 망한 건 아니지만. 지역 이동에 실패했다.
정말 웃음과 욕 밖에 안 나온다.
"여기는 포트 더글라스"
케언즈에서 1시간 거리 작은 휴양지이다.
"그냥 스탠소프에서 일할걸..., 시 X"
일주일 전
오늘도 러너 30 트레이를 향해서 열심히 하고 있었다.
곧 있으면 점심시간.
어제 x라인에 어떤 누나에게 모종 1묶음을 빌려 줬었다.
근데 이 누나 가 안 갚는 거다.
같이 살던 형주형이 예전에 이 누나를 픽업해줬는데 픽업비를 못 받았다는 이야기 들었다..
내가 한 땀 한 땀 정리한 러너 한 묶음인데.. 안 받을 수 없지.
런치 시작하기 전에 그누나한테 받으러 갔다.
그누나한테 러너를 받고 x라인에서 내가 있는 Z 라인으로 걸어오고 있는데
러너 최고책임자 스티브가 나를 쳐다보며 묻는다
"왓 알유 두잉?"(너 뭐하냐?)
"응. 나 어제 x라인에 러너 한 묶음을 빌려줘서 받고 오는 길이야"
당당하게 말했다
스티브가 두 눈 부릅뜨고 나긋하게 말한다
"x라인 모종이랑 다른 라인 모종은 달라!!!"
"모종이 다른 게 섞이면 심각한 문제야. 이거 시리어스(심각해) 시리어스!!(심각해)"
"잘못하면 10억을 우리가 손해 볼 수 있고 어쩌고 저쩌고...."
그래 내가 잘못했다.
"점심시간 끝나고 이야기하자. 명찰은 일단 반납해"
"응.."
'그래... 잘리겠구나 이래 된 거 빨리 지역 이동이나 해야지~'
점심시간이 끝나고. 스티브가 나에게 다가와서 말한다
"톡 투 미 톡 투 미"(나랑 얘기해)
스티브는 아까 전부터 했던 이야기를 계속한다
"시리어스 시리어스 어쩌고 저쩌고"
나는 할 말이 없어서 미안하다는 말만 했다
"응 미안해"
"너 잘못을 인정하니? 일자리 잃어도 상관없어?"
"응 잘못했어"
"좋아. 그럼 너 x라인으로 가"
"?"
이번엔 내가 이양반 뭐하는 사람인가 싶은 표정으로 스티브를 쳐다봤다.
내가 잘못해서 실수했는데. 벌은 주기커녕 x라인으로 가라니.. 이해할 수가 없었다
x라인은 현재 한국인들이 많고 실력 좋은 사람들이 많아서 회전이 빨라서 x라인 사람들은 하루에 30 트레이 이상은 하는 라인이었다.
x라인으로 가서 일을 시작하니 한 손을 뻗을 때마다 모종 하나가 잡히는 거다.!!!
다음날
아침 조회시간에 스티브가 말한다
"어제 무슨 일이 있었냐 하면 다른 라인 사람이 x라인 사람에게 모종 받는 일이 생겼어"
"다른 모종이야! 다른 모종!! 이건 심각해"
"그런 실수하지 마! 빌리더라도 같은 라인에서 해결해!"
사람들이 날 알아볼까 봐 덩치 큰 사람 뒤에 숨어있었다.
칩핑팀 사람들이 웃긴지 나를 보고 웃는다.
아침부터 열심히 했다.
스모커 시간이 되기 전까지 10 트레이는 한 것 같았다.
이 정도 페이스면 30 트레이는 문제없겠다.
스모커가 끝나고 다시 일을 시작했다.
목숨 걸고 하고 있는데.
내가 만든 러너 트레이에 바코드를 찍는 스캐너가 뭔가 실수했는 거 같았다
스티브가 나한테 온다
"너 뭐해? 또 너니?"
"무슨 소리야?"
"이거 시리어스해"
'시 X 그놈의 시리어스 뭐가 시리어스 하다는 건지"
밖으로 나가서 이야기를 들으니 이랬다.
내가 만들어놓은 러너 트레이를 스캐너 찍고 책상 밑에 트레일러로 안 보냈다는 말이다.
그 말은 내가 개수를 더 늘리려고 사기를 친다는 말이야
"무슨 소리야. 스캐너 보는 앞에서 트레이를 트레일러를 넣었다고"
"스캐너한테 물어봐"
그래도 스티브는 자기 할 말만 하는 거 같았다
"넌 어제도 실수했고 오늘도 그랬고 너 심각해"
암튼 잔소리 듣다가 다시 가서 일하라고 한다.
스티브가 나에게 두 눈 부릅뜨며 말한다
"왓칭"(지켜볼 거야)
내 자리로 와서 다시 열중하려고 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도둑놈 취급당하는 거다.
태어나서 도둑질이라곤 해본 적 없는 사람인데 스캐너 실수로 도둑놈으로 몰리다니
아니라고 말해도 믿어주지도 않는다.
"아. 나도 귀한 집 자식인데 도둑놈 취급받으면서 일해야 하나?"
슈퍼바이저한테 가서 말했다
"나 일 그만둘래"
슈퍼바이저 할머니는 쿨하게 말씀하셨다.
"Yes"
스티브한테 가서 말했다
"나 일 그만둘래"
스티브가 잠깐 이야기하자고 한다.
"톡 투 미 톡 투 미"
같은 집에 사는 형주형도 러너기간 때 아울리잡으로 일을 같이 했었는데
형주형은 영어를 잘했다. 그래서 형주형이 스티브와 나의 대화를 통역해주었다.
스티브는 나를 쳐다보며 아빠미소 지으며 말했다
"무슨 오해가 있었는 거 같은데"
"너 오늘 매우 앵그리(화났으니) 하니. 집에 가서 쉬고 내일 출근하자 나는 네가 일해줬으면 좋겠다"
잠깐 고민했다.
내가 아무리 외국인 노동자지만. 도둑놈 취급받으면서 일할수 없다.
그리고 중요한 건 내 마음은 이미 케언즈 포트 더글라스에 있다
"아니야. 그만두겠어. 미안해""
스티브도 자기도 미안한지. 알았다고 대답하고. 명찰은 자기가 가지고 있겠다고 한다
혹시 마음이 바뀌면 내일 다시 출근하라고.
아빠 미소 지으며 그런 말을 하는데 내가 스티브에게 더 미안했다.
같이 일했던 칩핑팀이랑 슈퍼바이저 데이비에게 인사를 하고 퇴근했다
데이비는 그러지 말라고 내일 꼭 출근하라고 너 일 그만두면 슬플 것 같다고 했다.
같이 칩핑팀에서 일했던 형들과 친구들에게 그만두고 케언즈로 간다고 하니
너 함부로 지역 이동하다가 죽는다며 스탠소프 돈 벌기 좋은 곳이라며 가지 말라고 한다.
그래도 내 마음은 이미 정해졌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지역 이동해서 빨리 자리 나 잡자.
집에 도착해서 씻고 세컨비자를 신청하고 있었는데 형주형에게 전화가 왔다.
"오늘 5시쯤에 스티브가 너희 집에 찾아간대 이 새끼 왜 이래?"
"그 새끼가 우리 집에 왜 와요??"
"너한테 사과하고 싶대"
"내가 더 미안하게 그 새끼 왜 그래요?"
암튼 스티브가 우리 집에 왔다.
그래도 동방예의지국인 한국에서 왔는데.
스티브가 앉을 수 있게 마당에 의자도 나 두고 음료수도 드렸다.
스티브가 자리에 앉더니 또 아빠 미소 지으며 말한다
"오늘은 나의 실수였어. 진심으로 미안해. 나는 너가 내일 다시 일해줬으면 좋겠어"
스티브가 그런 말하니 내가 더 미안해졌다
"응. 나도 미안해. 이런 식으로 일 그만둬서 근데. 나 지금 지역 이동하기로 마음 먹었어."
"너가 이렇게 까지 찾아와서 사과하닌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진심 내가 더 미안했다
스티브는 웃으며 "부담 줘서 미안해 그러면 오늘 까지 생각해보고 내일 출근할 건지 생각해봐"
"안 해도 괜찮아. 그리고 만약에 케언즈로 가게 된 다면 행운을 빌께."
상황이 내가 더 미안해졌다.
스티브는 사람 나쁜 놈 만드는데 일가견이 있는 거 같았다
"응 알았어. 스티브 이렇게까지 와줘서 고마워."
지금 생각해보면 스티브는 좋은 마인드의 소유자였다.
어떻게 보면 나와 같은 상황이 우리나라의 외국인 노동자에게 일어났다면 우리나라 사장들이 외국인 노동자에게 이렇게 하겠는가?
그러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스티브는 자기 잘못을 인정할 줄 아는 남자였다.
스티브와 마지막이 될 수 있을 거 같아서 손톱깎이를 선물로 줬다.
"디스 이즈 메이드 인 코리아 베리굿"
스티브는 웃으며 고맙단다.
암튼 다시 생각에 빠졌다.
그날 동갑친구 진향이에게 연락이 왔다
"너 어제 31개 했어. 돌아와!!!!"
이제 시간당 20불은 찍으니. 더 고민된다
"내가 여기서 아무리 날고 기어봐야 한주에 생활비는 빼고 한주에 700불씩은 저금할 텐데."
그러면 앞으로 3주는 남았으닌깐 2100불 저금하며 일을 할까?
아니면 지금 '포트 더글라스'로 지역 이동을 해서 일찍 자리를 잡을까?
이런 선택의 갈림길에 들어선 적이 많다.
내가 살면서 느낀 건데..
사람 일은 한치 앞도 모르닌깐!! 이럴 땐 후회 없는 선택을 하는 것!!!
"그래. 돈 2100불은 지금은 큰 돈이지만 나중을 생각하면 큰 돈이 아니다.
지역 이동 하자!."
스티브한테 너의 관대함에 리스팩트 한다고 말하고 다음 시즌을 기약하며 지역 이동을 하게 되었다.
이틀 만에 간다고 하니 다들 성급한 거 아니냐고 한다
"아니에요! 여기서 우물쭈물하는 거 보다 하루라도 빨리 가야죠"
지역 이동을 하면 설렌다.
내가 살던 곳을 떠나 새로운 곳에서 새로 시작한다는 거 자체가 설렌다
승현이도 한국에 가는 날이라 브리즈번 공항에 같이 가기로 했다.
승현이와 수현이가 차를 타고 새벽에 우리 집 앞으로 왔다.
수현이는 술이 떡이 되어 있어서 뒷좌석에서 누워서 헛소리를 했다.
"야 인마 뭔 놈의 지역 이동이야. 내가 봤을 때 너 가면 똥 싼다. 내 말 믿어 내 말 틀린 거 봤냐?"
"나 스탠소프 실화꾼이야"
그렇게 브리즈번 공항 가는 길에 승현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승현이는 나보다 4살 어린 동생이지만 6개월 동안 같이 살면서 그의 성품에 대단하다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
"나이도 어린데 저렇게 그릇이 클 수 있을까? 나는 그러지 못하는데"
나에게 많은 걸 가르쳐준 동생이었다.
여기는 브리즈번 공항
자고 있던 수현이가 이제 일어나서 차를 몰고 다시 스탠소프로 간다.
수현이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수현아. 그동안 고마웠어. 너랑 나랑 물과 기름이었지만 너 덕분에 좋은 일자리도 구했고 너 만나서 운이 좋았어. 다음 시즌에 다시 돌아올게"
수현이는 쑥스러운 듯 웃으며 대답한다
"너 다시 안 볼 것처럼 말한다?"
나는 호주에서 그렇게 사람들과 깊게 사귀지 않았다.
원래 내가 성격 자체가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과 그렇게 깊게 사귀진 않았다.
그리고 호주는 돈 벌러 갔기 때문에 어울리다 보면 놀기만 할 것 같아서 자제했다.
한 번은 SSR에서 일을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에 수현이가 한마디 했다.
"종현아. 너도 사람들이랑 어울리고 그래. 너 그러다가 혼자 산다"
그 당시 그게 내 성격이었고 나는 혼자 있는 걸 좋아해서 납득이 안 갔다.
시간이 지나서 지금 생각해보니 후회가 많이 남는다.
승현이 쉐어생들과 좀 더 많이 친하게 지낼걸...
같이 놀러도 많이 다니고. 술도 마시고 파티도 하고 운동도같이 하고. 새로운 사람들도 많이 만나 볼걸
친구들이 나에게 놀자고 할 때면 나는 혼자 있길 좋아해서 괜찮다고 대답하곤 했다.
승현이... 수현이... 작은 수현이... 태호.. 민형이. 형주형.. 현철이 형.. 설이... 진만이.. 수정이.. 혜주누나
다 착하고 좋은 사람들이었는데... 더 친하게 지낼걸....
너무 아쉽고 후회가 된다.. 정말
승현이와 공항에서 작별인사를 했다.
"승현아. 고맙다. 나는 정말 운이 좋았어. 너 만나서 행운이었다"
"어쩌면 너 덕분에 이렇게 잘 된 거 같아"
"고마워"
승현이도 쑥스러운 듯 형은 어딜 갔어도 잘 되었을 거라고 대답했다.
승현이와 셔틀버스에서 헤어지고 나는 국내선에서 수회물을 보내기 위해 체크 인 하러 왔다
체크인해주는 호주여자애가 묻는다
"너 폭발물 같은 거 있어?"(못 알아 들었다)
"쏘리?"
"너 폭발물 있냐고??"(못 알아 들었다)
"예스"
검사하던 호주 여자애가 이 새끼는 뭐지 하는 표정으로 본다.
그리고 그녀는 손가락으로 폭발물 모양의 그림으로 가리키며 말해준다
"노노!! 아이 돈 해브"(난 안 가지고 있다)
'후훗 이래야 워홀러지'
식은 땀이 흐른다.
수화물을 부치고 기내 수화물을 검사하는 곳에선 노트북을 나 두고 갈뻔했다
아이고 긴장을 했나.. 정신을 못 차리지.
3시간 후
케언즈 도착.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습한 게 느껴졌다. 대구 보다 더럽게 덥다.
지금 내 계획은 이렇다.
케언즈에서 1시간 떨어져 있는 포트 더글라스!
여기는 휴양지로 바다도 있고 많은 리조트와 식당이 있다.
4월부터 9월까지 성수기인 여기는 많은 워커들을 뽑고 있다.
한국에서 주방에서 일한 경력도 있고 하우스 키핑으로 호텔에서 일한 경험도 있기 때문에
경력을 살려서 일자리를 구할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다.
여기 오기 전 인터넷으로 통해서 많은 글을 읽었고 여기사는 사람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생각이 많은 편이라. 생각을 많이 하고 실행에 옮기는 편이다.
이 정도면 "내가 영어를 못하지만 비벼 볼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다.
투잡 뛰고 그러면 주에 1000불은 벌겠지?
버스를 타고 포트 더글라스에 미리 이야기해놓았던 쉐어하우스에 도착했다.
여기는 리조트인데. 한 방을 렌트해서 사는 것 같았다
근데. 막상 와서 여기사는 사람에게 이야기 들어보니 처참했다.
"하루에 5시간 정도 일하고 많으면 8시간? 5일 정도 일해요"
"그래서 2 주치 페이를 받으며 1000불 정도 벌 수 있어"
"돈 벌려면 포트 더글라스가 좋아요"
'아니.. 농장에서 한주에 1000불 벌다가 온 사람한테 2 주치 페이가 1000불 이라니'
쉐어마스터 여자애가 담담한 표정으로 말한다
"아 그리고 거실쉐어 2주 하시다가 방에 들어가신다고 하셨잖아요"
"근데 만약에 혼자서 방 쓰시게 되면 130불씩 주세요"
어릴 때부터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다 보니 관상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생긴 거 같다.
쉐어마스터라는 2명의 여자와 1명의 남자를 얼굴을 보아하니. 다들 나쁜 사람들은 아니지만 곱게 자란 거처럼 보였다.
그러한 사람들은 대부분 베풀지 못하며 자기 손해는 절대 안 보는 관상이었다.
나는 2인 1실 100불짜리 방을 보고 왔는데. 독방에 130불이라니..
암튼 내가 인터넷으로 알아본 정보와 막상 와서 들은 정보가 이렇게 다르니 멘탈이 붕괴되었다.
'시 X 비행기 타고 3시간이나 날아왔는데..'
차분한 척 대답했다.
'아 그럼 저 백팩커에 하루 머물면서 생각 좀 해볼게요"
말 그대로 멘붕 왔다.
내가 계획했던 거라 다르니..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막막했다.
스트레스 받는다.
리조트 근처 백팩커에서 체크인하는데도 영어로 대화도 잘 안된다.
와 영어도 못하는 게 무슨 깡으로 왔나?
스탠소프에서 알게 되었던 사람들에게 전화하며 조언을 얻었다.
수현이 말이 떠 올랐다..
"뭔 놈의 지역 이동이야. 돈만 벌려면 이곳 스탠소프가 좋아. 내가 볼 땐 아니다"
"너 가면 돈만 까먹고 다시 돌아올걸???"
"나? 실화꾼이야! 스탠소프 실화꾼!"
막막해서 수현이한테 전화했다
"야이 새끼야 너 그럴 줄 알았다."
"사람들 집 구한다고 들어온다고 했는데. 비워 놓을게. 얼른 돌아와라"
정 많은 친구 수현이었다
정말 다시 스탠소프로 돌아가고 싶었다.
내가 지역 이동을 한다고 말하면 많은 사람들이 그랬다.
돈 벌려면 스탠소프 만한 동네가 없다고
지역 이동하는 게 그렇게 쉬운 줄 아냐면 잘못하면 이곳저곳 떠돌다가 한국 갈 수도 있다고
그때 난 그런 생각했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게 맞다. 후회만 없다면!!!
내가 워홀은 온 목표는?
"경험과! 돈!"
이때 또 인생 배웠다
자신의 주관도 매우 중요하지만. 남의 말에도 귀를 기울일 줄 알아야 하는구나.
특히 나 같이 영어도 못하는 사람이 한국인도 많이 없는 곳에 지역 이동 이라니.
스탠소프에서 첫 번째 단추를 워낙 잘 끼워서 두 번째 단추도 쉽게 끼울 수 있을 거 같았는데
단추가 그냥 떨어져 버렸다.
"아..시X..X됐네....하아..."
인터넷 블로그에서 포트 더글라스에서 워홀 한 사람에게 카톡을 해서 조언 얻었다
"내가 지금 이렇게 와서 이런 상황이다. X 되었다. 막막하다. 어떻게 하면 좋으냐?"
조언을 들어보니 포트 더글라스에선 정말 자기가 열심히 하면 일할 시간도 많이 주고 괜찮다고 한다.
근데 자동차가 없으면 불편하다고 한다.
담배 피우며 생각해봤다.
"내가 지금 이렇게 멘붕이 와서 그렇지 여기서도 살아남지 못하면 한국 가서 뭘 할 수 있겠느냐?"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독한 마음먹고 이곳에 자리 잡아서 살아남기로 결심했다.
쉐어마스터에게 내일 아침까지 백팩커에서 걸어서 집에 가겠다고 연락했다
구글맵으로 보니 걸어서 1시간 정도 걸리는 거 같다.
아침이 되자마자 씻고 해가 뜨기 전에 캐리어를 끌고 갔다.
습해서 그런지 너무 덥다. 가는 길에 버스정류장으로 보이는 곳에서 앉으며
생각에 빠졌다
"아.. 시 X... 진짜 내가 지금 뭐한 거지.. 그냥 스탠소프에 있을걸.. 무슨 지역 이동...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침이라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에서 헛웃음이 나왔다.
갑자기 전화가 왔다.
득제형이었다.
득제형은 나보다 1살 많은 형인데. 경옥이 누나랑 한국에서부터 커플이고 2년 차 워홀러다.
성격 좋은 형 누나였다.
득제형과 경옥이 누나는 예전에 말했던 워크커버 사건의 피해자다
그 후 맥카이라는 중소도시로 가서 청소 일을 구했다고 이야기 들었다.
어제저녁에 멘붕 왔을 때 조언을 얻으려면 연락하였었는데. 아침이 되어서야 연락이 왔다.
지역 이동하고 나서 지금까지 이야기를 해주었다.
"아이고 왜 그렇게 성급하게 생각했어? 지역 이동이 정말 쉬운 게 아니야"
"잘 좀 알아보고 가지. 지역 이동을 할 때는 일자리 같은 거 확실하게 구하고 가야 해"
"너처럼 영어도 잘못하는 애가 아는 사람도 없는 외딴곳에 가는 건 무리수야."
"워홀러마다 각자 목표가 있는데 하나 지키기도 힘들어"
담배를 반나절에 한 갑 피고 있다.
"아이고 형 저 죽을 거 같아요 형 혹시 거기 일자리 있나요?"
"응? 일자리 있지 여기 오려고?"
"형 저 가도 돼요???? 저좀 살려주세요"
"잠깐만 이야기 좀 해보고 연락 줄게"
20분 후 전화가 왔다.
"형 지금 청소하는 거 알고 있지? 아마 주에 700~800불은 꾸준히 벌 수 있을 거야"
"오너형이랑 이야기해봤는데 와도 된대 언제 올 거야????"
"지금 당장이요!"
자 이제 내 목표인 돈과 경험 중에 경험은 빠졌다
얼마 전 친구 진만이와 이야기 한적이 있다
"경험하고 외국인 친구 사귀면 뭐하냐.. 결국 남는 건 돈인데..."
여기 온지 하루 만에 계획이 변경이 되었다.
포트 더글라스 쉐어마스터에게 계획이 변경되어서 지역 이동하게 되었다며 죄송하다고 말한 후
다시 케언즈 공항으로 가게 되었다.
근데 오늘 케언즈로 가는 버스가 운행을 안 한다.
망했다.
어떻게 보면 하루 또 여기서 머무는 것도 나쁜진 않은데.
이왕 이렇게 된 거 하루라도 빨리 가서 마음 편하고 싶었다.
그리고 나는 여기가 싫다.
그래서 영화에서나 보던 히치하이킹을 시도해보았다
10분 후
히치하이킹은 개뿔 자기 갈 길 바쁘다.
그리고 봉고차 한대가 내 앞에 선다.
택시였다.
택시기사가 창문을 내리고 묻는다
"너 어디가?"
최대한 불쌍한 표정 지으며 대답했다.
"케언즈 공항에 데려다 줄 수 있어?"
할아버지는 무표정으로 대답한다
"데려다 줄 수 있지. 188불이야"
".. 쏘리??"
"188불이라고"
요금표 종이를 보여주며 케언즈공항까지는 188불
브리즈번에서 케언즈까지 비행기 값이 188불이었는데..
이 할아버지가 미쳤나 싶었지만 호주닌깐 납득이 갔다.
택시기사 할아버지가 묻는다
"갈 거야 말 거야??"
고민된다.. 택시 한 번 타는데... 20만 원.... 와..
'시 X 돈이 깡패다..."
일단 난 여기가 싫다. 벗어나고 싶다.
"그래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