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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nny Nov 18. 2015

로마 그리고 성격 좋은 여자(상)

로마에 도착했다.


이번에도 쉽게 한인민박집을 찾을 수가 있었다.


유럽을 다니면서 느끼는 건데. 건물들이 참 예쁜 것 같다.


민박집에서 주인아주머니와 저녁식사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베네치아에서 오셨다고 그랬죠? 기차표는 구하셨어요?"


"오늘 저녁에 베네치아에서 여자 두 분이 오시기로 했는데 기차표를 못 구해서 내일 새벽에 온다고 하네요"


자기 딸들 일인 것처럼 걱정하셨다.


"아이고... 그래요.. 어쩌다가.. " 약간  동조해드렸다.


유럽은 저녁 9시가 되어도 해가 밝아서 12시 이전까지는 돌아다닐 수 있었다


그 후론 치안이 위험하니 조심하라고 아주머니께서 말씀해주셨다.


저녁식사를 하고 민박집에서 나오니 저녁 7시쯤 되었다.


파리 그리고 베네치아를 혼자서 여행을 하다 보니 이제 길 찾는 데는 도사가 되었다.


스마트폰 꺼내서 가보고 싶은 곳을 검색해서  표시했다


"자 먼저.. 콜로세움.. 베네치아 광장... 천사의 성.... 판테온... 바티칸..."


담배 하나 물고 걷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3시간 만에 로마 유명 관광지를 다 둘러보았다.


내가 헤르메스인가 생각이 들었다.



바티칸에서 시계를 보니 11시였다.


바티칸에서 민박집까지 어느 정도 거리가 있으니 12시 이전에는 도착해야 할 것 같아서 서둘렀다.


걷고 있는데 어디서 많이 본 외국인이 있었다.


리카르도였다


호주에 있을 때 딸기농장에서 일할 때 유럽 친구들을 많이 봤는데.


그중에 이태리 친구 중 한 명인 리카르도라고 있었다.


솔직히.. 친구라고 하긴 그렇고 대화 몇 마디 나누고 담배 몇 번 같이 폈었다.


암튼 그 친구를 로마에서 만난 게 신기해서 인사를 했다.


그 친구도 영어를 못했기에 서로 '으으으'거리며 대화를 이어갔다.



그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가 맥주를 마시자고 한다.


병 맥주를 사 와서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전화 한 통을 받더니 급하게  어디 가봐야 한다고 한다.


잘 가라고 인사하고 포옹 한번 해주고 헤어졌다.


시계를 보니 12시다.


"여기가 어디지..."


구글맵 켜보니 떼르미니 역 근처다.


뗴르미니역을 지나다가  담배를 피우고 싶었는데. 담배가 없어서 빌려서 피기로 했다.


떼르미니 역 근처에 좀 멀쩡하게 생긴 남자애 붙잡고 맥주 한 병을 건네며 이야기했다


"캔 아이 바로우 시가렛??"(담배 좀 빌려줄래?)


이태리 친구도 맥주를 받고 웃으며 흔쾌히 빌려주었다.


"두유 노우 토바코??"(너 말아서 피는 담배 알아?)


영어를 잘하는 이태리 친구였다


암튼 이런저런 이야기하다가 이태리 친구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한다.


"아이엠 리얼 이태리 피플 트랜스 미 리슨 투 미 디스 이즈 플레이스 베리 베리 퍼킹 데인저러스"

(나는 진짜 이태리 사람인데. 날 믿어라. 내 이야기 잘 들어 여기 정말 정말 시 x 위험한 곳이야)


그리고 주변을 좀 둘러보니 노숙자들이 많았고 좀 양스럽게 생긴 친구들이 많았다.


가만 생각해보니 민박집 나가기 전에 아주머니께서 저녁에 뗴르미역 근처에 가지 말라고 했던 게 기억이 났다.


.....


"아이엠... 스켈리...."(나 무서워)


부랑자들이 나에게 다가오는 걸 이태리 친구가 몇 번 막아주고 빨리 집으로 돌아가라고 한다.


그 친구도 곧 버스를 타야 한다고 한다.


그때서야 아 x 되었구나. 싶었다.


일단 노숙자 아저씨 두 명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위즈 고 투 더 데얼"(우리 저기 같이 가자)


영어를 못 알아들은 거 같았다 내가 손짓으로 "우리" "저기" "가자" 했더니 알아들은 거 같다.


그리고 리카르도가 나한테 준 맥주를 한 병씩 주니  그들이 거절할 이유가 없다.


노숙자들과 떼르미니역을 안전하게 걸어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안정권에서 와서 맥주 한 병씩 더 주고 노숙자 아저씨한테 담배 하나 얻어 폈다.


노숙자 아저씨들이 웃으면서 이태리어로 뭐라고 하는데 못 알아 들었지만 행복해 보였다.


민박집으로 가는 길에  이번엔 프랑스 사람을 만났다.


"캔 유 드링크?"(맥주 마실 줄 알아?)


어쩌다가 눈 마주쳐서  맥주병 건네니 웃긴지 한참을 웃는다.


이야기해보니 프랑스 친구도 여행을 좋아해서 이번에 로마로 여행을 왔다고 한다.


나도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 하다가 며칠 전에 파리 여행하고 왔다며 이야기를 했다.


그 친구는 낯선 동양인에게 맥주 얻어 마신 게 웃긴지 계속 웃는다.


그리고 그 친구랑도 헤어졌다.


"해브 굿 트래블"(좋은  여행하길)


무사히 민박집에 도착했다.


아주머니께서 주무시다가 문을 열어주셨다.


"아이고 밤늦게 돌아다니며 위험해요."


"네 위험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아침 늦게 일어났다.


민박집에 다른 여행자들은 아침밥을 먹고 서둘러 나간 것 같았다


민박집 이모님이 커피 마시냐고 물으신다


"네 커피 좋아하죠"


세수하고 커피 마시러 나오니 식탁에 한 여자가 나와있다


서로 눈 마주치고 가볍게 인사하고 식탁에 앉았다.


나는 달달한 커피를 좋아해서 설탕을 많이 넣는 편이다


한 여자는 설탕을 많이 넣는 내 모습을 보고


 "설탕을 그렇게 많이 넣어요?" 웃으며 묻는다


"네"라고 대답하며 얼굴을 자세히 봤다.


예전에 좋아했던 여자들이랑 비슷하게 생겼다.


말을 걸었다


"유럽 어디 어디 돌고 오셨어요?"


한인민박에 지내다 보면 18번 질문이다


영국 파리 스위스 베네치아 다녀왔다고 한다


"베네치아면 어제 기차표 못 구해서 저녁 10시에 오신 분들 아니세요? 저도 어제 베네치아에서 왔어요"


"아 그래요? 친구랑 기차표를 못 구해서  고생했어요."라고 말한 뒤


유럽 첫날부터 고생한  이야기를해준다.


곧 있으면 청소시간이라 옷 입고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한 여자와 친구도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귀찮아서 머리에 젤 안 바르고 갈려고 했는데


느낌이 발라야 할 것 같아. 발랐다


재킷을 입고 담배 물고 건물 현관 문 앞에서 나오니


한 여자와 친구가 놀란 눈으로 날 쳐다본다


"아 놀랬잖아요. 이모님이 문 닫을 때 주변에 좀 수상한 외국인 있으면 조심하라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 죄송합니다"


담배 피우려고 불 붙이려고 하니 한 여자가 묻는다


"콜로세움 갈려고 하면 어디로 가야 해요?"


나도  어제저녁에 온 거라 말로는 설명이 어려워서 폰에 구글맵 켜보라고 했다


그리고 콜로세움 위치 가르쳐주고 파란색 점을 가리키며


"여기가 우리가 있는 위치예요. 화살표 방향 보이시죠? 이걸 기점으로 해서. 길 찾아 가시면 돼요"


"또 다른데 갈려면 어떻게 해요?" 또 묻는다


"이모님이 주신 지도 있죠? 거기 위치보고 구글맵에 위치 찍고 저장해서 별표 모양으로  체크해놓고 길 찾으면 돼요"


"어떻게 해요?"또 묻는다


"구글맵에서 위치 누르시고 저장하기 버튼 누르시면 돼요? 구글  로그인하시고요"


"어? 왜 안돼?"


"폰 줘 보세요"


폰을 받아서 만지니 한 여자가 내 옆에 다가와 손으로 내 팔을 잡고 고개를 내 얼굴로 내 민다.


"여우짓 하니?" 속으로 생각했다


한 여자의 눈을 쳐다봤다


예쁘다.


한 여자와 친구는 구글 로그인도 안되니  답답해했다


잠깐 생각하고 말했다


"그럼 저랑 같이 다니실래요? 저  어제저녁에 야경 본다고 웬만한 곳은 다 가 봤거든요"


한 여자와 친구는 그래 주면 자기들은 좋단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한 여자가 나한테 여우짓 한 이유가 있었다.


근데 이건 나 혼자 생각 일수도 있고


한 여자 성격 자체가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이미 나는 한 여자한테 넘어가서 호의를 베풀기 시작했다


'글로벌 호구'


우리 엄마가 알면 등짝 맞을 것 같다


한 여자와 친구에게 물었다


"담배 펴도 되죠?"


유럽은 정말 흡연자에게 좋은 곳이다.


위로 하늘만 있으면 담배 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


근데 유독 한국사람 앞에선 담배 피우는 게 눈치 보인다.


"몇 살이세요?" 한 여자의 친구가 묻는다


"27살이요"


"동생이네? 우린 29살이다"


한 여자와 친구가 안 듣기게  혼잣말했다


"망할 유교사상"


"뭐라고요???"


"아니에요 저는 27살이닌깐 말씀 편하게 하세요"


"그럴까? 동생? 이름이 뭐야?"


"종현이요. 누나들은요?"


"나는 하나 누나고 애는 초희야"


초희 누나와 하나 누나는 회사 교육생 동기라서 친하다고 한다


이번에 5년 차라 휴가를 길게 쓸 수 있어서 같이 유럽여행 왔다고 한다.


"그럼 일단 콜로세움 가기 전에 성당 두 군데 보구 가요. 콜로세움 가는 길이에요"


그때 무슨 얘기를 했는지 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


누나들과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하며 걸었던 것 같다.


"종현아 누나들 사진 좀 찍어줄래? 우리 사진 찍는 거 좋아하거든"


 하나 누나가 부탁한다.


"그럼요. 저도 사진 찍는 거 좋아해요"


"종현아 너도 찍어줄까?"


"아니요 사진 찍는 거 안 좋아해요"


하나 누나는 성격이 정말 좋았다.


다정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말하고 또 정말 재밌는 누나였다.


좋은 누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 그 누나와 친구를 로마 가이드를 해주고 있다



두 번째 교회를 가며 초희 누나 옆에 붙어서 얘기를 했다


제법 친해졌다.


초희 누나는 나에게 반말과 존댓말을 써가며 대화한다


하나 누나도 신경 쓰긴 했지만 초희 누나 보단 신경 쓰진 못했다.


아무래도 하나 누나가 내가 초희 누나한테 관심이 있다는 걸  눈치챈 거 같았다.


"자 이제 누나들 사진 찍어줘"


대충 찍진 않았는데. 사진이 잘 안 나왔다.


하나 누나가 사진을 보더니 나에게 한마디 한다.


"종현아 우리가 지금 만난 지 별로 안돼서 그런 거 같은데. 같이 다니면서 사진 찍는 거 호흡을 맞춰보자"


하나 누나 말이 웃겼다.


나도 표정 굳은 척하며 "네..."라고 대답했더니 누나들이 웃는다


초희 누나는 손으로 내 팔을 잡으며 웃는다.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 분위기가 공짜 가이드 느낌인데...'


'내가 이거 쥐약인 거 아는데.. 초희 누나 예쁘니깐 내가 칼춤 한 번 쳐 준다'


"누나들 소매치기 조심하시고요. 오늘 사람이 많네요? 무슨 일 있나? 아무튼 이제 콜로세움 보러 가요!"


"저쪽으로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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