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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nny Nov 19. 2015

로마 그리고 성격 좋은 여자(하)



낮과 밤의 콜로세움은 다른 느낌이었다.


"우와"



밀 그대로 거대했다.


유럽 여행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사진으로는 모든 걸  표현할 수 없다.


실제로 보고 느껴야 한다.


한참을 콜로세움을 보며 생각에 잠길려고 했으나......


"종현아 우리 사진 좀 찍어줄래?"


하나 누나는 이제 당연한 듯이 부탁을 했다.


......


이 정도면 돈 받고 동행해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들었지만 내가 자처한 일이니 아무 말 안 했다.


'그래.. 초희 누나 이쁘닌깐...'


"누나들. 포즈 좀 취해봐요.. 한 장 더 찍을게요."



한국에 있을 때 취미가 필름 카메라로 인물화 찍는 걸 좋아해서 나름 재밌긴 재밌었다.


근데 점점 취미가 일이 되는 기분이 들었다.


초희 누나도 이제 내가 편한가 보다.


상인에게 얼음 물을 사서 마신 다음에 당연한 듯이 나에게 물통을 맡겼다.


패리스 힐튼의 하녀 친구가 된 기분이었다.


어이가 없어서 웃으며 쳐다 봤더니 누나도 웃는다.


아무튼 초희 누나는 성격이 털털했다. 나름 내숭적인 면도 있었지만 영화 '써니'에 춘화를 보는 것 같았다.


사람이랑 대화 몇 마디 섞어보면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초희 누나랑 대화를 해보니 유복하게 자란 티가 났다. 그리고 사랑도 많이 받았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성격 좋은 여자가 되었는 것 같다


뭐... 조금 내숭 있고  털털해서 그런지 자기도 모르게 여우짓하긴 하지만...


예쁘고 성격 좋은 여자였다.


로마가 관광객들이 많은 건 당연했지만 왜 이렇게 많은가 생각해보니 오늘은 노동절이었다.


이렇게 사람 많은데서 내  앞가림하기 바쁜데. 누나들까지 신경 쓰니 힘들었다.


"누나들 사람 많으니깐 소매치기 조심해요! 초희 누나 차 와요. 차! 차! 차! "


"차 온다고!!!"


하나 누나는 잘 따라왔는데 초희 누나가 좀 정신을 못 차렸다. 어느 정도냐 하면 내가 붙잡고 다녀야 할 정도였다.


힘들었다.


그렇게 누나들과 로마 시내까지 걸으며 구경을 했다.




사람이 너무 많았다.


트레비 분수에서는 줄 서서 걸어야 할 정도였다.


그 와중에 틈틈이 누나들 사진을 찍어줬다.


누나들의 포즈는 늘 똑같았다.



점심시간쯤 되니 하나 누나가 밥 먹자고 한다.


"종현아. 이렇게  사람 많은데. 네가 우리 데리고 다닌다고 고생 많았다. 누나들이 밥 사줄게"


"에이 괜찮아요.  더치페이해요"라고 말했지만 속으론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아무튼 시내에 들어가서 카페에 가서 음식 몇 개 주문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하다가 하나 누나와 초희 누나가 대화를 한다.


별 생각 없이 폰 만지고 있다가 하나 누나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오빠는?"


'뭐? 오빠?" 그 순간 바로 초희 누나 손을 봤더니 네 번째 손가락에 반지가 있다.


만약에 말이야 이 상황이 컴퓨터 게임이었으면 컴퓨터 전원 선 뽑았다.


속으로 생각했다.


"아.. 내가 왜 저걸 못 봤지.... 흐흐"


"흐흐흐흐 우리 엄마가 여자한테 잘해주지 말라고 했는데..."


"지구 반대편까지 와서 남자친구 있는 여자한테 호의를 베푸네.... 글로벌 호구..."


그래도 예의가 있으니 태연한 척 아무 말 안 하고 있었다.


한 편으론 '언제 빠져 나갈까?"생각 중이었다.


하나 누나랑 초희 누나가 나에게 말한다


"종현아. 정말 고맙다. 이렇게 사람 많은데 니 아니었으면 우리 큰일 날 뻔했다. 고마워"


.....


"아니에요. 저도 재밌어요."


그래도 뭐 많이 힘들지도 않았고 내가 자처한 일이고 재밌었기에 이런 경험도 좋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하나 누나랑 초희 누나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종현아.. 근데 로마에 쇼핑거리가 있다고 하던데... 우리 같이 쇼핑하러 갈까???"


.......


여기서 싫어요 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


"싫어???"


"아 아니에요. 누나 제가 표정이 잠깐 안 좋았나 보네요??"


누나들이 웃는다.


그렇게 노동절에 그 많은 인파들 사이에서 쇼핑을 하러 갔다.


그래도 이왕 이렇게 간 거 누나들 옷이랑 신발 예쁜 거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이제 담배 피우니 초희 누나가 뭐라고 한다.


"담배 그만 펴~나 담배 냄새 진짜 싫어해~"


.......


앞으로 정말 내 인생에  동행이란 없다.


5시쯤 되어서 쇼핑이 끝났다.


누나들 쇼핑가방이 무거워 보였다.


모르는 척하고 싶었는데. 초희 누나가 힘든 티를 많이 냈다.


"누나들 가방 줘봐요. 핸드백이나 잘 챙겨요"


그렇게 우리는 걸어서 민박집에 돌아오니 아주머니께서 반겨주셨다.


"아이고 노동절이라 사람 많아서 노는 것도 힘드셨죠??"


"네. 전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누나들이 내 덕분에 편하게 여행할 수 있다고  칭찬해줬다.


민박집에 도착하니 여행자들이 부엌에 모여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누나들과 식탁에 앉았다.


"어 종현 씨? 동행 안 한다고 하시지 않았어요?"


어제저녁에 잠깐 이야기했던 남자분이 나에게 의아한 듯 묻는다.


".... 네.. 안 한다고 했죠."


"오. 그래도 여자들이랑 로마여행하닌깐 좋아겠네요!"


"......... 네.... 좋았죠..."


쓴 웃음 지으며 대답했더니 옆에 있던 초희 누나가 또 내 팔을 붙잡으며


"왜 그래? 힘들었어???" 물으며 웃는다.


원래는 저녁 먹고 초희 누나랑 하나 누나랑 야경을 구경하러 갈려고 했는데.


어떻게  이야기해보니 민박집 사람들이랑 술을 마시러 가게 되었다.


솔직히 낯선 남자들이랑 엮이는 것도 싫고 단체로 움직이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근데 초희 누나랑 하나 누나가 단체로 움직이고 이야기하는 걸 좋아했다.


나도 어쩔 수 없지.. 내키지 않았지만 따라갔다.


다음날 아침


누나들이랑 바티칸을 가기로 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서둘러서 갔지만. 바티칸 미술관 입장은  난공불락이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로 줄이 길어서 포기하고 바티칸 건물들만 보고 다시 콜로세움으로 가서 내부에 입장하기로 했다.


"누나들 잠시 기다려요. 편의점 좀 다녀올게요"


내 뒤통수로 초희 누나가 한마디 한다.


"하나야 쟤 담배 사러가?? 나 담배냄새 맡기 싫어"


뒤통수가 매우 따가웠다.


편의점에 들렸다가 누나들한테 다가가니 초희 누나가 한마디 한다.


"너 또 담배 샀지?"


"아니요. 껌 삿어요~ 담배 끊었어요~ 스위스에 가면 물가 비싸서 어차피 끊으려고 했어요"


"누나 껌 먹을래?"


그렇게 콜로세움에 입장하기 위해 줄을 기다리며 누나들이랑 이런저런  이야기하며 떠들었다.



콜로세움 내부도 봤으니 이제 로마에서 더 이상 볼 건 없다.


바티칸 미술관에 못 들어간 건 아쉽지만... 다음 기회에.


누나들은 이제 공항으로 가서 한국으로 돌아갈 차례고 나는 이제 스위스 인터라켄으로 간다.


누나들과 뗴르미역에서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신 다음에 헤어졌다.


"인터라켄 비 안 오겠죠?? 하나 누나 한국에서 잘 지내요 좋은 사람 만나고요."


"그래 종현아. 이틀 동안 고마웠다"


마지막으로 초희 누나랑 악수했다.


"누나 인연이 되면 만나요"




누나들이랑 동행하기로 한날


 어느 교회에 들렸었다.


하나 누나는 내가 초희 누나한테 관심 있는 걸  눈치챈 모양이다.


"종현아. 저기 초희랑 같이 앉아봐 사진 찍어줄게"


"아~ 아니에요 저 사진 찍는 거 진짜! 정말! 안 좋아해요. 아~괜찮아요"


"누나가 찍어준다 할 때 말 들어라. 빨리 앉아라"


마산 출신 누나라서 말귀 못  알아들으면  안 될 것 같았다.


"네"


"에이.. 진짜 괜찮은데.."  속으론 좋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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