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쥬르 마담??? 캔 아이 애스크 썰???"
(안녕하세요 아주머니 뭐 하나 여쭤봐도 될까요??")
"웨얼 이즈 메트로???(지하철 역이 어디예요???)
시간을 거슬러 유럽여행 첫째 날
여기는 파리 오를리 공항
나는 여행의 기동성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 백팩 하나 메고 여행을 했다.
캐주얼 복장에 가방에는 노트북과 한벌의 옷과 3벌의 속옷과 수건들 그리고 세면도구
특히 나는 이동할 때마다 비행기를 이용했기 때문에 짐을 찾을 필요가 없어서 편했다.
대신에 민박집에서 세탁기로 자주 빨래를 했다.
일단 파리 1 존에 있는 민박집을 가기 위해서는 지하철역으로 가야 한다.
인터넷으로 대충 동선을 알아보긴 했는데 헷갈렸다.
공항에 나와 버스정류장에서 아주머니 한 명 붙잡고 말을 걸었다.
아주머니는 내 말을 듣더니 영어를 못 알아들으셨다.
아주머니에게 지도를 내밀며 지하철역을 가리켰다.
프랑스 아주머니가 알아들으셨는지 같이 가자는 제스처를 취했다.
버스를 타고 지하철역에 도착했다.
"마담 메시 메시"
(아주머니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지하철역에 도착해서 프랑스 지하철 노선도를 보니 서울 지하철 노선도와 비슷했다.
처음엔 이걸 어떻게 갈아타고 그러나 싶었는데.
지하철 역마다 인포메이션 센터가 있어서 직원들이 친절하게 동선까지 가르쳐주어서 별문제 없었다.
한인 민박집 근처 지하철역에 도착했다.
일단 지도를 인쇄해오긴 했는데. 지도만으로 민박집 찾기가 힘들다.
길을 모르겠으면 공중전화에서 전화하라고 했는데.. 근처에 공중전화기도 없다.
통화가 가능한 스마트폰도 아니고 와이파이도 없으니. 어떻게 연락해야 하나 싶었다.
카페가 많은 골목 근처에서 아주머니 또 붙잡았다.
"봉쥬르? 마담?"
"아이 루킹포 디스 이즈 하우스"
(전 이 집을 찾고 있습니다)
"벗 아이 뽈갓더 더 스트리트"
(그러나 길을 잃어버렸습니다)
"캔 아이 바로우 셀폰????"
(폰 좀 빌려주시겠어요?")
아주머니가 내 허접한 영어를 듣더니 알아들으신 모양이다.
아주머니께서 처음 보는 동양인에게 휴대폰 빌려주기 쉽지 않으셨을 텐데
나에게 휴대폰을 빌려주셨다.
왜냐하면 나는 옷을 멋지게 입고 다녔거든
파리에서 옷 차림새가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옷을 캐주얼하게 입고 다니면 현지인처럼 보여서 에펠탑 근처 흑형도 나에게 에펠탑 고리를 팔려고 하지 않았고 모든 사람들이 나에게 친절했다
시간이 지나서 생각해보면 유럽 여행하면서 사람들이 나에게 불친절하거나 인종차별을 하지 않았다.
아무튼 민박집 아주머니와 통화 후 지하철역에서 접선해서 민박집에 도착했다.
2차 대전 영화에서 봤었던 건물과 복도였다.
내부는 리모델링해서 깨끗하고 사용하기 편했다
민박집에 도착하자마자 짐 풀고 에펠탑 가는 동선을 확인하고 우산 하나 들고 나왔다.
"에펠탑 에펠탑 에펠탑 에펠탑 에펠탑 에펠탑"
지하철역으로 나가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시.... 진짜..... 2주 동안... 비 온다는 거 알긴 알았는데... 너무한다.. 진짜..."
아!
한 가지 팁을 주자면 파리 같은 경우 파리 1 존 위치하고 있는 지하철역 근처에 민박집을 잡아라.
파리는 웬만한 곳은 지하철을 타고 가야 하니 민박집과 지하철역이 가까워야 한다.
구글맵으로 에펠탑을 검색하고 동선을 확인 후에 움직였다.
레나 역에 도착했다.
구글맵이 알려주는 방향대로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건물들 사이로 에펠탑이 보이기 시작했으며 비는 그치기 시작했다.
난 정말 운이 좋다닌깐.
내 눈 앞에 에펠탑이 보였다.
"와......"
나의 유럽여행 첫날이었다.
어릴 때부터 에펠탑을 사진이나 텔레비전으로 통해서만 보고 자랐다.
"나중에 나도 돈 벌어서 파리에 꼭 가서 에펠탑 볼 거야"라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내 눈 앞에 에펠탑이 있다.
항상 하는 말이지만. 사진과 영상으론 모든 걸 표현할 수 없다.
내가 본 에펠탑은 사진과 영상에서 보던 거 보다 정말 정말 거대했다.
에펠탑 근처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잔디에 앉아 생각에 빠졌다.
"내가 태어나서 에펠탑을 보긴 보는구나...."
파리에서 3박 4일 동안 있을 예정이니 에펠탑은 매일 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주변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저녁까지 구경하고 민박집 근처 식당에서 까르보나라를 주문해서 저녁으로 먹었다.
맛은 더럽게 없었다.
다음날
오늘은 베르사유 궁전에 갈 거다.
인터넷으로 베르사유 궁전 가는 동선을 알아보고 민박집 밖으로 나가서 카페에 갔다.
파리하면 생각나는 게 2가지가 있는데
커피와 에펠탑이다.
내가 정말 커피를 좋아해서 각 나라마다 커피는 다 마셔봤지만 파리가 제일 맛있다
그 자리에서 카페라떼 2잔은 무조건 마셨다.
담배 피우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커피 마시면서 담배 피우는 그 맛을...
파리에서 마신 커피와 핀 담배는 정말 내 인생 커피 담배였다.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버스로 환승해서 베르사유 궁전으로 가야 하는데.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화장실이 너무 급했다.
유럽은 다 좋은데.. 제일 문제가 뭐냐 하면 화장실이 정말 안 보인다...
그렇게 한참 화장실 찾으며 헤매다가 결국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일단 들어와서 화장실을 이용하고 테이블에 앉았다.
....
베스트 메뉴라고 했지만 맛은 더럽게 없었습니다.
그래도 디저트는 맛있었다.
그렇게 30유로짜리 화장실 쓴 다음에 버스를 타고 베르사유 궁전에 도착했다.
역사에 대해서 관심은 있지만 예술 방면으론 관심이 없다.
일단 표를 끊으려고 티켓 오피스로 갔다.
직원이 나에게 말을 건넨다.
"곤니쯔와~~"
....
"아이엠 코리언"
직원은 웃으며 미안하다고 한다
그렇게 표를 구매하고 직원에게 고맙다고 인사했다.
"아리가또 고자이마쓰 사요나라!"
베르사유 궁전 내부에 어떻게 들어가는지 헷갈렸다.
예쁜 프랑스 여자에게 말을 걸었다.
"웨얼 이즈 게이트??"(입구가 어디야??)
프랑스 여자는 예쁜 미소를 지으며 가르쳐 주었다.
괜히 말 걸어 봤다.
"유 소 뷰 리폴"(너 정말 예뻐)
프랑스 여자는 수줍은 듯 고맙다고 했다.
그리고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유럽식 인사로 볼에 뽀뽀를 기대했지만 그런 건 없었다.
아무튼 내부로 들어갔다.
여기가 뭐하는 곳인지 모르겠지만 정말 아름다웠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내부를 그렇게 둘러보고 정원으로 나갔다.
정원으로 나가니 정말 정말 와 이게 정원인가 싶을 정도로 컸다.
정원을 보며 아쉬웠다.. 비만 안 내렸으면 더 좋았을 텐데.
오늘 저녁엔 에펠탑 야경을 볼 예정이다.
생각보다 파리의 저녁은 위험하지 않았다.
에펠탑 같은 곳은 워낙 관광객들이 많기 때문에 치안이 좋았다.
그렇게 에펠탑 야경을 보고 지하철역을 타고 집에 돌아왔지만 치안이 안 좋은 건 못 느꼈다.
그때 시간이 아마 11시나 12시쯤 이었다.
다음날 아침
오늘은 에펠탑 꼭대기에 간다
에펠탑 꼭대기에 올라가기 위해 독일에서 오늘 날짜로 점심시간대에 티켓을 인터넷으로 예매했었다
날씨가 춥다고 생각 안 했는데. 꼭대기에 올라가니 혹한기였다.
무엇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에 올라가는데 무서웠다.
엘리베이터 밖으로 파리 도심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내가 고소공포증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너무 추웠지만 높은 곳에서 도시를 내려다보니 기분이 좋으면서 무서웠다.
짧은 시간동안 구경을 하고 내려왔다.
나는 여행을 하면서 볼 거만 보고 한 곳에서 오랫동안 머무르지 않았다.
내가 성격이 급한 탓도 있는 거 같다.
다음으론 몽마르트르 언덕으로 가기로 했다.
몽마르트르 언덕이 파리 북쪽에 있는데 실수로 노트르담드 성당에 도착했다.
노르르담드 근처 지하철역에서 지도를 보며 헤매고 있으니 프랑스 여자가 도움을 주었다.
정말 고마웠다.
시간이 지나서 한국에 돌아와서 길을 헤매고 있는 외국인을 보면 먼저 가서 말을 걸어서 도와주는 편이다.
나도 여행을 하며 다녔을 때 외국인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치안이 안 좋아서 민박집주인도 그렇고 다들 북쪽은 조심하라고 그랬다.
막상 몽마르트르 근처 지하철역에 도착하니 어느 외국인이 가방을 소매치기당한 거 같았다.
지하철역 밖으로 나오니 분위기가 영화"13구역"을 보는 기분 이었다
경찰들이 많아서 마음이 놓였지만 최대한 몸 사렸다.
몽마르트르 언덕까지 걸어서 올라가는데 힘들었다.
아무래도 파리 도심이 보이는 언덕이니 당연했다
여행을 하면서 가장 많이 쓴 영어는 "웨얼 이즈 ~"(~어디에 있나요?)
"웨얼이즈 몽마르트르???"
몽마르트르에 도착하니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렇게 근처를 돌아보고 나서 여기저기 다녔던 거 같다.
나는 유럽 여행할 때 돈을 아끼지 않았다.
스위스 빼고
파리에서 제일 유명한 스테이크 집에서도 밥을 먹었다.
그렇게 저녁을 먹고
마지막 날 밤엔 루브르 박물관에 갔다
모나리자도 한 번 봐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들었지만 베르사유 궁전에 갔다 오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다.
나는 예술에는 별로 관심이 없기에 루브르 박물관 건물들을 보기만 했다.
루브르 박물관 근처 골목길도 걸어보고 여기저기 다니며 파리에서의 마지막 밤은 저물어갔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일어나서 카페에서 커피 마시며 담배를 피우고 베네치아로 가기 위해 다시 오를리 공항으로 이동했다.
그래서.....
에펠탑 봤다고 인생이 바뀌었냐고요?
아니요..
한국에 와서 같이 일하는 동생이 해외 다녀오면 남는 게 있냐고. 묻더군요
그때 그 순간 대답을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말 그대로 해외에 다녀왔을 뿐이지.
인생이 바뀔 만큼 특별한 경험도 아니고 돈을 벌었다거나 물질적으로 얻었는 게 없었거든요.
제 인생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한국사회에서 저는 아직 불안하고 미성숙한 청년입니다.
유럽여행 가보시면 알겠지만 한국사람들 많습니다.
그 많은 사람들이 유럽여행 갔다고 해서 생각이 깊어지거나 시야가 넓어진다거나 인생이 스페셜 해지진 않습니다.
전 이 글을 쓰기로 마음먹고 제목을 지었을 때 답은 정해져 있다고 생각했어요
에펠탑을 본다고 혹은 유럽여행 갔다고 해서 인생이 바뀌진 않는다.
하지만 전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제 인생은 안 바뀌었지만 제 자신은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세상에서 제일 중요하고 소중한 건 자기 인생이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혼자 여행하면서 제 자신을 되돌아 본거 같아요. 제 자신에 대해서 더욱 알게 되었고요.
말로 표현을 잘 못하겠습니다..
제 자신이 바뀌었다는 걸 저도 처음엔 몰랐습니다.
한국에 돌아와서 한국 사회를 겪으면서 성장한 제자신을 발견했어요..
한 치 앞도 모르는 제 미래를 항상 불안해했습니다.
방황도 많이 했고요.
전 얼마 전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제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어서요.
제가 하고 싶은 일이 안정적이지도 않고 불안하기만 합니다.
어떻게 보면 나이 27살에 방황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불안하지 않습니다.
호주 생활과 유럽 여행하면서 생긴 제 자신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이 생긴 거 같아요.
자존감이 생긴 거 같아요.
이제는 제 자신에 대해서 확신이 있고 자신감이 있다 보니 27살에 방황을 하더라도 부끄럽지도 무섭지도 않습니다.
한국에 돌아와서 전 매일 생각해요.
호주에서의 생활과 유럽 여행하면서 있었던 일들을요.
정말 꿈이라기 보단... 너무 좋았거든요.. 그 순간순간들이 기억에 맴돌아요.
한 번뿐인 인생에 있어서 그런 멋진 곳을 봤다는 자체가 행복해요. 너무 좋아요.
전 지금 한국사회에선 이루어 놓은 게 없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제 자신에게는 이루어 놓은 게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한 번 사는 인생입니다.
에펠탑 본다고 인생이 바뀌지도. 유럽여행 간다고 해서 인생이 특별해지진 않습니다.
하지만
한 번 사는 인생에 있어서 한 부분은 소중한 추억으로 특별하게 기억에 남을 겁니다.
경험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순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