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eREAL Life Nov 18. 2020

더 가혹하지 않았으면 해

Feat.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흐를때가 있잖아요

                                                                  


#1.
2015년 제주.

한창, 시리얼컴퍼니를 이끌며

문화기획분야 컨설팅으로 제주 원도심 구석구석을

돌아다니고 있을 때, 시커먼 액자에 눈이 꽂혔다.


수묵으로 그려진 날개를 펼친 거친 새의 모습.

그리고 함께 적혀진 글귀는 아직도

내 마음을 흔드는 큰 울림으로 남아 있다.

"새는 좌우의 날개가 아니라 온몸으로 난다.
 모든 생명이 저마다 온전한 세계이기 때문이다.

 새는 온몸으로 난다.  - 철수 2010 -"


#2.
새가 온몸으로 난다는 메세지는 이내

가슴에 한 켠에 감추어 두었던 나를 향한

분노 응어리들에게 노크했다.

“새도 온몸으로 난다더구나.

 새가 그러하고 사람이 그러하고 삶이 그러하겠지.

 살아남기 위해 온 몸을 내던지며 살고,

  죽기 전까지 온 몸으로 발버둥치며 사는 것이


  우리네 삶일 거야.
  그러니 생의 어쩔 수 없는 고비 앞에서

  나에 대해서 덜 가혹해지는 건 어떻겠니?” 라며.


#3.
꿈의 여정에서 날 너무 몰아 붙쳤던 지난 5년은

언젠가부터 나에 대한 실망으로

뒤바뀌어 있었다.

나도 모르게 남들의 성공에 시기했고

일정치 않는 벌이는 가장으로서도

자존심을 잃게 했다.


휴일도 없이 일을 함에도 생활은 나아지지 않았고

그 기약 없는 암울함은 걷히지 않았다.

남다른 기획과 프로모션으로

소셜임팩트의 혁신적인 디벨롭을 일궈간다고

많은 분들의 칭찬과 응원을 받고 있었지만


사실, 내 삶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것에 대한

무력감은 더 잦아졌다. 그리곤

“그렇게 밖에 살지 못하냐”는

내면의 분노감은 더욱 커져가고 있었다.

그 덕에 언제부턴가 나도

나를 부끄러워하기 시작했다.


그리곤 그 내면의 콤플랙스는

다른 영역으로까지 전염되기에,

“나를 돌아보는 감정”을 꽉 막고 산지

  일년 정도가 지나고 있을 시점에...


그 그림이 찾아온 것이다.


#4.
여전히, 그 그림의 잔상들은

이따금씩 내 안의 분노감이 차오를 때마다

말을 걸어온다.

“꿈은 격렬해서 너를 너무 아프게 하지만,

  생살이 찢길 것 같은 순간에도

  놓치지 말아야 할게 있어.

  그건 너에 대한 믿음이야.”


그리곤 패잔병처럼 앉아 있는 나에게

실바람 같은 평안함을 안겨주며 나를 다독여 준다.

“너는 잘해내고 있어. 지금까지도 잘 하고 있고.
그러니 이젠 너 자신에 대해 가혹하지 않았으면 해” 라며.


#5.
고용불안과 저성장 시대에도

임팩트투자를 통해 미래세대를 위한 길을 닦고 계시는

한국임팩트금융의 이종수 대표.


평소, 마음이 헛헛해지면 직접 찾아 뵙는

필자의 멘토이신 이종수 대표님은

그런 증상이 내게 삐쭉 올라오는게 보이면

꼭 말씀해 주시는 <삶의 처방전>이 있다.

“요즘도 격렬하게 사는 구만.

  그래, 꿈은 격렬하지. 그 과정 역시 격렬하고.


  그러니 너무 힘겹다고 내려만 놓지 말게.

  그 꿈을 끝까지 품으시게.”

꿈이란 결국 목표가 아닌 “사람이 가진

멋진 에너지”라고 이야기하는 그는


그 에너지를 잉태시키고 키워가는 것

자체가 힘겨운 것이 당연하다는 위로를 건낸다.
그리고 그는 이야기 한다.

너무 아프다고 포기하지 말라고.


그 에너지가 결국, 당신 삶의 이유를

찾아 줄 거라는 희망과 함께.


#6.
팬데믹의 시대, “꿈을 갖으세요” 라는 말은 정말

순진무궁한 만화 속 이야기 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격렬한 시대를

온몸으로 관통하고 있는 당신이기에, 그리고

그 가혹함을 현실로 절절히 받아내고 있는 당신이기에,

“나를 생동하게 하는 꿈”이 품은 에너지로

다시 삶을 보듬고 일으킬 수 있길 바래본다.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로

긴장된 일상을 맞이하고 있다.

여기 저기에서 생활고와 삶의 낙담이 붉어지는 잔혹한 시기.

자기 자신과 꿈에게 만큼은 더 가혹해지지 않는 지혜로


이 시기를 건너는 건 어떨까?

“꿈”이라는 안전장치와 함께 말이다.


*데일리경제 칼럼 [윤한득의 안테나살롱]





매거진의 이전글 테니스 공 찾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